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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생각이 직관에 묻다 - 게르트 기가렌처

thinknew 2017. 5. 10. 17:00


오랫동안 사람의 생각을 이성과 감정으로 나누는 경향이 있었고, 감정은 좀 더 동물적인 것으로 저급한 것으로 인식했으며 이성이야 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믿어 왔다. 그러나 현대의 심리학과 뇌 생리학에서 밝혀낸 바에 의하면 관념은 여전히 이성의 영역이지만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행동은 우리가 의식이라고 하는 것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의식에 앞서서 행동하게 만드는,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감정이라고 알아 온 것과는 좀 다른 뇌의 작용에 의해 지배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식에 앞서서 인간으로 하여금 행동하게 만드는 것을 직관이라고 한다.

이 책은 직관의 중요성을 재발견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역시 직관에 관한 내용을 담은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라는 책을 쓰도록 영감을 준 책으로도 알려져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논리적 사고와, 그와 관련된 시스템은 너무나 오랫동안 서구 정신철학의 틀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논리는 이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직관은 놀랍도록 적은 정보에 의존한다. 자신도 모르게 다다익선을 신조로 삼아버린 우리의 자아 속에선 믿음이 가지 않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험들은 적은 시간과 정보가 오히려 양질의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를 토해낸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이성이 더 이상 쓸모없게 되었다'가 아니고 '오직 이성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사고에서 주된 역할을 담당한다'는 생각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직관은 대충 때려잡는 사고가 아니라 훈련을 통해 누적된 뇌의 작동 메카니즘에 의해 발현된다. 따라서 직관이 합리적으로 작동하도록 훈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생각과 관련된 것인 만큼 사람의 사고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도덕 감정이고 이에 대한 설명도 다수 있다.
"수많은 심리학자들은 감정과 이성을 대비시킨다. 하지만 나는 직관은 그 자체로 이성을 토대로 한 합리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직관과 도덕적 사고의 다른 점은 도덕적 직관을 뒷받침하는 이성이 대체로 무의식적이라는 사실이다.따라서 적절한 구분은 감정과 이성이 아닌, 무의식적 이성을 토대로 한 감정과 진지한 추론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도덕적 직관의 3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원칙은 사람은 종종 자신이 도덕적 행위를 하는 이유를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 있어서 진지한 추론은 도덕적 결정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그것의 합리화를 위한것이다.
둘째 원칙은 동일한 어림셈법이 도덕적 행동과 도덕적으로 꾸며지지 않은 행위 모두에 잠재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원칙은 도덕적 행위를 떠받치는 메커니즘과 그 메커니즘을 조율하는 환경을 동시에 알 때 도덕적 재앙을 방지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도덕은 공동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고 따라서 정치와도 관련이 있다. 대중들의 정치적 판단에 관한 저자의 언급은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판에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필립 컨버스(Philip Converse)는 세미나 연구서 <대중의 신념 시스템의 본질(The Nature of Belief Systems in Mass Publics)>을 통해 미국 시민은 대체로 정치적 선택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있으며 , 이슈에 따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쏠리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중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처럼 유권자는 정당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속적인 선호도를 형성한다."


결론적으로 직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배짱있는 직관은 완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려석은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주장한 것처럼 직관은 두뇌의 진화적 능력을 이용하면서, 우리를 빠르면서도 가공할 정도로 정확하게 행동하도록 인도하는 어림셈법을 토대로 한다. 직관의 질은 특정 상황에서 의존해야 할규칙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도 아는 '무의식적 지능'에 그 뿌리를 둔다. 우리는 직관이 가장 정교한 추론과 계산 전략들의 허를 찌를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며, 그것으로 어떻게 혼돈에 빠질 수 있는지 배웠다. 하지만 직관에 이르는 다른 방법은 없다. 우리는 직관이 없으면 이룰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두 문장은 번역이 이상한 것인지 저자의 서술이 이상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문장의 논리적 정합성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