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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세월호 유족들은 현명했다

thinknew 2017. 11. 26. 09:12

내 동생 지키기


미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CSI가 그 목록에 없을 수가 없다. CSI의 어느 에피소드에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마약을 다루는 갱단들이 세력 다툼을 하는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다. 당연히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같은 경찰이 쏜 총에 신참 경찰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총을 쏜 경관은 베테랑이었지만 갱단들을 향해 총을 쏘는 와중에 중간에 갑자기 나타난 경관을 인식하지도 못했고, 애꿎은 신참 경관은 즉사한다. 총을 쏜 경관은 숨진 경관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미망인을 보게 된다. 미망인이 알아 보고 다가 오자 총을 쏜 경관은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감수할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미망인에게 사죄를 청하려는데 미망인이 말을 막는다. 아주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미망인은 경관을 감싸안으면서,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책하지 말라"며 도리어 위로해 준다. 그것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장에서의 실수였고, 죽은 자신의 남편은 그야말로 운 나쁘게도 그 현장에 엮인 것이라는 것을 미망인이 잘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뼈 한조각만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3년 넘게 인양된 세월호 주변을 지킨 유족들에게, 더 이상 수색을 계속하라고 요구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에 수색 중단을 결정하고 목포항을 떠나기 직전에 뼈 조각 발견 사실을 감춘 것은 참으로 원통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진상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유족들은 참으로 현명하게 대처한다. 다음 기사를 보자.

http://www.huffingtonpost.kr/2017/11/25/story_n_18648840.html?utm_id=naver 


"두 아버지는 "김현태 (세월호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이 어쨌든 (유해 발견 사실을) 우리에게 먼저 알려야 했다"라며 "우리를 걱정했다는 심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알리고 우리가 판단하도록 하는 게 순리였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두 아버지는 유해 은폐의 핵심 인물인 이철조 본부장과 김현태 부본부장에 대해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현태 부본부장의 "미수습자 가족의 심정을 고려해 발인 이후 유해 발견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는 진술에 대해 "진심이라고 믿고 싶다"라고 털어놨다."

"아무튼 (이철조 본부장과 김현태 부본부장은) 세월호 인양 후 긴 시간 동안 목포신항에서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시신 수습을 위해 노력한 것도 맞다. 그러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 우리도 혼란스럽지만 그들이 다치진 않았으면 좋겠다."

은폐 사실이 드러나고, 문대통령, 이낙연 총리, 김영춘 해수부장관 할 것 없이 모두 변명은 일체없이 오직 국민들에게 사죄만 했다.은폐의 직접 당사자들은 적폐로 몰려 있었다. 뻔뻔한 야당들은 그걸 물고 늘어졌고, 역풍을 맞았다. 그러는 와중에 진상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유족들의 입에서 "이해한다" "그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나왔다. 유족들이 원통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사정이, 일방적으로 "너희들이 잘못했다"라고 몰아붙일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유족들이 양해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억누르고, 그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을 양해한 유족들에게 큰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를 보내며, 세월호의 진상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그들의 염원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