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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해마다 반복되는 명절 유감

thinknew 2017. 2. 3. 16:18



구정이 며칠 전에 지나갔다. 조금씩 바뀌어 가곤 있지만 여전히 명절이라는 이름 하에 드러나는 문제들은 여전하다. 언론이 명절 문제를 다룰 때 판에 박힌듯한 문제 제기도 여전하다. 그 명절에 관해 뻔한 소리에서 좀 벗어난 문제 제기를 하는 기사가 있어서 그걸 계기로 명절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봤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4826

"“잔소리 때문에 명절 싫다는 말도 이제는 식상해요. 다른 이유도 너무 많거든요.” 2030세대는 단지 취업하고 결혼하라는 잔소리 때문에 명절이 싫은 게 아니다. 취업과 결혼에 ‘성공’한 이들도, 가사노동의 의무가 없는 남성도 명절이 불편하고 싫다."
"32살 직장인 한룩이(가명)씨는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전국민이 나서서 기차 예매를 하는 것도 웃기고, 꾸역꾸역 같은 날 ‘민족 대이동’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휴가 내고 편할 때 보면 안되나?”"
"최아미(가명.29)씨도 마찬가지다. “제사를 지내는 이유도 모르겠고 그냥 모여서 외국처럼 밥 한끼 먹고 즐겁게 보내면 좋겠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관습적인, 불필요한 노동을 보면 의문이 들고 너무 불편하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피가 섞였다는 점 빼곤 어느 하나 공통점 없는 친척도 스트레스다. 명절 내내 혼자 산책을 하며 ‘포켓몬고’ 게임을 했다는 피카츄(가명.29)씨에게 친척은 ‘황당한 세계’의 사람들이다. “TV 드라마나 신문에 나오는 일들이 안 일어날 것 같은데 실제로 일어난다”며 “황당한 세계”라고 말했다."
"제리(가명.31)씨는 “명절이라는 시공간의 특수성이 있다”며 “평소에는 속물적인 이야기를 안 하던 사람들도 명절만 되면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마음껏 세속적인 잣대로 이야기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치적 성향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라고 말했다."
"명절은 각 개인들에게 가부장제가 부여한 역할 모델을 요구한다. 남성인 구웅(가명. 36)씨는 “누워있으면 되니까 몸은 편했다. 잔소리도 안 들었다”며 “여자들만 제사 준비를 하기에 문제제기를 했다. 돌아온 답이 ‘장가갈 때가 되더니 지 마누라 챙기려고 하지도 않던 짓을 한다’였다. 그래서 그냥 포기했다”고 말했다."


명절이 휴일이 된지는 꽤 된다. 명절만 되면 외국 여행을 가는 사람들로 공항이 미어 터지는 것을 보면 그렇다. 명절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꽤 되지만 기사에서 언급된 대로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절의 굴레에 갇혀 사는 사람들도 역시 꽤 된다. 사람은 생각이 다 달라서 명절을 대하는 태도나 전통을 대하는 태도도 역시 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기사에 언급된 것들도 진짜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에게 명절의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그건 자신들이 생각하는 전통의 모습을 타인들에게도 강요하는 인간들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보자. 제사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지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대로 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제사를 지내야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신의 믿음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것 뿐만이 아니라 타인들도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에 있다. 명절에 가족들이 다 모여서 좋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은 "왜 하필이면 명절에만 모여야 하나? 부모님 생일이나 가족 기념일 같은 날 모이면 왜 안되나?"이다. 가족이 화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도외시하고 있는 것은 화목이라는 것이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 관계라는 것이 "화목해야 한다"라는 선언으로 가능해 지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게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그걸 주장하는 인간이 힘을 가진 자라면 그 앞에서 이의 제기를 못할 뿐이지. 여기서 '힘을 가진 자'에 포함되는 인간들은 경제력을 가진 부모, 직장 상사, 소위 말하는 사회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돈과 권력을 가진 인간들 등이다. 이들이 명절을 괴로운 날로 만들고 있으면서도 "명절은 명절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게 명절이든, 제사든, 자신의 믿는 바대로 하면 될 일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명절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