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기적'이라는 말에 의해 촉발된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비록 그 자체가 불쾌하게 여겨지거나 어쩌면 부분적으로는 부당하게 여겨지더라도, 그것을 믿고 퍼뜨리고자 하는 적극적인 소망에는 진위가 확실치 않은 것도 존재한다."
그리고 '유전자 결정론' 또한 전적으로 오해 또는 몰이해에 의한 것임을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은 원칙적으로 서로 차이가 없다. 어떤 원인에서 오는 것이든 그 영향에는 바꾸기 힘든 것도 있고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영향은 보통 바꾸기 힘들다 해도 적정한 작용인자를 부여받으면 쉽게 바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유전적 영향이 환경적 영향보다 더 비가역적이라고 기대할 통상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적응과 자연선택에 대한 엄밀한 개념 정의, 그리고 적응이 이루어지는 수준이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자임을 분자생물학 및 유전학의 결과를 바탕으로 깊이있게 논의한다. 저자도 책에서 밝혔지만 독자들이 분자생물학에서 주로 나오는 용어들에 대한 일정한 이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쓰여진 책인만큼 따라가기가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잘 모른다고 해서 책의 주된 메시지를 이해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유전현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너무 포괄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반 대중들 뿐만 아니라 생물학자들조차도 자연선택이 작용하는 수준이 '집단'은 아니더라도 '개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에 의하면 그 수준은 유전자까지 내려간다.
"선택이 작용하는 수준은 생물체가 그룹 또는 그보다 더 큰 단위가 아니라 유전자 또는 작은 유전 물질의 조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 여기에서는 유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선택이 개체 수준에서는 외견상 불완전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인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게다가 우리가 그냥 유전자 또는 DNA로만 알고 있는 것도 자연선택과 관련하여 좀 더 세분화된다.
"1957년에 벤저Benzer는 유전자란 이미 단 하나의 단위 개념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고 논하고, 그것을 세 개의 단위 개념으로 나누었다. 뮤톤muton은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최소단위, 레콘recon은 재조합의 최소 단위 그리고 시스트론cistron은 직접적으로는 미생물에만 들어맞는 방식으로 정의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폴리웹티드 사슬의 합성을 담당한 단위와 같은 것이었다. 이에 더불어 제4의 단위로서 옵티몬optimon이라는 자연선택의 단위를 제안했다(Dawkins,1978b) 그것과는 독립적으로 마이어도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렉톤selecton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옵티몬(또는 세렉톤)이란 우리들이 적응을 무엇인가의 '이익을 위해서'란 입장에서 말할 때에 언급하는 그 '무엇인가'이다."
그리고 유전자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진화를 분명하게 정의한다.
"진화는 대체 가능한 자기복제자의 생존력의 차이가 외부에 가시적인 모습으로 표현된 것이다(Dawkins, 1978a) 유전자는 자기복제자이며 생물체나 생물체의 집단은 아무리 보아도 자기복제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것들은 자기복제자가 그것에 타고 이리저리 여행하는 운반자인 것이다. 자기복제자 선택은 어떤 자기복제자가 다른 자기복제자를 희생시키고 살아남는 과정이며 운반자 선택은 운반자가 다른 운반자보다도 그것들의 자기복제자의 생존을 보다 성공적으로 보증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운반자가 바로 생물체 개체 또는 더 세부적으로는 세포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자기복제자는 "이 세상에서 그 사본이 만들어지는 어떤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제목에서 언급한 표현형이란 말은 "어떤 DNA분자는 단백질 합성을 거쳐 그것이 복사되는가에 따른 표현형 효과를 나타낸다."에서 알 수 있듯 유전자의 지령에 의해 실제로 만들어지는 생물체의 형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진화가 한 개체의 유전자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생(또는 공생)하는 개체의 유전자도 같이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확장된'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동물은 마치 자신의 내부에 있는 모든 유전자의 생존 기회를 최대화하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정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필자는 확장된 표현형이라고 하는 새로운 중심정리로 바로 잡아왔다. 즉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연출하는 특정한 동물의 몸에 유전가 있든 없든 그 행동을 '위한' 유전자의 생존을 최대화히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정리는 동물의 표현형이 항상 자신의 유전자형의 순수한 지배하에 있고,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에 의해 영향받지 않는다면 결국은 같은 것이 된다."
또 문화적 진화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실로 인간의 문화가 전혀 상이한 종류의 자기복제자 선택이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제공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 외에도 적응에 대한 논란의 정리, 발생과 성장이 진화에서 행하는 역할의 차이, 자기복제자의 세분화 등을 깊이 있게 거론하고 있으므로, 진화론의 현대적 종합인 '신다윈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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