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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섹슈얼리티의 진화 - 도널드 시먼스

thinknew 2017. 5. 27. 17:59


이 책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차이'가 진화론에 의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진화론적 규명의 한 부분인 셈이다. 그러나, '성 특성'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인간의 본성을 진화론적으로 해명하려는 노력은 항상 사회의 여러 세력들로 부터 공격을 받았다. 저자도 그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일부 사회생물학 비판가들은 인간의 행동과 정신을 자연선택의 산물로 보려는 자연과학자들의 개인적인 믿음과는 무관하게, 그러한 시도가 반동적인 정치적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착상은 아마도 입증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다윈주의의 역사는 이러한 생각에 자양분을 공급한다. 하지만 흔히 언급되는 것처럼 오직 인간의 본성과 사회생활에 대한 진화생물학적 시각만이 반동적인 정치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인간 사회가 통합적이며, 조화로운 시스템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는 '사회시스템' 또는 더욱 커다란 선을 위해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견해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한다고 일컬어져 왔다."

그러나 저자는 '성 차이'를 진화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성 차별'을 극복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성 특성에 대한 진화론적 접근은 빈번하게 언급되거나 시사되는 견해, 즉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하나의 성이 상대방의 성에 비해 열등하거나 결함을 갖는다는 생각을 효과적으로 반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이나 성 특성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지금까지 인류가 구축해 놓은 도덕 체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뒤르켄이 통찰한 것처럼, 인간의 욕구는 무한정하고, 오직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경계에 의해서만 제약을 받는다. 욕구의 충족은 대체로 기회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권력가와 전문가가 선행을 촉구한다고 해서 평등주의 사회가 도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는 권력가들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유용한 수단이라면 무엇이든 활용했음을 보여 주고 있다. …… 촘스키가 지적한 것처럼, 인간 정신에 대한 백지 상태 이론은 전체주의적 몽상이다. 평등주의적 사회 질서는 어떠한 개인이나 집단이 획득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힘을 제한하고 견제하려는 집합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달성될 수 있다."

그리고 '성 차이'가 '성 차별'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남성과 여성이 본성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은 규범적 문제들에 대해 함축하는 바가 전혀 없다. 사람들은 유사한 과학적 견해를 견지하면서 반대되는 정치적 견해를 견지할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흔히 있을 수 있다."

결국 진정한 양성 평등은 '성 특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회운동이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우는 그것이 인간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에 기반을 두고 있을 때다."

진화론적 설명에 의하면 남, 여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생식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남성은 정자를 통해 생식에 기여하고, 여성은 난자를 통해 생식에 기여하는데 이 정자와 난자라는 것이 생식 기여도가 반반인 것과 달리 효율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남성은 한번 사정에 수억마리의 정자를 방출하는데 비해 여성은 일생 동안 번식에 성공할 수 있는 난자를 수십개 생산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정자는 투입 만으로 생식에 기여할 수 있지만 난자는 생식에 성공한 이후에도 근 10개월 동안 모성의 보호를 필요로 한다. 이런 특성때문에 남성은 자신의 유전자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가급적 많은 여성과 섹스를 하려는 경향이 생기고 그에 반해 여성은 다수의 남성과의 섹스보다는 건강한 유전자를 가잔 남성과의 섹스가 더 중요해 진다.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통념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고 그것이 진화론적 설명에 의해 지지를 받는다.
"'남성은 바람둥이고, 여성은 현실주의자'라는 오든(CW. H. Auden)의 통찰"
"피부 상태에 상당히 관심을 두려는 경향 그리고 맑고 깨끗한 안색에 끌리는 것은 인간의 '선천적' 성향이다."
"건강한 사람에 대한 식별 능력과 젊은 여성을 매력적으로 파악하는 성향은 비교적 '선천적'이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성매매의 대가를 지불하는 주체인 동시에 선물을 주는 존재라는 사실이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외모 지상주의를 생각해 보더라도 위의 언급들이 직관에 부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사실들을 인정하기 싫어한다. 저자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유전적 우연성보다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민주적이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필자가 보기에 육체적 매력의 기준은 언뜻 보기와는 달리 다양하지도 임의적이지도 않다. 필자는육체적 매력 자체가 사회과학에서 무시되어 온 이유와 동일한 역사적, 이데올로기적 이유 때문에 다양성과 임의성이 지나치게 강조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육체적 매력은 유전자에 가깝고,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분배되어 있다."


다음과 같은 언급에서 저자는 인간에게 있어 결혼이라는 것이 동물들에게서 볼 수 있는 번식 목적의 결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번식과 무관한 성관계가 개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인간 아닌영장류에 관한 문헌에 이미 암시되어 있다."
"그런데 영민하고, 책임있고, 경험이 풍부한 일부 학자들은 인간이 긴팔원숭이와 유사하며, 결혼이라는 것이 성적 결속에 기초한다고 믿는 듯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언급은 젊은이들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결혼관이 별로 근거없음을 이야기한다.
"대다수의 인간에게 –그리고 아마도 현대 이전의 모든 인간에게- 결혼은 두사람 간의 결연이라기 보다 가족들과의 결연이며, 사람들 사이에 더욱 커다란 연결망을 구성하는 것이다."
"약 1세기 전에 골턴(Galton. 1883)은 수많은 개인의 얼굴 사진으로 합성사진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 골턴은 뉴질랜드의 오스틴(A. L. Austin)이 다윈에게 보낸 편지도 인용했다. 오스틴은여성들의 초상화를 전형적인 모습으로 혼합했으며, "모든 경우에 분명히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이런 언급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내용 즉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얼굴 형이 어떤 집단의 평균적인 얼굴 형'이라는 것이 근거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반대의 경우도 있다.
"버시드와 월스터는 평균(대략 178 센티미터)보다 키가 큰남성이 키가 작은 남성들보다 성적으로 매력적인 남성으로 판단된다는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저자도 성 차이가 진화론적으로 완전하게 설명된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진화론적 설명이 타당함을 주장한다.
"필자 생각에, 성 차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옹호하는 가장 설득력있는 증거는 비록 측정하기에 모호하고 어렵긴하지만, 남녀가 각기 상대방에게서 나타나는 성 차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사실 자체다."

양성의 차이 문제는 사회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성매매 문제, 강간에 대한 인식과 처벌의 문제, 동성애 문제 등이 그러하며 '성 차이'를 보다 완전하게 이해하게 될 때 그런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연구는 의미가 있으며, 그러므로 이 책 또한 읽힐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