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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합리적 의심 제기

thinknew 2017. 3. 19. 17:08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75199.html


그 전에는 '빨갱이', 지금은 '종북'인 이 논리는 오랫동안 상식적인 국민들을 억압해 왔다. 마땅히 의심해 봐야 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 의심에 대해서도, 그것이 북한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무수한 간첩 조작 사건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천안함 침몰 사건도 무수한 의혹만 있을 뿐, 아직 매듭이 지어지지 않았고, 가장 가까이는 김정남 암살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그것이 설령 북한과 관련된 것이라 하더라도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미디어 오늘이 드디어 그렇게 했다. 기사를 보자.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5453


"북한 체제와 정권의 성격을 볼 때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처음에 꽤 그럴 듯하게 들렸다. 반공주의가 아니라 북한의 기층 노동자·민중의 관점에서 볼 때도 북한사회의 모순과 권력집단이 가진 불안정을 말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 권력자들이 이익과 권력을 놓고 다투다가 도를 넘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문이 커졌다. 수사도 하기 전에 북한이 범인이라고 결론을 낸 것부터 이상했다. 암살당한 게 맞다면 그 방식이 너무 어설프고 엉성할뿐 아니라, 왜 CCTV가 가득한 국제공항에서 보란 듯이 범행을 저질렀는지 이해가 안 갔다. 또 굳이 이 시점에 이런 짓을 하는 게 북한 정권에 무슨 득일지도 갸우뚱하게 했다. 암살 도구도 독침→스프레이→액체로 계속 바뀌었다."
"이 모든 정보가 주로 국정원에서 나오는 것부터 우리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 온갖 부정과 조작을 저질렀고, ‘특수 반창고를 붙여서 기억이 사라진 간첩’까지 만들었던 게 국정원 아닌가. 말레이시아 경찰도 별로 믿을만한 것 같지 않다. 말레이시아는 부정선거를 일삼는 대표적 일당독재 국가이자 언론, 인권, 성소수자 탄압으로 악명높다."
"어떤 사건의 진상이 궁금하면, 그것을 통해 누가 이득을 얻는가를 보라는 말이 있다. 그럼, 이 사건으로 누가 좋아하고 있고 누가 가장 이득인가를 보자. 지금 가장 신난 것은 종북몰이와 우익 결집을 시도하며 위기 탈출을 노려 온 이 나라의 보수우파들이다."


언론이 저렇게 북한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있게 되기까지 참으로 긴 시간이 걸렸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종북 프레임을 주도하는 꼴통 언론 및 정치인들과 거기에 장단을 맞추는 꼴통 추종자들의 합작품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직도 종북 타령하는 꼴통들은 여전히 있다. 다만 그 위세가 초라해졌을 뿐이지. 여기에 가장 공이 큰 사람을 들라면, 아마도 박근혜가 아닐까 한다. 물론 박근혜가 의도적으로 그랬을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종북 타령을 입에 달고 다니던 박근혜의 실체가 탄핵 때문에 만천하에 까발려지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종북 타령이 얼마나 위선적이었던가를 깨닫게 되었을 뿐이지.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말이 있다. 불과 1년 전을 회상해 보면, 박근혜의 그 무수한 뻘짓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의해 뽑혔다는 것 때문에 어쩌지 못한다는 암울한 생각에 사로 잡혀 지나갔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촛불집회가 저렇게 폭발적으로 확산된 데에는 바로 그 억눌러졌던 민심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세상은 느리지만 새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적폐를 청산하고, 정말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