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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대 철학자 세네카는 '노력이 기회를 만나는 것, 그것이 운'이라고 했다. 에디슨은 발명에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두 사람 다 '노력'을 강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가 되는 것이든, 성공한 존재가 되는 것이든 간에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천재는 노력 보다는 타고나는 것으로 다들 알고 있다. 그러나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천재도 비슷한 정도의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것은 경험이나 사변적 추론에 의해서 한 말이 아니고, 과학적 심리학에서 밝혀낸 것을 바탕으로 한 말이어서, 우리의 직관에는 부합되지 않지만 수용해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성공'이라고 통칭할 수 있는 어떤 상태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인으로서의 노력에 더해서 필요충분조건을 설명해 주는 책이 바로 다음 책이다.


이 책의 원 제목은 'Peaks: Secrets from the New Science of Expertise (정점: 새로운 전문가학의 비밀)'이다. 제목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유추할 만한 내용이 없지만 이 책도 그것을 언급하고 있기도 하고,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를 통해 '1만 시간의 법칙'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번역 제목을 '1만 시간의 재발견'으로 한 듯하다. 그렇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 중에 일부에 불과하므로 적절한 번역 제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무튼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전문가 또는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거기에 이르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자기 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유행하는 자기 계발서와의 차이점은 철저하게 과학적 분석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때로 진정으로 원하는 마음과 각고의 노력만 있으면 수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 "꾸준히만 하면 목표에 도달할 것이다." 듣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사실 틀린 말이다. '올바른 연습'을 충분한 기간에 걸쳐 수행해야 실력이 향상되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수십 년 동안의 전문가 연구에서 나온 분명한 메시지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의 성취에서 유전적 자질이 어떤 역할을 하든, 그들이 가진 핵심 재능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두뇌와 육체가 지닌 놀라운 적응력이다. 그리고 '재능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런 재능을 다른 사람들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해왔다는 사실이다."

저자들도 먼저 '노력'을 강조한다. 그러나 단순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으로서의 연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보다 진전된 '방법'을 제시한다.
"20여 년 전 여러 분야 전문가들을 연구한 뒤에 동료들과 나는 분야가 무엇이든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두 동일한 일반 원칙을 따른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분야에서나 통하는 보편적인 방법을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그 '의식적인 연습'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일단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실력과 기계적으로 무언가를 처리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면, 이후의 '연습'은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인 '컴포트 존comport zone'(원래 온도/습도, 풍속 등이 맞아 인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일정한 범위를 가리키며 쾌감대, 쾌적대, 안락 지대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 옮긴이)에서 벗어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지 않으면 향상도 없다."
"일반적으로 해결책은 '더 열심히 하기'가 아니라 '다르게 하기'다. 즉 방법의 문제다."
"계속 전진하고 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항상 가능하지만, 그것이 늘 쉽지는 않다는 점이다. '목적의식 있는 연습'에 요구되는 집중력과 노력을 유지하기란 어려우며, 보통은 재미도 없다. 그러므로 동기부여라는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핵심은 단기기억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량의 정보를 한꺼번에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해주는 심적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뇌의 경우 도전이 거세면 변화도 크다. 어느 정도까지는 그렇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의 구조 변화를 유발하는 데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이 이미 아는 기술을 계속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압박의 강도와 기간이 지나치면 극도의 피로와 함께 학습 효율이 오히려 떨어진다. 몸과 마찬가지로 뇌도 컴포트 존 밖으로 밀어내는, 그렇지만 너무 멀리 밀어내지는 않는 최적의 지점, 구기 종목에서 공이 가장 잘 맞는 지점을 가리키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한다."
"마지막으로 훈련으로 야기된 지적 능력과 신체 변화에는 유지가 필요하다. 훈련을 그만두면 사라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비범한 육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는 그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항상성이라는 편안한 틀 안에서 사는 데 만족하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1만 시간에 가까운 많은 시간을 들여 '의식적인 연습'을 하는 과정에도 필요한 것들이 있다. 훌륭한 코치 또는 조력자의 존재, 동기 부여 및 그것의 유지에 대한 이야기한다. 이어서, 우리의 직관에는 반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을 이야기한다. 먼저, 특정 영역에 대한 학습 영역은 나이 제한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부정한다. 다음으로 IQ를 포함해서 선천적 재능이 전문가가 되는데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동 실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으로 확실하게 밝혀진 두 가지가 바로 신장과 체격이긴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지극히 정상인 사람이 노래나 수학, 또는 다른 어떤 기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선천적인 재능이 없이, 말하자면 둔재로 태어난다는 증거는 없다."
"많은 연구자들이 여러 영역에서 훌륭하게 자기 일을 수행하려면 최소한의 필요 요건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적어도 일부 분야에서는 과학자로 성공하려면 IQ가 110에서 120 사이는 되어야 하지만, IQ가 그 보다 높다고 해서 추가적인 이득이 있지는 않다고 한다."
"확실한 것은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충분히 열심히 연습해서 특정 수준의 기량에 도달한 사람들을 보면, 유전적 요인이 누가 최고가 되느냐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일단 최고의 자리에 도달하면 차이를 만드는 것은 선천적인 재능이 아니다. 적어도 특정 활동에서 다른 사람보다 우수한 실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타고난 능력이라는 의미로 흔히들 오해하는 그런 ‘재능’은 아니다."
"'타고난 특질'이 새로운 기술이나 능력을 배우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는 수행능력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훈련 정도와 효율성’이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할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궁극적인 이유는, 도전에 직면하여 발휘되는 우리 몸과 뇌의 선천적인 적응 능력이 초기에 일부에게 이점으로 작용했을지 모르는 어떤 유전적인 차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술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면서 글을 마무리짓는다.
"이는 타고난 재능에 대한 믿음의 어두운 단면이다. 재능을 믿게 되면, 일부는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으며, 초기에 이런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믿음 때문에 ‘재능 있는’ 아이들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한편으로, 나머지는 해당 분야에 대한 마음을 접게 만든다. 이는 다시 ‘재능 있는’ 아이는 정말로 잘하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한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이어진다. 시간, 돈, 교육, 격려, 지원 같은 노력을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에 투자하려 하고, 아이가 실망하지 않게 보호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런 심리에는 어떤 악의도 없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게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할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모두의 안에 있는 잠재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개발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 책은 '성공하는 법', '학습법' 등을 이야기하는 자기 계발서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그 바탕에는 과학적 심리학에서 밝혀낸 사실들에 근거하고 있어서 장미빛 결말만을 보여주는 여타의 책들과 다르긴 하다. 그러나 저자들도 인정하다시피 노력을 할 수 았다는 것 자체가 개인의 타고난 자질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많은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독자들에게 어떤 비법을 전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자기 계발서'들과 차이점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 책의 독서 추천은 '일독을 권함'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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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고전을 읽어라"라는 주문은 빠지지 않고 나온다. 그런데 그 고전이라는 것이 인간의 정신은 물질과는 별개의 어떤 것이란 대전제 하에, 사변적 추론으로 '답이 없는 질문을 하는' 철학 관련 책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과학적 심리학에서 인간의 정신이란 뇌의 작용이라는 것을 밝혀낸 지금, 대전제가 오류인데다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사변적 추론에 머물고 있는 철학에 관한 책들은 이제 고전 목록에서 빠져야 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독서에 관한 조언가들이 고전이라고 꼭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더 나아가서 책을 반드시 다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조언한다. 피에르 바야르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교양이 있다는 것은 어떤 책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책을 다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 능력이 뛰어날수록 문제의 책을 읽을 필요성이 덜해진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철학이 전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지적 동물이다. 그러니 옛날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오래 전에 사두고 읽지 않고 있던 책을 하나 읽어 보았다.



루소는 고전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철학자이다. 그러나 사변적 추론에 머물러 있었던 철학자임도 분명하다. 루소가 활동했던 계몽시대는 현대 과학이 본격적으로 정립되던 시대이긴 하나 인간의 정신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 접근을 허용하지 않던 시대였다. 철학도 결국 인간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한다. 과학적 도구가 전혀 없으니 불가피하게 사변적 추론에 머물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인간을 이미 완성된 모습으로 보는 방법 만을 가르쳐주는 학술 서적을 제쳐두고 인간 영혼의 최초이자 가장 단 순한 작용들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거기에 이성보다 앞 선 두 개의 원리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우리의 안락과 자기 보존에 대해 스스로 큰 관심을 갖는다는 원리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감성적 존재, 주로 우리 동포가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혐오감을 느낀다는 원리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철학자를 인간으로 만들기 전에 인간을 철학자로 만들 필요는 전혀 없다. 타인에 대한 의무를 지혜의 가르침으로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인간은 동정심이라는 내적 충동을 억제하지 않는 한, 타인이나 어떤 감성적인 존재에게 결코 해를 입히지 못할 것이다. 자기 보존이 걸려 있어 스스로에게 우선권을 주어야 하는 정당한 경우는 제외하고 말이다."
"사실상 내가 동포에게 어딴 종류의 해도 입혀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동포가 이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감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인 듯하다. 이 같은 특질은 동물과 인간에게 공통된 것이므로, 적어도 동물은 인간에 의해 불필요하게 학대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모든 동물은 감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관념 또한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그 관념들을 조합하기도 한다. 이 점에서 인간과 동물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편, 저런 통찰력이 객관적 검증을 통과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으로 흐른다.
"그리고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은, 인류의 모든 진보가 인간을 끊임없이 원시 상태에서 멀어지게 하기 때문게 우리가 새 로운 지식을 축적할수록 모든 지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획득하는 수단이 상실된다는 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을 연구했기 때문에 인간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말이다."
"예컨대 물질, 정신, 실체, 양식, 형태, 운동이라는 단어들은 우리의 철학자들도 오래전부터 사용하고는 있었지만 이해하기 위해 매우 고심해왔던 것들이다. 그리고 이런 말들에 결부된 관념은 순전히 형이상학적인 것이어서 그 어떤 모델도 자연 속에서 발견할 수 없다."
"미개인들은 자연이 심어준 성욕을 따랐을 뿐이며, 자기가 자연에서 얻지 못한 취향은 따르지 않았다. 그러므로 미개인들에게는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좋은 것이다."

이 책이,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기도 하면서 또 벗어나길 원하는 '불평등'이라는 것을 다루고 있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긴 하지만, 결국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을 해제를 쓴 이의 다음과 같은 언급을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루소에게서 읽어온 외침으로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책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루소는 그에 대해 명시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책과 더불어 <에밀>, <사회 계약론> 등에서 루소가 전개하는 글들의 행간을 잘 읽어보면 어떤 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1789년 무렵 프랑스인들이 루소의 사상에서 혁명의 메시지를 읽었듯이 말이다. 21 세기라는 이 시점에서 루소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읽어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은 부피도 적고 해서 '읽어야 할 고전'이라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라면 사상사의 한 부분을 안다는 차원에서 한번쯤 읽어 볼만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독서 추천은 '중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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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트에서는 과학자로서의 삶에 관한 내용을 요약했다면 이번 포스트에서는 뇌과학에서 밝혀낸 사살들을 중심으로 요약한다.

저자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을, 악성 간질 치료를 위해 절단한 '분리뇌' 환자들을 연구하여 뇌의 작동 메카니즘을 규명하기 시작했다.

"뇌는 대체로 대칭을 이루고 있는 기관으로 좌뇌는 신체의 오른쪽을 관장하고 우뇌는 신체의 왼쪽올 관장한다."
"이 기초적인 메커니즘 가운데 하나는 감정과 관련이 있었다. 감정은 거의 매 순간 우리의 인지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뇌량 아래에 위치한 좀 더 원시적인 피질 하부 영역이 감정 관리에 깊이 관여하며 이러한 구조의 대다수에서 양쪽 뇌가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하나의 통합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쓰면서 특정 상황에서 바라는 대로 행동한다. 어찌됐든 우리는 여러 결정 센터가 존재하는 고도로 모듈화된modularized 뇌로부터 이같이 통합된 결과를 내놓았다."

"마음이론은 믿음이나 바람 같은 자기 자신의 정신 상태('나는 고양이가 엉큼히다고 믿어')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정신 상태('그는 개를 갖고 싶어해')까지도 알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은 나만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경험, 바로 '내' 정신을 내가 느낀다는 것이다. 정신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할 때 이는 보통 '내' 정신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 하나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 말이다. 갑자기 정신이 양분되어 두개골 하나에 '두 개'의 정신이 공존한다는 사실은 쉬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해석기는 좌뇌에 있는 장치로 인간의 행동에 하나의 설명을 부여하는데 그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머릿속에 하나의 정신만 존재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우뇌와 좌뇌가 각기 다른 일을 한다는 사실 또한 분명해졌다. 좌뇌는 말과 언어 처리과정으로 꽉 차 있었다. 반면 우뇌는 말을 하지 않고 언어 능력이 결핍된 것 같지만 복잡한 시각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좀 더 넓게 보자면, 뇌의 특정 영역이 특정 행동을 독점한다는 주장은 언제나 위험하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었다. 뇌는 수완이 좋아 간단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뇌는 특정 영역이 힘을 못 쓰면 우회로를 만든다."
"마이클은 우리의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기능하는 체계에 의해 제어되며 의식의 주요 기능은 우리의 행동을 감지(해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그의 해석기 이론이다."
"좌뇌는 추측하고 어물쩍 넘기고 합리화하고 원인과 결과를 찾겠지만 늘 상황에 맞는 답을 제시하려 할 것이다."

"털빙이 인지과학에 기여한 바는 이미 전설적인 수준이었다. 그는 인간의 기억에 의미 기억과 일화 기억, 두 종류가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의미 기억은 체스의 규칙 등 우리가 학습한 내용에 관한 기억이다. 일화 기억은 누군가와 체스를 두었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사실에 관한 기억으로, 경험적이고 일화적인 기억이다."
"밀러는 좌뇌와 우뇌 모두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불러낼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때 좌뇌는 언어 정보를 더 잘 다루며 우뇌는 사람의 얼굴 등 시각 정보를 더 잘 다룬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달리 말해, 좌뇌와 우뇌는 저마다 특화된 분야가 있었단 것이다. 각 뇌는 자신이 특화된 종류의 정보를 다룰 때 더 능숙해진다. 의미 기억과 일화 기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우리는 실험을 통해 확률을 계산하는 것은 약삭빠른 좌뇌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뇌는 마치 커다란 쥐처럼 쉬운 길을 택해 확률을 극대화했다."

"이렇게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외부 요구에 맞춰 적응하거나 진화하는 특화된 국소 신경망을 모듈이라고 한다."

"정신 상태는 물리적 뇌에 의해 형성되지만 오히려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정신을 만들어 낸 바로 그 물리적 상태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창발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미시적 수준의 복잡계가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속성을 띤 새로운 구조로 조직되면서 거시적 수준에서 새로운 차원의 조직을 형성할 때 창발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원자의 움직임과 특성은 양자역학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미세한 원자가 모여 육안으로 보이는 야구공이 만들어지면 이때는 뉴턴의 법칙을 따르는 새로운 움직임과 속성이 등장한다. 어느 쪽도 서로를 예측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계층화된 구조가 담겨 있다. 지금은 유전자 발현이 다른 유전자에 의해 규제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규제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한다. 여기서의 핵심 개념은 자연계에서 관찰되는 모든 변형은 소수의 규제 유전자에 의해 발생하는 돌연변이의 결과지, 신체를 움직이는 일에 관여하는 수십만 개의 일반 유전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수의 규제 유전자는 유기체의 일을 담당하는 수많은 특정 유전자의 복제, 활성화, 비활성화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규제 유전자를 변형시키면 실로 엄청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돌연변이가 드물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돌연변이가 왜 그토록 효과적인지를 설명하는 이론도 된다. 커슈너와 게하트가 이렇게 놀라운 통찰력에 도달했던 것은 단순한 선형적 사고를 버리고 계층화된 체계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서전이어서 과학적 발견에 대한 상세한 기술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독서 추천은 '일독을 권함'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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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이 뇌의 신경생리학적 작용이라는 것을 과학적 심리학에서 밝혀냈다. 이 분야의 심리학자들은 필연적으로 철학의 영역을 다루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철학은 인간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과학자들도 자서전을 쓴다. 그 중에서도 바로 뇌의 작용을 다룸으로써 철학의 영역을 넘나드는 과학자들의 자서전은 특히 흥미롭다. 사변적 추론으로는 내내 딜레마일 수 밖에 없었던 많은 것들을 이들이 규명해 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접한 신경생리학자의 자서전은 노벨상 수상자인 에릭 켄델의 '기억을 찾아서'를 들 수 있다. (이 블로그에 요약이 올라있다.) 이 책에는 신경 세포에서 출발하여 기억의 근원을 추적해 가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와 비슷한 형식의 자서전이며, 분리 뇌 연구에서 출발하여 의식의 기원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다음 책이다.



자서전인 만큼 과학적 발견만으로 책이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의 길을 걸어가는 한 인간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삶에 개입하는 운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한다.
"과학에서는 운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 나도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기에 과학에도 운이 따른다는 것을 안다."
"성공적인 연구실은 정말로 똑똑한 학생들과 포스트닥터 연구생들을 영입해 우위를 유지한다. 물론 똑똑한 사람들이 성공의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모두가 똑똑하지만 어떤 학생들은 에너지가 넘치면서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여기에 예측하기 힘든 성격과 운까지 더해진다면 과학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게 된다. 내가 이 역동적인 연구실(노벨상 수상자 로저 스페리의 연구실)로 뛰어든 것도 순전히 운 때문이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과 확실히 검증된 일을 계속 이어가는 것 사이의 줄 다리기는 언제나 존재했던 것 같다. 우리는 늘 새로운 기회에 대비하고 있지만 정작 그 기회를 가져다주는 것은 다른 사람이다."
"여러 노교수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 통계학자 친구는 내게 물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 친구는 사림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데 재미있어 했다. 사실 삶에서 성공과 실패는 드문드문 있는 일이며 그렇게 된 원인도 알아내기 어렵다. 대부분의 성공에는 노력과 운이 따라야 하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바로는 그러한 성공에서 노력과 운이 각각 얼마나 따랐는지는 알기 어렵다."
"삶에서는 무수한 일이 그저 일어날 뿐인데, 그런 일이 있고 한참이 지나면 우리는 그 일들을 합리적으로 보이게끔 이야기를 지어내는 듯하다. 우리는 살면서 생기는 사건 간의 인과적 고리가 드러나는 단순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느닷없이, 뜻밖에 벌어지는 일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과학자인 만큼 과학과 과학자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한다.
"알바레즈 교수는 과학자가 연구를 하는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들어왔던 방식이 뭔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학은 위대하지만 과학자는 인간이고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한다."
"너무나 명백한 사실은, 고생스럽게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늘 자신의 연구에 한계가 있고 엉뚱한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산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신임을 잃는 것은 처음에 그 생각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대안을 생각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들도 기저의 진실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고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 그저 한쪽 편에 서서 가능한 한 오래, 때로는 그보다도 더 오래 그 입장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카너먼은 이 현상을 '매몰 비용 오류 sunk cost fallacy'라고 블렀는데, 이미 너무 많이 투자한 탓에 그 일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할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하는 일이 그런 것이다."
"과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념은 '창발emergence'이다. 즉 복잡계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상호작용으로부터 더 많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생물학은 화학에서 비롯되고 화학은 소립자물리학에서 나온다. 마찬가지로 정신은 뉴런의 상호작용에서 나오고 그 위의 경제 원리는 심리학에서 나온다.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 어려운 개념이다."
"그(프린스턴 대학교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는 "환원주의자의 가설은 결코 '구성주의자'의 가설을 암시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줄여서 간단한 기본 법칙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그러한 법칙으로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 초보 소립자물리학자가 기본 법칙의 속성에 대해 설명하면 할수록 나머지 과학의 실제 문제와의 관련성은 더 떨어지는 것 같고 사회 문제와의 관련성은 더더욱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예술이나 학문을 취미로 하는 사람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느냐 못하느냐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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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은 여러 갈래로 부터 공격을 받았다. 그 공격의 최선봉에 있는 것은 종교다. 그 다음으로는 서양의 지적 전통에 해당하는 철학일 것이다. 물론 과학 내부에서의 반발도 많았다. 과학 내부에서의 반발은 과학의 속성이 검증과 반증을 통해 발전해 가므로 자연스럽게 도태되지만 종교와 철학은 스스로를 과학과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하므로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는 무관하게 자신들 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

현대 심리학은 인간의 '정신'도 과학적 분석의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했고, 진화심리학에 이르는 과정에서 '정신'도 결국은 뇌의 작용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그 말은 정신과 육체는 별개라는 심신이원론을 바탕으로 성립된 철학은 근본적인 오류 위에 성립해 있다는 말이다. '상대성 이 후 백년'에서 음악 영역을 담당한 한 저자는 "음악이 형식화되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그 결과 음악은 지식인의 전유물에 그치게 된다."라고 했다. 과학이 규명한 심신일원론을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철학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지식인들의 전유물'로 전락했다. 그런 철학의 모습을 다음 책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 제리 포더는 심리인지철학 분야에 수여되는 제1회 장니코상을 수상한 철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로 소개된다. 자신들 만의 리그에서는 대가로 통한다는 이야기다. 이 책의 감수자가 쓴 글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그것을 확인시켜 준다.
"그는 우선 힐러리 퍼트넘Hilary Putnam 등과 함께 심리철학의 주요 이론 중 하나인 기능주의functionalism를 제안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기능주의는 심리적 속성이 신경생리적 속성과 같은 물리적 속성보다 상위 수준의 기능적 속성들에 의해 이해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심리적 속성이 물리적 속성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물리주의와 뚜렷이 대비된다."
"포더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이 책은 철학적, 개념적, 논리적 사고가 여러 분야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과학은 반증을 거쳐 살아남은 이론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철학은 그런게 없다. 오직 사변적 추론에 의한 가설이 어느 시대에는 주류였다가 시간이 흐르면 다른 가설에 주류 자리를 내어주곤 한다.

사변적 추론에 의존하기는 저자도 마찬가지다. 다음 구절들은 증명이 아니라 추론의 연속에 의해 현재의 주장에 도달해 있다는 저자의 생각을 보여준다.
"친숙한 여러 이름들(이요르만이 아니라 촘스키, 다윈, 흄, 칸트, 플라톤, 튜링 등)이 곳곳에 나오는데, 그들의 견해를 거의 정확하게 전달했다면 두말할 필요없이 대단히 기쁠 것이다."
"노예 소년이 기하학을 어떻게 아는지, 그 아이가 도대체 어디에서 그것을 배울 수 있었는지에 대한 플라톤의 물음은 화자/청자가 그들의 언어를 어떻게 아는지 그리고 도대체 어디에서 그것을 배울 수 있었는지에 대한 촘스키의 물음과 거의 매한가지다. 내 생각에 중요한 용어들은 서로 명확히 일치한다."
"합리주의자들은 거의 자명하게 선천론자들이다. 반면에 심적 과정의 본질에 대한 합리주의의 합의는 그보다 불투명하다는 인상을 풍긴다. 그럼에도 나는 그런 합의가 존재하고, 그 합의는 칸트가 요약한 것으로 여겨지며, 뿌리는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가고, 오컴의 윌리엄William of Occam을 비롯한 스콜라철학자들을 통해 우리에게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부분들의 정체성과 배열은 표상의 본질적 특성에 속하는 반면, 배의 색깔은 큰가시고기의 본질적 특성에 속하지 않는 다. 물고기의 정체성은 일반적으로 배의 색깔 변화보다 지속적이지만, 문장의 정체성은 그 통사론이나 논리 형식보다 결코 지속적이지 않다."
"우리는 어떤 인지 내용물이 선천적인가에 대한 결론을 자극의 빈곤 이론으로부터 추론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합리주의 인식론의 한 갈래를 보았다. 그리고 심적 상태는 논리 형식을 가질 수 있다는 개념과, 그 논리 형식은 심적 상태의 인과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개념을 재건하는 합리주의 심리학의 한 갈래도 보았다. 그것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가정들 덕분이다. 즉 심적 표상에는 통사론적 구조가 있고, 생각의 논리 형식은 그에 상응하는 심적 표상의 통사론 형식에 수반하며, 통사론적으로 추진되는 인과관계라는 개념에 의존하는 특별한 '계산'이란 의미에서 심적 과정은 계산적이라는 것이다. 일단은 그렇다."
"예를 들어 '뿔이 있다'는 '공간을 차지한다'보다 더 적은 대상에 해당되고, 그래서 (어쩌면 약간 왜곡된) 어떤 의미에서 뿔에 관한 정보는 공간 차지에 관한 정보보다 더 영역 특수적이다."
"예를 들어 나는 헤겔철학의 관념론자들과 칸트철학의 관념론자들, 실증 철학자들과 실용주의자들, 속성 이원론자들과 실체 이원론자들을 그럭저럭 구분할 줄 안다. 그리고 수렵, 채집인이었던 인류의 조상 할머니도 노력만 했다면 그럭저럭 양자를 구분할 줄 알게 되었으리라 장담한다."


이런 저자가 진화심리학자인 스티븐 핑거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그 중에서도 특히 계산주의 마음 이론과 뇌의 모듈성을 비판하는데, 이게 반증이 아니고 그냥 추론이다.
"그 결과 심리학적 다윈론과 실용주의가 장기적인 연합을 맺었고(예를 들어 듀이Dewey[l922]를 보라), 이 모든 것이 우리 계몽적 합리주의자들에겐 섬뜩하기만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진화적' '생물학적' 또는 '과학적' 세계관에는, 인지의 고유한 기능이 옳은 믿음에 대한 고착이 아닌 다른 데 있다고 입증하거나 심지어 암시라도 하는 설명은 전무하다. 그러나 인지의 고유한 기능에 대한 이 특성 규정은 언뜻 보기에 '영역 일반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므로 코스미디스와 투비는 '인지의 성공이나 실패에 영역 독립적 기준은 전혀 없다'라는 전제를 공짜로 얻어 쓰고 있는 셈이다."
"마음은 대상을 표현할 때 어떤 모듈이 활성화될지를 어떻게 판단하는가라는 '입력 분석' 문제는 단지 '철학적'이 아니라 실제로 실제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이 문제는 실제의 인지과학 연구에서 발생하고 실제의 인지과학자들을 좌절시킨다."
"신종합설은 또한 '인지구조는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라는 가설'을 널리 따르고 있으므로 ...... 나의 기본적인 견해로는, 일반적으로 신종합설이 인지에 관하여 내놓는 적응주의 주장들은 믿을 만한 구석이 거의 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대부분의 과학들은 놀라울 정도로 서로 무관하고, 이 문제에 관해서라면 과학적이든 아니든 대부분의 우발적 진리들도 서로 무관하다."
"내 직관에 의하면 예를 들어 심장의 기능은 그 진화상의 기관들보다는 '만일 심장이 멈추면 나는 죽을 것이다'와 같은 조건법적 서술의 현재적 진리와 더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런 조건법적 서술을 통해 밝혀지는 진리가 한 기관의 기능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마 일반적일 것이다."
"우리의 뇌는 적어도 큰 기준으로 볼 때 유인원의 뇌와 매우 비슷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적어도 큰 기준으로 볼 때 유인원의 마음과 매우 다르다. 그래서 신경계에 비교적 작은 변화가 일어나도 분명 조상 유인원에게서 우리로 이행할 때 인지능력에는 매우 큰 단절(흔한 표현으로 돌연변이)이 발생했을 것이다. 만일 이 생각이 옳다면, 우리의 인지는 다윈론적 선택이 전前 인류의 행동 표현형에 점진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믿을 이유가 전혀 없다."

앞에서 언급한 구절들을 보면, 인간의 정신이 뇌의 작용이라는 것을 과학적 심리학이 밝혀낸 과정에 대해 저자는 거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저자가 지적으로 게을러서 라기 보다는 철학은 과학과 별개라는 생각에 구속되어 있어서 과학에서의 진전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게 바로 철학이 처한 딜레마이다. 저자는 학문에서의 철학과 과학의 헤게모니 투쟁에 철학 편에 서 있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면 그것을 보다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인지과학자들은 대량 실업 사태를 간신히 면할 듯하다. 물론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항상 가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결론이라고 내세운 게 마치 종교가 진화론을 부정할 때 주로 써 먹는 수법인 다음과 같은 언급이다.
"지금까지 인지과학이 마음에 대하여 발견한 것이라고는 대개가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모른다는 것뿐이다."

이 책은 철학이 자신들 만의 리그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어떻게 전문가들의 유희를 즐기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출판 당시의 첨단 과학적 연구 결과를 자신들 만의 방식으로 비판하고 있는 이 책에 대한 독서 추천은 '불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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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킬리사 2018.11.30 1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익한 후기 감사드립니다. 괜찮으시다면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말씀하신 '자신들 만의 방식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저자가 불충분한 논거로 비판하고 있음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2. 잘보고갑니다 2019.03.25 2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쟁통에서 끝발 날렸던 노병을 보는 것 같네요. 그의 시대는 저 멀리 저물었는데, 그저 사라지지 못하는 그는 여기 남아 .

  3. xxk 2019.03.29 1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쓴 분이야말로 철학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비판하시는 것 같은데요. 19세기 이전 철학에서 마음과 몸의 관계를 심신이원론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사실이나, 최소한 20세기 이후에는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 철학자 중에 심신이원론을 받아들이는 학자는 없습니다. 당연히 포더도 마찬가지고요. 포더의 주장을 심신이원론으로 생각하셨다면, 주인장님이야말로 이 책을 전혀 이해 못한 것입니다. 주인장님은 기능주의를 마치 심신이원론인 것처럼 매도하시는데, 기능주의는 그런게 아니라 심적 속성을 그것의 기능으로 이해하자는 겁니다. 기능주의는 심적 속성이 물리적 대상(뇌, 신경)에 구현되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유를 들어 이야기하면, '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컵의 기능에 기반해 '물을 담는 것'이라고 대답하자는 겁니다. 물을 담는 기능이 물리적 대상에 구현되어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유리컵은 유리로 만들었고, 플라스틱컵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고, 종이컵은 종이로 만들었죠. 그런데 '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유의미한 것은 컵이 어떤 구체적인 물리적 재료로 만들었냐는 것보다는 컵이 무슨 기능을 하느냐인 겁니다. 마찬가지로 심적 속성을 이해할 때, 예를 들어 '고통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된 것'(물리적 설명)이라고 답하는 것보다는 '생물에게 회피 반응을 일이키는 것'(기능주의적 설명)이라는 답변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어떤 물리적 대상에 마음이 구현되느냐가 마음의 기능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컵은 액체로 만들 수 없고 뇌가 종이로 되어있다면 마음을 가질 수 없겠죠. 하지만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기능을 이해해야 한다는게 기능주의의 입장입니다. 마음이 물리적 기반 위에 구현되었다는 것을 부정하는게 절대 아니고요.

  4. xxk 2019.03.29 1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고 포더는 (말년에 몇 가지 엉뚱한 주장을 한 것을 빼면) 과학에 무지하면서 사변만 일삼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구글 스칼라에 검색해보면 아시겠지만 7개의 저작이 MIT 출판부에서 나왔고, Perception & Psychophysics, Brain and Behavior Science, Cognition 등 과학 학술지에 논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애초에 계산주의, 모듈성 이론의 정립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포더 본인이고요. 포더가 이 책에서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모듈성 이론 그 자체가 아니라, 모듈성이 인지 과정 '전체'에 걸쳐 있고, 따라서 계산주의가 인간의 '거의 모든' 인지 과정에 대해서 성립한다는 주장('대량 모듈성 논제'라고 부르는데, 스티븐 핑거가 이런 입장)입니다. 포더의 입장은 모듈성과 계산주의가 성립하기는 하되, 인지 과정 전체에 대해서 성립하는 건 아니라는 거고요. 책 내용을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이해해 놓고 사변적이니 그들만의 리그니 하는 엉뚱한 비판만 해대시니 황당하네요.

숨겨진 인격 - 데이비드 데스테노 & 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

독서 2017. 6. 5. 17:00

우리가 '성격'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거의 반드시 '좋고 나쁨'이 결부되게 마련이다. 또 이 '좋고 나쁨'은 '선과 악'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도덕 감정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것은 오류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선과 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도덕 철학에서 논의되어 오던 '선과 악'의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뜻에서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성격이 좋다 또는 나쁘다라는 표현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 의문에 '그렇다'라고 분명하게 답하는 책이 바로 다음 책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Out of Character(성격에 대하여)'이다. 성격의 5대 특성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했던 대니얼 네틀의 책 '성격의 탄생'과는 달리 여기서는 성격의 '좋고 나쁨'이라는 평가가 오류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의문에서 부터 글을 시작한다.
"우리는 한 번의 선행만으로는 좀처럼 그사람의 인격이 좋다고 판단하지 않지만 그 반대의 판단을 내리는 데는 주저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폴 로진(Paul Rozin)의 연구에서 드러나듯,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성향이 있다."


사람들이 도덕적 딜레마에 봉착했을 때 흔히 하는 비유가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천사와 악마가 양쪽 귀에 속삭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비유가 틀렸음을 이야기한다.
"'천사 대 악마'라는 관점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세 가지 큰 문제를 갖고 있다. 첫째, 결투를 벌이는 서로 다른 목소리는 좋고 나쁜 목소리가 아니다. 거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 낮은 목소리에는 뿔도 없고 후광도 없다. 둘째, 어떤 목소리가 진실인지 결코 단정할 수 없다. …… 셋째, 내면에서 일어나는 대결은 대개 공정치 못하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성향과 장기 이익을 위해 단기 이익을 희생하는 성향의 견제와 균형을 제시한다.
"한 쪽에는 단기적으로 눈앞의 보상이나 즐거움을 중시하는 정신 체계, 즉 베짱이가 있다. 다른 쪽에는 장기적 상황에, 그러니까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이 최선인가를 중시하는 정신 체계, 즉 개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베짱이는 늘 악을 추구하는 세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미의 정신 체계와 베짱이의 정신 체계는 모두 최선의 이익을 추구한다. 다만 시간대가 다를 뿐이다."
"흔히 사회자본이라고 말하는 장기적이고 안정된 관계는 사실 심리학자 존 카치오포(John Cadoppo)를 비롯해 여러 학자가 인간 행복의 기초 중 핵심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단기 목표에만 치중하면 상부상조하는 안정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다른 무언가가 단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이 충동을 자제해 주어야만 한다. 바로 여기에 개미의 정신체계가 끼어든다. 미래에 보상을 얻으려면 지금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는 체계다."


저자들은 전통 철학에서의 논의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간다.
"역사적으로 '좋은' 인격은 합리적 사고, 그리고 자기통제와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스토아학파는 선이 자기 훈련에서, 즉 삶에서 감각적 쾌락의 유혹에 저항하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보았다. 그리고 거의 2,000년이 지나 칸트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칸트에게 선이란 모든 정신력을 통제하고, 자유의지를 '선택하는 힘'으로 이용하는 것을 뜻했는데, 자유의지는 "끌림에 좌우되지 않는 이성으로 판단할 때, 현실에서 꼭 필요한 유일한 것, 즉 선한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행동방침이 최선인지 찾아내어 그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저자들이 저 구절을 언급한 것은 전통 철학에서의 논의를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라 과학적 심리학에 의해 부정되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함이다.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면 그렇다.
"논리적으로 아무리 멋진 이론이나 사고실험도 실제 상황에서 나온 자료에 비할 바 아니다."

이어서 '위선 대 도덕', '사랑과 욕정', '자부심과 오만', '연민과 잔인함', '안전 대 도박', '포용 대 편협'이라는 소제목으로 같은 성격 영역에 포함되지만 앞에서 말한 개미와 베짱이 중 어느 요인이 더 강하냐에 따라 달리 불리는 것을 설명한다. 단기 이익을 추구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더 유리(위선)하지만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생각한다면 정직(도덕)해야 한다. 짝짓기에서 단기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가능한 한 많은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섹스를 많이 한다는 것을 의미(욕정)한다. 그러나 종의 생존에는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는 것 뿐만 아니라 자손을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자식을 키우는 데 헌신(사랑)하게 된다. 자부심에 관한 내용은 다음 구절이 잘 표현하고 있다.
"자부심에는 두 가지 주요 기능이 있다. 인내할 동기를 부여하는 기능과 나의 가치를 남에게 알리는 기능이다. 그 최종 결실인 높은 사회적 지위는 지금 당장, 그리고 미래에까지도 대단히 바람직한 결실이다. 문제는 그 지위를 얻기까지 단기적으로 적절한 노력을 기울일 마음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비슷하다고 느끼면 선호(연민)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반해 어떤 이유에서든 다르면 경계(잔인)하는 성향이 있다. 또, 합리적 의사 결정 모델에 의하면 인간은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용의주도하게 계산해 결정(안전)을 내린다. 그러나 생생하고 즉각적인 보상이 눈 앞에 있으면 '위험'을 거부하기 힘들다는 것도 밝혀져 있다. '포용과 편협'도 '연민과 잔인함'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주변의 존재들을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분류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내집단은 당연히 '포용'의 대상이고, 외집단은 배척(편협) 대상이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인격을 최적화한다고 해서 늘 '좋은' 사람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늘 '나쁜' 사람이 되어 그럭저럭 살아남길 바란다는 뜻도 아니다. …… 중요한 점은 융통성이다. 우리 정신체계가 융통성을 발휘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가 헤쳐 나가는 세상이 단순하다면 금언이니 계율이니 하는 것들만 따르면 쉽게 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상황이 바뀔 때마다 그 순간의 필요와 기대에 맞춰 어떻게 행동할지 새로 따져봐야 한다. 이는 서로 경쟁하는 양자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수학이나 건축학을 공부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황금비율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황금비율은 특별한 성질이 있는 비율로서 예술이나 건축의 여러 요소를 이 비율에 따라 구성하면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 인간의 눈에 가장 만족스럽게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다빈치의 <모나리자>에서 달리의 <최후의 성만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파르테논 신전에서 피라미드에 이르기까지 근대 문명의 걸작 중 상당수에서 황금비율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 황금비율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이 또 하나 있다. 그 비율이 무리수라는 건데, 다시 말하면 소수점 아래 숫자가 반복되지 않고 계속 바뀐다는 뜻이며, 똑 떨어지지 않는 숫자라는 뜻이다.
   인격을 최적화할 정확한 지점을 찾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최적의 지점이 있지만, 그 지점은 황금비율처럼 항상 상황에 맞게 조정된다. 우리는 그 지점에 가까워질 수 있지만 새로운 상황에 따라, 새로운 정보에 따라, 그리고 우리 내면의 개미와 베짱이가 서로 선수를 치려고 수를 쓰면서 우리 행동을 자기 목표로 끌고감에 따라 완벽한 균형점도 끊임없이 이동한다."


이 책에는 전통적인 도덕 철학에서 이야기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다른 이야기가 단지 사변적 추론에 의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과학적 검증을 거쳐 나온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인간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분석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책도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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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의 탄생 - 대니얼 네틀

독서 2017. 6. 2. 17:34

우리는 흔히 타인을 지칭하면서 '성격이 어떻다'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 성격이라는 것이 평생 변하지 않는 것으로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심리학자들은 '성격'에 대해 여러가지로 정의했지만 지금은 크게 다섯가지 범주로 나눈 것을 대체로 받아들인다. 이 다섯가지 성격의 범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은 책이 다음 책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그냥 'Personality(개성 또는 성격)'이다. 저자는 먼저 성격의 5대 특성 범주를 소개한다.
"'5대 성격특성' 흑은 '5대 성격요인 모델 model of personality' 또는 '빅 파이브Big Five' …… 이 모델의 기본 개념은 인간의 성격은 외향성extraversion, 신경성neuroticism, (신경증 또는 신경 과민을 말한다) 성실성conscientiousness, 친화성agreeableness, 개방성openness이라는 다섯 가지 특성으로 결정되며, 모든 사람은 이 다섯 가지로 성격 점수를 매길 수 있고, 이 점수를 알면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 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책에서는 5대 범주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해서 OCEAN이라고 하기도 한다.

저자는 성격이 심리학 연구 대상이 되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진화심리학자의 최초 관심사는 인간이 가진 일반적인 정신 메커니즘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초기 진화심리학자들은 개인 간의 차이에 거의 관심이 없었고, 성격심리학에 진화론적 사고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런 추세도 바뀌고 있다. 우리는 인류가 아니라 같은 인종의 개인들 간에도 기질상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다수의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는 사물을 가능한 한 잘 계량화하려고 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제대로 계량화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사실 '학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심리학과 '그렇지 못한' 심리학을 구분하는 기준은 계량화의 정도다."
"따라서 성격을 표현하는 것은 결국엔 사람들 간의 신경생물학적 차이, 심지어 사람들 간의 유전적 차이를 표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신경심리학의 중심 논제다."
"심리학이 추구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해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예측을 하려는 것이지, 인간이 언제 무엇을 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별 범주들에 대한 광범위한 설명이 있지만 모두 요약할 수는 없으니 (나의 생각에) 핵심적인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요약한다.
"외향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외향성 수치가 낮은 사람보다 사교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말이 더 많으며, 파티를 더 좋아하고,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한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또 외향적일수록 다른 사람보다 사람을 더 빨리 사귄다."
"기쁨과 흥분의 반대는 슬픔과 두려움이 아니라 기쁨과 홍분이 없는 상태- 지루한 무감각 상태 -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긍정적인 감정의 양으로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의 양을 알 수 없다. 한사람의 긍정적인 감정의 양과 부정적인 감정의 양은 서로 독립적이며, 아무런 관계가 없다."
"외향성에 차이가 나는 것은 자극과 동기에 반응하는 긍정적인 감정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외향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자극과 동기에 대한 반응성이 크고, 따라서 사교, 성공, 칭찬, 로맨스를 통해 열정적으로 홍분을 느끼려고 한다. 반면 외향성 수치가 낮은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시스템의 반응성이 적고, 따라서 사교, 성공, 칭찬 등에서 얻는 심리적 혜택도 적다."

"외향성이 긍정적인 감정과 관련 있는 것처럼 신경성은 부정적인 감정과 관련 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감정이란 무엇인가? 공포, 걱정, 모욕감, 죄책감, 혐오, 슬픔 등의 감정으로, 이런 감정을 경험하면 불쾌하며, 이 불쾌감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하나의 설계특징design feature이 된다. 긍정적인 감정이 존재하는 이유(설계특징)가 우리로 하여금 좋은 것을 추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면, 부정적인 감정이 만들어진 목적은 우리로 하여금 먼 조상 때부터 나빴던 것을 피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부정적인 인생사에 더 강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그렇게 반응할 부정적인 인생사도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많은 요인들-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이 있다. 첫째, 신경성은 유전되어 가족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신경성 수치가 높은 가족 구성원이 우울증, 자살, 그리고 친척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른 여러 유형의 고통에 시달릴 가능성이 평균보다 크다. 둘째,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자부심이 낮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큰 일이라 해도 그것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 셋째, 부정적인 감정은 피하려고 했던 바로 그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5대 성격특성에서, 충동 통제와 관련된 성격은 성실성conscientiousness이다. 성실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절제력이 있고, 체계적이고, 자신을 잘 통제하는 반면, 성실성 수치가 낮은 사람은 충동적이고, 제멋대로이며, 의지가 약하다."
"외향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외향성 수치가 낮은 사람보다 음주, 마약, 또는 스릴 넘치는 도박게임에 더 열광한다. 이런 일들이 측좌핵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향성 수치가 높은 사람이 성실성 수치도 높으면 음주, 마약, 도박이 가져다주는 흥분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것을 끊을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다음날 일을 해야 하거나, 훨씬 더 짜릿한 스카이다이빙을 즐기기 위한 돈을 저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사람이 추구하는 보다 중요한 다른 목표나 규범을 위해 주변환경으로부터 유발되는 반응- 마약, 알코올, 도박 등 그것이 어떤 보상을 주는 반응이든 간에 -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뇌 메커니즘이 있다. 이런 통제 메커니즘이 강한 사람은 매우 절제력 있고 성실하며, 그 통제 메커니즘이 약한 사람은 충동적이다."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현상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 즉 어떤 심리작용으로 인해 인간이 타인 존중 행위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한 답은 꽤 분명한데, 현상적인 이유의 관점에서 타인 존중 행위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라는 광범위한 정신 메커니즘과 관련되어 있다. 마음이론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정신상태(마음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마음이론을 통해 우리는 건너편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이 허기를 '느끼고' 음식을 '원하며' 우리가 그에게 음식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친화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협조적이고, 사람을 잘 믿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반면, 친화성 수치가 낮은 사람은 차갑고, 적대적이며, 온순하지 않다."
"관계지향성과 도덕적 기쁨이 높은 친화성의 특징이라면, 낮은 친화성의 특징은 무엇일까? 친화성이 낮은 사람은 타인을 믿거나 돕는 경향이 적고, 냉정하거나 적대적인 경향이 많으며, 인간관계가 별로 조화롭지 못하고, '위로' 같은 상호주의적이고 협력적인 단어 보다는 '공격' 같은 성취 지향적이고 경쟁적인 단어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마음읽기와 공감하기 같은 마음이론 작용이 적으면 타인을 불신한다. 결국, 타인의 마음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을 적대적으로 본다."

자폐증과 사이코패스도 이 친화성과 연관이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을 간단하게 요약해 버리면 잘못 전달될 소지가 대단히 크므로 직접 읽어 보길 권한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개방성은 특히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능력, 그리고 독창적인 예술작품과 관련이 있다."
"긴즈버그와 <아우성>에서 발견한 네 가지 특징- 광범위한 연상, 규범과 인습에 대한 부단한 저항, 초자연적인 믿음, 정신병 증상의 경험 -은 시인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보다 일반적으로는 하나의 성격으로서 개방성의 특징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 네 가지 특징은 지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보통 전통에 반항하는 태도를 보이며, 정치적으로 진보적이고, 기존 제도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고 한다."


이어서 성격특성과 지능의 차이점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재치와 기민함에 대해서는 이미 훌륭한 연구가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지능이라고 부른다. 지능은 다른 성격특성과는 다르다. 우리가 이해하는 한 지능은 뇌 시스템 전체의 전반적인 효율성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언어나 비언어 문제의 해결, 그리고 손재주가 뛰어나며, 신경세포의 자극이 팔로 전달되는 속도가 빠르다. 반면, 5대 성격특성은 신경 시스템 전체의 전반적인 '효율성'이 아니라, 외향성의 보상 메커니즘이든, 신경성의 위협감지 메커니즘이든, 친화성의 감정이입 메커니즘이든 간에, 어떤 구체적인 메커니즘의 상대적인 '활성화'를 말하는 것이다."

또 성격특성에 유전적 기여도는 대략 50% 정도이며,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영향은 거의 없다는 점은 대체로 학자들이 합의했지만 그 나머지는 자식들이 개별적으로 겪게 되는 경험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아직 확정적인 가설은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장남 또는 차남 같은 형제 서열이 성격특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프랭크 설로웨이의 가설이 지금은 부정되었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 성격특성 연구에서 드러난, 때로는 우리의 직관과 일치하기도 하고 완전히 다르기도 한 사실들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려 두었다.
"이 책의 긍정적인 메시지는 여러분의 기본적인 성격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5대 성격특성은 모두 그 수치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더 좋거나 더 나쁜 성격이란 없다(각 수치가 중간 정도라면 특별한 장점은 없겠지만 특별한 단점도 없다. 따라서 이 경우도 더 좋다거나 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자신이 물려받은 성격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는 행동 패턴을 찾는 것이다."

이 책은 심리학계에서 가장 널리 수용되는 5대 성격특성의 장단점, 그건 특성이 드러나게 되는 신경생리학적 바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자신과 타인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강력 추천 목록의 앞자리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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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도약 - 닉 레인

독서 2017. 6. 1. 17:12


이 책은 저자가 '생명의 기원'에서 부터 '죽음'까지 진화사의 10대 사건(물론 저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을 뽑은 뒤 각 사건마다 한개의 장을 할당하여 과학적으로 검증된 설명들을 바탕으로 훓어본다. 이 책이 출판된 년도가 2008년인만큼 가장 최신의 진화론에 대한 설명서이자 현재 우리가 진화의 도정에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각 사건마다 저자가 섭렵한 광범위한 자료와 연구 결과에 의한 설명이 있지만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개략적으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생명의 기원
생명의 기원은 과거에서 현재로의 접근 방법과 현재에서 과거로의 접근 방법이 있다. 당연하게도 생명의 기원을 찾는 문제는 과거에서 현재로의 접근 방법에서 돌파구가 생기는 듯 했다. 무기물 상태의 지구에서 유기물이 생기는 과정을 탐구한 밀러-유리의 실험이 그러했다. 원시 대기였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기체 구성에 번개의 대체재로 스파크를 일으켜 '원시 수프'라고 일컬어지는 유기물 합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생명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해야만 하는 유기물의 생성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진짜 길잡이는 '현재에서 과거로'의 접근법에 의해 도출된다. 생물체의 공통점을 면밀하게 조사해 본 결과 모든 생명체는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포의 물질대서의 핵심 반응이 '크레브스 회로 Krebscycle'라는 작은 반응회로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회로의 역할에 관한 저자의 언급을 직접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 의학 연구를 통해서 크레브스 회로가 생화학에서만큼 세포생리학에서도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 그러나 더욱 놀라운 점은 크레브스 회로가 거꾸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 크레브스 회로는 (음식물에서 얻은) 유기 분자를 소비하여 수소(호홉에서 산소와 함께 연소된다)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이 회로는 대사 경로의 전구 물질을 공급할 뿐아니라, ATP 형태의 에너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수소를 내놓기도 한다. 크레브스 회로가 거꾸로 작동하면 이 반대 작용이 일어나는데,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흡수해 생명의 모든 기본 구성 성분인 새로운 유기분자를 형성한다. 회로가 역전되면 에너지를 만드는 대신 ATP(아데노신삼인산adenosinetriphosphate)를 소비한다. ATP와 이산화탄소와 수소가 공급되면, 크레브스 회로는 마술처럼 생명의 기본 구성 성분을 만들어낸다."
"크레브스 회로는 유전자에 의해 ‘발명’된 것이 아니라, 열역학과 화학적 확률의 문제다."

생물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동일한 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얻거나 반대로 유기물을 만들어낸다면 이는 무기물로 가득찬 지구에서 생명이 처음 발생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2. DNA
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전자이다. 유전자의 존재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바탕이 된다.

3. 광합성
광합성은 식물의 잎에 존재하는엽록소를 통해 태양빛을 흡수하여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폐기물로 나오는데 이 산소의 역할이 막대하다. 그 역할에 대해 저자의 언급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원시) 대기와 물에서 뿌연 안개와 먼지를 제거한 요소가 바로 산소의 정화 능력이다. 또 광합성이 없었다면 자유 산소free oxygen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대양도 없었을지 모른다. 산소 없이는 오존도 있을 수 없다. 또 오존이 없므면 엄청난 세기의 자외선이 거의 차단되지 없을 것이다. 자외선은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한다. 산소는 천천히 형성되며 공기 중에는 전혀 축적되지 않는다. 대신 암석에 있는 철과 반응하여 암석을 녹의 색깔인 붉은색으로 바꿔놓는다. 그리고 가장 가벼운 기체인 수소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흩어질 것이다."
"세균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완벽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세균은 탁월한 전기화학적 능력을 지니고 있어 사실상 어떤 분자로도 에너지를 얻는 반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균이 메탄과 황같은 분자를 반응시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발효로 얻는 에너지를 모두 합쳐도 산소 호흡의 막강한 능력에 비하면 보찰것없는 양이다. 산소 호흡은 말 그대로 산소를 이용해 음식을 태워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완전히 산화시키는 것이다. 산소 호흡 외에는 다세포 생명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모든 동식물은 다만 생활사의 한 시기일지라도 산소에 의존한다."

즉 산소의 존재는 생명체가 존재하는데 필수적인 물리적 환경을 구성한다는 의미이다.

4. 진핵세포
"복잡한 생물체는 모두 진핵생물이다. 진핵생물을 뜻하는 eukaryote 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는데 'eu'는 '진짜', 'karyon'은 '핵'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진핵세포는 진짜 핵이 있는 세포이며, 이것이 바로 핵이 없는 원핵생물pro-kayote인 세균과의 차이점이다."
"핵은 세포의 '지휘 본부'로, 유전물질인 DNA가 가득 들어 있다."
"이 세상에는 한결같은 원핵생물과 변화무쌍한 진핵생물이라는 두 종류의 생물이 있다."
핵이 없는 원핵생물과 핵이 있는 진핵생물이 동일한 물질대사를 하면서도 전자는 긴 진화 시간대에 변화없이 존재했고 후자는 인간을 포함하여 변화무상한 생태계를 만들어 내었다는 점에서 진핵세포의 등장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5. 성
무성생식에 비해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종이 더 번성하였다는 것은 진화적인 이점이 있다는 의미이고 그 이점은 다음과 같다.
"유성 생식은 무성생식에 비해 (두 배의 비용이 들지만) 거의 모든 환경에서 문제를 더 잘 풀어나간다. 그 차이는 개체군의 변화가 심하고 돌연변이 속도가 빠르고 선택압이 강할 때 두드러진다."
"성은 한 개체 안에서 최고의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 해로운 돌연변이를 제거하고 귀중하고 혁신적인 특성을 한데 합치는 능력이 있다."


6. 운동
성과 마찬가지로 운동성은 우리 눈에 분명하게 보이는 생물체의 특징이지만 그 메카니즘이 규명되는 것은 현미경의 발달고 궤를 같이 한다. 17세기에 네덜란드의 안톤 반 레벤후그가 광학현미경으로 근육의 구조를 관찰하였고, 갈바니가 개구리 해부 실험 중 근육 수축이 전기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이래, 최근에 이르러 전자현미경의 발달과 생화학의 발전에 힘입어 분자 모터(모터 단백질)까지 밝혀냈다.

7. 시각
눈의 정교함은 기독교가 '신의 셜계' 가설을 내놓을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그 눈도 눈 만을 위한 기관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생물체에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크리스탈린이라는 단백질을 활용하여 수정체를 만들고 망막은 로둡신이라는 단백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정교한 설계에 의해 눈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단백질들을 긁어 모아 눈으로서 기능하도록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때 '지적 설계론'으로 기독교를 방어하려는 논리가 붕괴되고 진화론이 더욱 강조되는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8. 온혈성
"대사율이란 심장이 뛰는 속도, 세포에서 산소로 영양분을 태우는 속도다. …... 기력이 쇠하거나 체중이 불어나는 속도는 대체로 대사율에 의해 결정되며, 개인마다 다양한 대사율을 타고 난다. 만약 두사람이 똑같이 먹고 똑같이 운동을 하더라도 휴식을 취할 때 태우는 열량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온혈동물과 냉혈동물 사이의 사이에서 대사율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체온은 모두 대사율, 곧 생명의 속도와 연관이 있다. ….. 동물에서 생화학적으로 의미 있는 온도 범위인 섭씨 0~40도 사이에서 나타나는 효율 차이는 충격적이다. 이를테면 이 범위 안에서 체온이 섭씨 10도씩 올라갈 때마다 산소 소비는 2배씩 증가하며, 이에 맞춰 체력도 좋아진다. 따라서 체온이 섭씨 37도인 동물은 체온이 섭씨 27도인 동물에 비하면 체력이 두 배 향상되며 체온이 섭씨 17도인 동물에 비해서는 네 배가 향상된다."

체력이 좋은 동물이 생존에 유리한 것은 말할 것도 없으므로 강한 체력이 적응했을 것이다.

9. 의식
진화론은 거의 항상 인간의 의식을 규명하는 일에서 정점을 이룬다. 그만큼 인간이라는 종이 동물계와의 관련성만큼이나 특이성도 가지고 있으며 그 특이성은 의식의 존재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의식을 규명하는 일은 아직도 많은 논란거리 속에 가설들이 등장하고 사라져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의식을 완전하게 규명했다고는 말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언급에서 저자의 생각을 살짝 옅볼 수는 있겠다.
"전자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일 수 있다면, 정신과 물질이 한 사물의 서로 다른 일면이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10. 죽음
저자는 특이하게도 진화의 마지막 사건으로 죽음을 꼽았다. '생명체는 죽는다'는 관념은 오랜 세월 동안 생명체에는 예외없는 법칙처럼 인식되어서 인지 죽음이라는 현상과 진화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좀 의아하기는 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노화와 질병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죽음도 필연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거의 알게 되었다.
"세포의 삶과 세포의 죽음 사이에는 장기적인 균형이 존재한다."
"최초의 군체는 생식세포와 체세포의 차이라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세포가 분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대체될 수 있는 체세포는 생식 세포 계열에 종속되기 시작했다. 세포가 전문화될수록 몸 전체, 특히 생식 세포 계열의 이득은 커졌다. 모든 세포 중에서 가장 분화된 세포는 인간의 뇌에 있는 뉴런이다. 여느 평범한 세포들과 달리 뉴런은 사실상 대체가 불가능하다. 뉴런 하나는 무려 1만 개의 시냅스 연결을 형성하고 있으며, 각각의 시냅스는 우리 각자의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 뇌는 대체할 수 없다. 죽은 뉴런을 대체할 공통의 줄기세포 집단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언젠가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뉴런의 줄기세포 집단을 만드는데 성공하더라도, 뉴런을 대체할 때 우리 자신의 경험까지 함께 얹어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영원한 생명의 대가는 우리 각자의 인간성이 될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했다시피 '현재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영원한 생명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 말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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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시계공 - 리처드 도킨스

독서 2017. 5. 31. 17:13


진화론의 현대적 종합이라는 신다윈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 <확장된 표현형> - 그리고 이 책 <눈 먼 시계공> 순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18세기 윌리엄 페일리가 진화론에 반대하는 논거로 시계공의 예로 들면서 "시계와 같이 정교한 장치가 설계자도 없이 우연히 만들어질 수 없다"라고 한 말에 대한 반론의 형식으로 붙인 것이다. 페일리의 그 주장은 그 뒤 오랫동안 신에 의한 지적 셜계론의 바탕이 된다. 아무튼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연선택은 마음도, 마음의 눈도 갖고 있지 않으며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하지 않는다. 전망을 갖고 있지 않으며 통찰력도 없고 전혀 앞을 보지 못한다. 만약 자연선택이 자연의 시계공 노릇을 한다면, 그것은 '눈 먼' 시계공이다."

도킨스는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공격을 받았다. 하나는 '이기적'이라는 비유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눈 먼 시계공'이라는 비유가 의미하는 것, 즉 자연계에서 '신의 역할은 없다'는 것 때문이다. 둘 다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진화론의 주장, 그리고 도킨스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예 이해할 생각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다윈의 입을 빌어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윈이 지적했듯이, '개인적인 불신에서 비롯된 주장'은 극히 빈약한 주장이다."
도킨스의 주장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다면 진화론에 대한 반박은 대단히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종교계의 부당한 공격에 시달리던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통해 아예 무신론을 주장해 버린다. 그리고 무신론의 최전선에서 아직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도킨스는 다음과 같은 말한다.
"진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우리 인간이라는 믿음은 터무니없는 인간 허영심의 산물에 불과하다. 실제 상황에서 선택의 기준은 항상 단기적인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개체의 생존이거나 아니면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성공적인 번식이다. 수백만 년이 흐른 뒤에 뒤돌아 보았을 때 그 과정이 어떤 머나먼 목표를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간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단기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여러 세대에 걸친 우연적인 결과이다. '시계공', 즉 '누적적인 자연선택'은 미래를 알지 못하며 장기적인 목표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
이 말이 타당하다면 신이 들어설 자리는 아예 없다. 다윈 이전에도 유일신 신앙인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있었다.
"다윈 이전의 무신론자라면 흄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을 것이다. "나는 생물의 복잡한 형태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단지 신이 그 해답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가 더 좋은 설명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뿐이다.""
불행하게도 흄은 진화론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등장하기 전에 이런 말을 함으로써 별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 책은 단지 분자 생물학 차원에서의 진화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론을 비판자들에게 좀 더 분명하게 설득시키겠다는 의도로 쓰였다. 그래서 책의 후반부는 비판 가설에 대한 반박 내지 해설에 할애하고 있다. 다윈주의 진화론은 세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변이, 유전, 선택'이 그것이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던 그 시기에 이미 멘델은 유전에 관한 초기 이론을 세워두었다. 그러나 다윈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에 유전 현상이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꽤 오랫동안 멘델을 추종하는 사람들도 다윈주의 진화론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20세기 초에 이르러 R.A. 피셔에 의해 멘델의 유전론이 다윈주의 진화론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피셔 이후의 진화론을 신다윈주의라고 한다.

그 외에도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 '획득 형질의 유전' 가설을 거의 폐기 처분하고, 고생물학자 굴드에 의해 주장된 '단속 평형설'도 신다윈주의 진화론의 대립 가설이 아니라 그 일부로 포함될 수 있는 것임을 보였다.

진화론에서 도킨스가 차지하는 위치는 다윈과 거의 비슷한 반열이라고 볼 수 있으며, 어떻게든 종교를 옹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도킨스가 넘기 힘들 장벽으로 느껴질 그런 인물이다. 진화론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도킨스의 저작들은 꼭 읽어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그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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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자연선택, 종교, 지적 설계, 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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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 그 후 100년 - 정재승 기획

독서 2017. 5. 28. 17:00

아인슈타인은 가장 널리 알려진 천재 물리학자 중 한명이며, 상대성이론도 이해의 여부와 관계없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GPS의 원리가 상대성이론에 포함되어 있다든가,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상대성이론 때문이 아니라 광전효과란 것 때문이라는 것 등은 또 생소하다. 아무튼 뉴턴이 중력 이론으로 근대 과학을 열었다면, 상대성이론은 양자역학과 더불어 20세기의 또 다른 과학혁명을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상대성이론이 발표된지 어느듯100년이 지났고, 그에 대한 평가가 없을 수 없다. 물리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예술과 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대성이론 100년이 지난 지금 각 분야에 미친 상대성이론의 영향을 엮은 책이 나왔다. 다음 책이다.


이 책은 모두 14명의 저자들이 쓴 글을 정재승 KAIST 교수가 엮은 것이다. 먼저 상대성이론의 등장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아인슈타인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05년 한 해 동안 중요한 논문 세 편을 차례로 발표하게 된다. 이들 논문은 모두 하나같이 19세기의 물리학자들이 수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해결인 채로 남겨져 있던 어려운 문제들을 파헤쳐 물리학 역사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나는 브라운 운동에 관한 이론으로서 분자의 존재와 분자의 열운동을 실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논문 한 편은 빛이 입자와 같은 성질을 지닌다는 광량자 가설을 서술한 논문이었는데, 1900년에 플랑크(M.K.E.L. Planck. 1858-1947)가 주창한 양자 가설을 더욱 발전시켜 양자 역학에의 길을 열어 준 계기가 되었으며 1921년 이 논문으로 노벨 물리학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유명한 연구 업적이라 할 수 있는 특수상대성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그것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대담한 가설이었다."

상대성이론이 바꾼 시간과 공간에 대한 통념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상대성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존재' 형식에 대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우리 인간을 비롯한 삼라만상이 존재하는 세계는 1차원인 시간과 3차원인 공간이 따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4차원인 시공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이전에는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의 설명에 따라 시간과 공간을 각각 분리되어 서로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절대적인 외부라고 인식했으나,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과 시간, 시간과 공간, 공간과 공간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화하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물리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상대성이론의 영향'이라는 주제는 좀 애매한 것이다. 그것은 영향이라기 보다는 상대성이론이 드러낸 그 관념의 변화가 다른 분야에서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고 표현해야 마땅할 것이다.
"피카소나 달리 같은 예술의 천재들이 4차원의 수학을 알았던 것일까? 다만 <아인슈타인, 피카소>라는 책을 쓴 과학철학자 아서 밀러의 말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에서 피카소는 화폭 위에서 깨달은 것뿐이리라."

한 저자는 아인슈타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의 천재성에 대한 통념과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아인슈타인의 창의성이 보통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번득이는 영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10 년에 걸친 노력 그리고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 창의성을 높게 사는 지적 분위기와 커뮤니티의 형성, 다양한 지적, 물질적 밑천들의 결합, 중심과 주변 간의 적절한 거리가 결합해서 분출된 것임을 지적했다."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책 '아웃라이어'(이 블로그에 요약이 올라 있다)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논한 바 있다. 그리고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씩 투입했을 때 대략 10년에 해당한다. 그리고 여러 심리학 책에서도 천재는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서 드러남을 보여주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경우도 그 발견의 한 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이야기한 것이다.

또 다른 저자는 철학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철학은 과학의 경험적 방법으로서는 접근할 수 없는 초경험적인 세계를 다루므로 개별 과학의 성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철학자들도 많았다. 이들은 과학기술은 물질 문명적인 것인데 비해 철학과 문학 등은 정신문화세 속하며, 정신문화가 물질문명보다 차원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술을 제외한 음악이나 사진, 애니메이션, 건축 등에서의 상대성이론의 등장의 의미를 연결하는 내용들은 좀 부실하다.
"사진은 사진적 사실성(photographic reality)이라는 엄격한 현실의 복제를 바탕으로 하여 사진가의 주관적 필터로 거른 인간과 세계에 대한 경험을 나눔으로서 삶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 갔다."
"비록 반음계주의에서 발전했으나, 온음과 반음을 완전히 동질시하는 무조음악은 마치 상대성이론의 시간과 공간의 동질성이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와도 유사하다. 특히 쇤베르크가 도입한 작곡 기법인 역행과 전회는 작곡이라기 보다 작용(operation) 으로서, 시간 역행(time reversal) 등 상대성이론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개념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음악 분야의 저자는 상대성이론의 등장 의미와는 무관하게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한다.
"정립된 이론과 규칙성에 따라 작곡된 음악은 듣기에 좋든 귀에 거슬리든 간에 창작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대중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깊은 음악적 소양과 지식을 가진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음악들이 생기게 되니, 이러한 경향을 형식화(stylization)라고 한다. 이 형식화는 비단 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어서, 예술이나 학문 전 분야에 걸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음악이 형식화되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그 결과 음악은 지식인의 전유물에 그치게 된다."


그에 비해 광고 분야에서는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아슈타인이 태어나서 정열적으로 활동한 시기가 바로 대중사회의 완숙기였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일거리를 찾아 삼삼오오 도시로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이 몇 백 년에 걸쳐 오늘날과 같은 대중 사회를 이루기에 이르렀고 20세기 초엽 비약적으로 발전한 다양한 매스미디어는 만민 공통의 인기 스타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인기 스타 그룹에는 비단 연예인들만 해당되지 않았다.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그리고 과학자든 간에 그 출신성분(?)을 막론하고 세계인의 이목을 끈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신전(萬神殿)에 오를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매스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대중사회의 속성이니 말이다."
"단지 광고는 오늘날 대중이 아인슈타인에 대해 품고 있는 이미지와 환상을 그려내는 데 충실할 뿐이다."


이 책은 상대성이론에 대해 물리학에 어두운 대중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을 담고 있어서 독서 추천은 '일독을 권함'으로 할 말 만하다.


Posted by think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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