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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꿀벌의 우화 - 버나드 맨더빌

thinknew 2016. 8. 14. 15:54


아담 스미스는 "이기적 개인들의 분업이 사회를 더 부유하게 만든다"라고 역설함으로서 경제학의 아버지란 칭호를 얻었다. 그 이전에는 이기심이란 악덕이기 때문에 사회에 해롭다는 가치가 주류였다. 그런데 이기심과 사치가 '도덕적 악'인 것 만은 아니라는 주장을 스미스보다 먼저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버나드 맨더빌이다.


맨더빌은 우화의 형식으로 꿀벌 사회를 묘사하면서, 이기적이고 사치를 일삼는 사람들도 섞여 있는 부유한 사회를 묘사한 다음, 그런 악덕이 사라지니 사회가 빈곤해지더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 다음 그 우화의 주석 형식으로 설명을 추가해 놓았다.

아담 스미스 보다 훨씬 전에 이기심과 사치와 같은 악덕으로 분류되는 가치가 꼭 나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사회가 부유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주장을 했으니 당대에 격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더빌과 스미스가 당대의 대다수가 악덕이라고 생각하던 가치들이 사실은 필요한 것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가치에 편향되지 않고 사회를 관찰한 결과일 것이다.

진화심리학에서 지적하는 것은 철학자들이 현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심리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조차도 가치 편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런데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과학적 방법론이 과학자들로 하여금 오류에 빠지는 것을 막아 준다.

절대자로 부터 유래하는 도덕 기원을 바탕으로 '선과 악' 같은 가치를 정의하는 것은 대부분 오류이다. 도덕 철학에서 선과 악을 분류할 때 적용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인간에게 좋은가 나쁜가' 이다. 부패와 발효의 경우를 보자. 둘 다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그 결과물이 좋으면 '발효'이고 나쁘면 '부패'이다. 이 박테리아의 작용에 대해 선하다거나 악하다거나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이 경우는 인간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경우이다. 또 다른 경우로 뱀독과 같은 '독'을 보자. '독'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적당량 사용하면 약으로도 기능한다. 과연 '독'은 '인간에게 좋을까? 아니면 나쁠까?

과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도 현상의 관찰을 통해 번쩍이는 통찰력을 보인 철학자들이 많았다. 단지 그들은 그들의 생각을 입증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사변적 논의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맨더빌도 사회 현상을 관찰하여 통찰력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거기까지 이다. 따라서 이 책은 '스미스보다 먼저 이기심의 필요성을 포착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알려주는 것으로 그 기능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독서 추천은 중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