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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신의 이름으로 - 존 티한

thinknew 2016. 8. 12. 16:36


종교는 오랫동안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해 오다가 진화론의 등장으로 존립 근거가 붕괴되었다. 특히 유일신과 그 신에 의한 세계의 창조를 주장하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그래도 여전히 종교는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종교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거의 비슷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호기심을 신의 이름으로 억누른 결과 그 반동으로 과학적 방법론이 등장하여 종교의 순기능과 역기능의 실체를 밝혀낸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대부분 신을 부정하지만 오랜 전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과 사람들이 믿음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는 점 때문에 종교의 근거없음이 명백하고,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종교 무용론'을 주장하는 단계까지는 좀처럼 나아가지 못한다. 원론적으로는 종교를 부정하지만 그래도 종교 무용론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과학저들의 스펙트럼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 중에는 종교가 문제가 많지만 '불필요하다'라고 까지 과격하게 이야기하지는 말자는 과학자들도 꽤 된다. 다음에 나오는 책이 바로 그렇다. 

저자는 종교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종교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음을 먼저 언급한다.

"이에 대해 진화된 종교적 도덕 심리가 제공하는 통찰은 종교에서 사회친화적이고 건설적 도덕성을 발생시키는 바로 그 과정이 마찬가지로 편견과 폭력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종교가 (그 종교가 무엇이든) 평화 애호적인가 아 니면 폭력적인가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모든 종교는 본질적으로 두 가지 모습을 다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문제는 평화적으로 혹은 폭력적으로 만드는 조건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어서 저자는 종교가 그 판권을 주장하는 도덕 감정이 실은 진화한 심리 기제에 의한 것임을 분석해 낸다. 물론 그 논거는 사변적 논증이 아니라 진화심리학, 게임이론, 행동경제학 등에서 증거에 입각하여 밝혀낸 것들이다. 정교한 분석 끝에 종교는 진화하는 문화의 일부이며, 종교의 작동 메카니즘에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음도 명료하게 보여준다. 여기까지는 진화심리학에서 다루는 종교 논의와 거의 유사하다.

진화심리학이 밝혀낸 것에 의하면 신은 없고, 도덕 감정의 기원은 종교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다다른다. 저자도 그 점을 인정한다.
"인간의 도덕 직관이 종교에서 기인한 것도 아니고, 정당화나 동기 부여를 위해 종교에 의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종교적 신념과 깊이 연관된 것처럼 보이는 도덕적 주장들도 신적인 기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따라서 미국 같은 사회에서는 부적절하다. 그것에 근본적으로 잘못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그것들은 원래의 목적을 잘 수행했다), 더 이상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적 환경과는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니 이후의 논의가 꼬이기 시작한다.
"과거에 이미 크게 성공한 적이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종교적 가치들이 도덕적 목표에 공헌할 가능성을 결코 폄훼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단순히 종교적 전통이나 '성스러운' 경전이 견고히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이상 그것들의 규범적인 힘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종교적 열성의 극단적 표현에 대응하기 위해 세속적 열성의 극단적 표현을 사용한다고 해서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으며, 사실 문제를 더 꼬이게만 할 뿐이다."
"글쎄, 만약 종교가 없으면 그 정의상 종교적 폭력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폭력을 재범주화하는 것이 아니라 실계로 폭력이 줄어들어야, 그것을 개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이 과연 그런 식으로 발전할 것인가?"


이렇게 논의를 오락가락하다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은 한다.
"좋든 나쁘든 종교는 여기에 남을 것이다. 그러면 문제는 종교 없이 살 것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종교를 고려할 때 정말 물어야 할 것은, 종교의 파괴적인 면을 최소화하면서, 친사회적 표현으로서 각각에게 보상을 촉진해주는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다."
그리고 실제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것이 허무하다.
"한 가지 방법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대안적인 종교적 세계관들을 소개하면서, 그것들이 인류가 가진 종교적 충동이 드러난 다양한 대안들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종교적 선념에 대한 확신에 맞서는 다른 한 가지 방법은 그 신념에 대한 비판적 검토다."
"종교가 어떻게 인간의 행동과 인식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건전한 이해 없이 종교에 반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무책임하다. 왜냐하면 그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은 우리 자신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자가 제시한 대안들이라는 게 사실은 그동안 무수히 많이 반복되었으나 효과가 없었던 그런 것들이다.

이렇게 빙빙 돌고 돌아서 온 결론이 다음과 같다.
"그러나 나는 오늘날 도덕철학의 진보와 최근의 도덕심리학의 진보를 통해 어느 집단에 속하든지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바람직한 도덕 행동에 대한 공통의 구조틀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그것이 바로 휴머니즘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종교 분석이 맞다면, 도덕 전통에 대한 자기 비판과 실용적 접근을 수용하는 휴머니즘적 종교만이 오늘날의 세계와 도덕적 연대를 주장할 수 있고, 공공의 영역에서 나름의 위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과학자들도 인간인지라 자신들의 지적 전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은 이렇게 평가할 수 있다. "종교에 대한 훌륭한 진화심리학적 분석과 종교 이후의 대안에 대한 부실한 처방이 공조하는 책" 그래서 독서 추천은 중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