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new :: 우연과 혼돈 - 다비드 뤼엘


미래가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결정론, 숙명론, 운명 등으로 표현한다. 그와 반대로 알 수 없는 미래는 운, 우연, 자유의지 등으로 표현된다. 사물에는 본질이 있고, 진리의 원천은 '신'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은 언제나 결정되어 있는 미래로서의 운명을 알고 싶어 했다. 이들은 또한 삶에 우연이 개입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적으로 삶에 우연적 요소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안다. 동양에서는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고, 서양에는 로마 시대의 키케로 세네카가 '노력이 기회를 만나는 것, 그것이 운이다'라고 했다. 근대 과학이 성립되던 시기에도 결정론이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뉴턴의 중력의 법칙이 등장한 이후 모든 운동(또는 변화)는 초기 조건만 알면 결과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결정론적 세계관에 해당한다. 이런 세계관은 양자역학의 등장 이후 세력을 잃게 된다. 양자역학은 아원자들의 거동이 확률적이라는 것을 보임에 따라 존재는 우연에 더 의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재수'라고 표현하는 이 '우연'이라는 개념을 이제는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다비드 뤼엘의 '우연과 혼돈'은 바로 이 '우연'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우연이라는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에 대한 설명을 병행한다.

"우리의 두뇌는 결국 수학적 사고를 위해서 진화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먹을 것을 구하거나, 전쟁을 일으키거나 사람들을 사귀는 데 더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과학은 보편적인 것이지만 그 종사자들은 매우 전문화되어 있어서 그들은 제한된 부분 밖에 보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과학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그때는 철학자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자연의 보편적이고 총체적인 이해를 얻으려고 노력하였다."
"의미 있는 물리적 논의는 항상 조작적 배경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이미 존재하는 이론에 의해 부여될 수도 있고 혹은 최소한 원칙적으로 가능한 실험을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얻게 된다."
"우리는 뉴턴 역학이 세상을 완전히 결정론적으로 기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은 인간의 호기심을 갖는 다른 영역과는 다르게 발전하였는데, 그것은 호기심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 아니라, 제안된 대상과 개념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삼각형의 성질을 논하는 것이 꿈을 해석하는 일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진자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이 의식의 본질을 연구하는 것보다 더욱 많은 보답을 해 주었다."
"과학은 전적으로 비윤리적이며, 완벽하게 무책임하다. 개개의 과학자들은 각자의 도덕적 책임감을 가지고 (혹은 그것 없이) 행동하지만, 이는 과학을 대표해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행동일 뿐이다……. 결정은 모두 인간이 내리는 것이다. 과학은, 최소한 가끔은, 어떤 질문에 대답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결정은 인간이 내리는 것이며, 최소한 가끔씩 그렇게 한다."


저자는 우연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확률, 복잡성, 게임이론, 카오스, 생명, 자유의지까지 언급한다. 
"확률론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동전을 많이 반복해서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퍼센트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개개의 경우는 불확실하지만 많은 횟수로 반복하게 되면 그 결과가 확실해 진다. 이렇게 오랫동안 어떤 사건들을 관찰함에 따라 불확실한 것에서 거의 확실한 것으로 전이한다는 사실이 우연의 연구에서 핵심적인 주제가 된다."
"확률을 추정하는 것은 불특정의 '우연'을 좀더 실질적인 무엇으로 대신하게 한다. 우리의 다음 과업은 이 무엇에 논리적이고 적용 가능하도록 논리 정연한 구조를 주는 것이다."
"실제로 물리계의 처음 상태를 완벽하게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 초기 상태에는 약간의 무작위성이 끼여들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뒤에서 작은 초기 무작위성이 나중에 매우 큰 무작위성(또는 매우 큰 불확정성)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결정론은 실제적으로 우연을 배제하지 않는다."
"우리의 자유 의지가 의미 있는 개념이 되게 하는 것은 우주의 복잡성, 더 정확히는 우리 자신이 복잡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이론은 무작위 수를 만드는 비밀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보여 주는 좋은 수학 이론이다."
"푸앵카레의 핵심은 우연과 결정론이 장기적 비예측성과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한 문장으로 간단히 표현하면, 우리가 쉽게 놓치는 아주 작은 원인이 무시할 수 없는 큰 결과를 결정짓고 그러면 우리는 이 결과를 우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소수였지만 곧 많은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이 별난 끌개들과 초기 조건에 민감한 의존성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로렌츠의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하였고, 메릴랜드대학교의 응용수학자 짐 요크(Jim A. Yorke)에 의해 혼돈(chaos)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현재 우리가 혼돈이라고 부르는 것은 초기 조건에 민감하게 의존하며 시간에 따라 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우리 주위의 복잡한 세상이나 생명의 진화, 그리고 인류의 역사 등에 궁극적인 회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인 회귀는 세계의 한 부분이나 작은 부분계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전체적으로는 생기지 않는다."
"역사적인 결정론은 최소한 다음과 같이 고쳐져야 한다. 즉, 역사적으로 예측하기 불가능한 사건이나 선택은 중요한 장기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즉, 역사는 체계적으로 예측하기 불가능한 사건들을 만들어 내고 이들은 장기적으로 중요한 결과를 준다."
"세계를 양자 역학적으로 기술하는 가장 큰 철학적 중요성은 기회가 본질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내가 소개한 것처럼, 엔트로피란 달리는 다룰 수 없는 어마어마하게 큰 수를 다루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사실, 엔트로피는 그것보다 훨씬 유용하여 물리학과 수학의 개념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모든 물리적 과정에서, 엔트로피는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증가하며, 만약 증가한다면 그 과정은 비가역적이다."


그리고 저자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아직도, 인류의 미래는 전과 마찬가지로 불가사의로 남아 있고, 우리가 고귀한 미래를 향해서 가고 있는지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자멸의 길로 향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

저자는 이론물리학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과 의식의 본질까지 파고든다. 그리고 저자는 우연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자 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물리학과 생물학이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저자는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수식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피도 적다. 그래서 이 책은 강력 추천 목록에서도 앞쪽에 있어야 마땅하다.


Posted by think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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