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VR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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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는 한국당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74개 지역 당협위원장 모집에 지원했다. 홍 대표가 선택한 대구 북구을은 양명모 당협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곳으로, 2016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한 홍의락 의원의 지역구다. 지난 5월 대선에서 해당 지역구 주민들은 홍준표 후보에 43.4%, 문재인 후보에 22.8%의 표를 보냈다."
홍준표의 행보에 일관성이 있긴 하다. 대선 전부터 일관되게 쪼그라들었거나 말거나, 자신들에게는 집토끼에 해당하는 '자칭 보수'들 내에서의 헤게모니 다툼에서 이기기 위해 기를 썼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성공했다. 그 정점에 해당하는 것이 대구 북구 을 의 당협위원장일 것이다. '자칭 보수'들의 아성이라고 인정되는데다 자한당의 대표 프리미엄도 있으니 홍준표는 당연히 당협위원장이 될 것이다.
당협위원장을 신청한 이유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민주당 의원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 전에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김무성이 부산 영도에 자리잡고 있을 때, 문대통령은 야당 대표였다. 야당 대표더러 영도에서 김무성과 정면대결하라고 당 안밖에서 무던히도 부추겼었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속사정은 완전 딴판이다.
당시 부산 영도는 김무성이 자신의 전통적인 지역구인 남구을을 놔두고 연고가 전혀없는 (보궐선거이긴 했지만) 영도에 출마했음에도 당선시켜 준 대구 경북과 별 다를 바없는 보수의 아성 중 하나였다. 그래서 당시 문대통령이라 야당 대표였다 하더라도 떨어졌을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문대통령은 당 대표로서 한 지역구에 전념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전국의 선거 지원에 나섰고, 선거 승리를 이끌어 지금의 상황이 전개되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홍준표는 당 대표이면서도 지방선거가 코 앞에 다가온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자신들에게는 그야말로 '안전 빵'인 대구에 자리잡을 궁리만 하고 있다. 그러니 '수도권은 포기했나?'라는 의문이 당연히 따라온다. 이건 의문이 아니라 팩트에 가깝다. 왜냐하면 홍준표는 대선 전부터도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라 '자칭 보수'들 내에서의 헤게모니 쟁탈이 목적임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홍준표가 생각을 못한건지 무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아직 2년이나 남았다. 그에 비해 지방선거는 불과 5달 앞으로 다가왔고. 따라서 지방선거에는 자신이 원내냐 아니냐는 변수가 전혀 아니다. 자신이 승리라고 공언한 지방선거 6곳에서의 당선이라는 목표가 달성되지 못하면,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 뻔하고, 그러면 이미 자신이 모범을 보였으니 당협위원장 자리도 위태롭기 그지없을 것이 뻔한데 왜 저런 짓을 할까? 궁금해서가 아니라 하는 짓이 워낙 뻔해서 가소로워서 그렇다. 수렁에서도 제일 위에 있으면 가장 늦게 가라앉긴 한다. 그래봐야 수렁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니 꼴통짓을 구경이나 하면서 즐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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