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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눈 먼 시계공 - 리처드 도킨스

thinknew 2017. 5. 31. 17:13


진화론의 현대적 종합이라는 신다윈주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 <확장된 표현형> - 그리고 이 책 <눈 먼 시계공> 순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18세기 윌리엄 페일리가 진화론에 반대하는 논거로 시계공의 예로 들면서 "시계와 같이 정교한 장치가 설계자도 없이 우연히 만들어질 수 없다"라고 한 말에 대한 반론의 형식으로 붙인 것이다. 페일리의 그 주장은 그 뒤 오랫동안 신에 의한 지적 셜계론의 바탕이 된다. 아무튼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연선택은 마음도, 마음의 눈도 갖고 있지 않으며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하지 않는다. 전망을 갖고 있지 않으며 통찰력도 없고 전혀 앞을 보지 못한다. 만약 자연선택이 자연의 시계공 노릇을 한다면, 그것은 '눈 먼' 시계공이다."

도킨스는 크게 두가지 부분에서 공격을 받았다. 하나는 '이기적'이라는 비유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눈 먼 시계공'이라는 비유가 의미하는 것, 즉 자연계에서 '신의 역할은 없다'는 것 때문이다. 둘 다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진화론의 주장, 그리고 도킨스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예 이해할 생각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다윈의 입을 빌어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윈이 지적했듯이, '개인적인 불신에서 비롯된 주장'은 극히 빈약한 주장이다."
도킨스의 주장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다면 진화론에 대한 반박은 대단히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종교계의 부당한 공격에 시달리던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통해 아예 무신론을 주장해 버린다. 그리고 무신론의 최전선에서 아직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도킨스는 다음과 같은 말한다.
"진화의 궁극적인 목표가 우리 인간이라는 믿음은 터무니없는 인간 허영심의 산물에 불과하다. 실제 상황에서 선택의 기준은 항상 단기적인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개체의 생존이거나 아니면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성공적인 번식이다. 수백만 년이 흐른 뒤에 뒤돌아 보았을 때 그 과정이 어떤 머나먼 목표를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간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단기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여러 세대에 걸친 우연적인 결과이다. '시계공', 즉 '누적적인 자연선택'은 미래를 알지 못하며 장기적인 목표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
이 말이 타당하다면 신이 들어설 자리는 아예 없다. 다윈 이전에도 유일신 신앙인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있었다.
"다윈 이전의 무신론자라면 흄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을 것이다. "나는 생물의 복잡한 형태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단지 신이 그 해답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가 더 좋은 설명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뿐이다.""
불행하게도 흄은 진화론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등장하기 전에 이런 말을 함으로써 별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 책은 단지 분자 생물학 차원에서의 진화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론을 비판자들에게 좀 더 분명하게 설득시키겠다는 의도로 쓰였다. 그래서 책의 후반부는 비판 가설에 대한 반박 내지 해설에 할애하고 있다. 다윈주의 진화론은 세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변이, 유전, 선택'이 그것이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던 그 시기에 이미 멘델은 유전에 관한 초기 이론을 세워두었다. 그러나 다윈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에 유전 현상이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꽤 오랫동안 멘델을 추종하는 사람들도 다윈주의 진화론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20세기 초에 이르러 R.A. 피셔에 의해 멘델의 유전론이 다윈주의 진화론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피셔 이후의 진화론을 신다윈주의라고 한다.

그 외에도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 '획득 형질의 유전' 가설을 거의 폐기 처분하고, 고생물학자 굴드에 의해 주장된 '단속 평형설'도 신다윈주의 진화론의 대립 가설이 아니라 그 일부로 포함될 수 있는 것임을 보였다.

진화론에서 도킨스가 차지하는 위치는 다윈과 거의 비슷한 반열이라고 볼 수 있으며, 어떻게든 종교를 옹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도킨스가 넘기 힘들 장벽으로 느껴질 그런 인물이다. 진화론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도킨스의 저작들은 꼭 읽어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그런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