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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만들어진 신 - 리처드 도킨스

thinknew 2016. 11. 2. 16:44


종교는 오랫동안 인간의 의식을 지배해 왔다. 그럴 수 있었던 까닭은 종교에 많은 순기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에는 순기능 못지 않게 역기능도 많다. 그 단적인 예가 인류 역사상 종교 전쟁 때문에 희생된 사람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이다. 현대에도 여전히 이 종교의 역기능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종교 무용론이 등장하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대 이전의 시대에는 종교가 권력과 결탁하여 사회 지배 이념으로 군림하였기 때문에 종교 무용론의 목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근대 이후 과학의 발전 덕분으로 드디어 무신론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과학자로서 무신론의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이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다. 도킨스는 종교인들과 논쟁을 벌이다 아예 '신은 허구다'라고 주장하는 책을 내게 된다. 큰 반향을 일으켰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긴 하지만, 문제는 무신론자들의 주장을 넘어서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진화론이 신의 존재를 붕괴시켜 버렸으니 신이 없는 종교의 입지란 허약하기 짝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셰계 패권국가인 미국에서 아직도 기독교 근본주의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무신론자들의 주장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진화론이 신의 존재를 붕괴시키긴 했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그렇게까지 종교를 공격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긴 하다. 그래도 무신론자를 자쳐하는 도킨스의 논리를 한번 따라가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스스로 종교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논리를 극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과학자과 합리주의자도 흔히 자연과 우주를 접할 때 신비적이라고 할 만한 감정을 경험한다. 그것은 초자연적인 믿음과 아무 관계도 없다."
"종교가 전문 분야라고 주장할 만한 고유의 영역이라고 해도, 그것이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되는 분야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 사제는 아마 요정의 날개 모양과 색깔에 정통했다고 주장하는 '요정학자'의 전문성을 존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종교 신앙의 요체, 그것의 위세와 주된 영광은 그것이 합리적인 정당성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편견을 주장하면 으레 그 편견을 옹호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종교인에게 신앙을 정당화하라고 요구한다면, 당신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꼴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수용된 독단적 견해는 독단론자들이 아닌 회의론자들이 반증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물론 그것은 잘못이다."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의 특수한 사례를 찾는 것은 기본적으로 비과학적인 방식이다. 현재의 무지로부터 주장을 펼치는 특수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창조론자들은 현재의 지식이나 이해에 나 있는 틈새를 열심히 찾아 다닌다. 틈새가 발견되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신이 채워야 하는 것이라고 가정된다. 본회퍼 같은 사려 깊은 신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과학이 발전할수록 틈새가 줄어들며, 결국 할 일이 전혀 없고 숨을 곳도 없어짐으로써 신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 우려하는 것은 다르다. 무지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 무지를 앞으로 정복할 과제로 보고 기뻐하는 것이 과학 탐구의 본질적인 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말해 종교가 미치는 진정으로 나쁜 효과 중 하나는 '몰이해에 만족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가르친다는 점이다."
"과학의 역사가 우리에게 무언가 말해주는 것이 있다면, 무지에 '신'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행위가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이다."

"종교가 어디에서 왔으며 왜 모든 인류 문화가 그것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론을 갖고 있다. 종교는 위안과 평안을 제공한다. 집단에 연대감을 부여한다. 왜 우리가 존재하는가를 이해하고 싶다는 우리의 열망을 충족시킨다."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이렇게 말했다. "신자가 회의주의자보다 더 행복하다는 사실은 술 취한 사람이 멀쩡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사실만큼이나 말이 안된다.""
"하우저와 싱어의 결론은 무신론자와 종교인의 판단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선하거나 악하기 위해서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지닌 견해와 들어맞는 듯하다."
"노벨상을 받은 미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는 이런 말을 했다. 종교는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한다. 그것이 있든 없든, 선한 사람은 선행을 하고 나쁜 사람은 악행을 한다. 하지만 선한 사람이 악행을 한다면 그것은 종교 때문이다."
"볼테르는 오래 전에 그 점을 간파했다. "불합리한 것을 당신이 믿게끔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이 잔혹한 행위를 저지르게도 할 수 있다". 버트런드 러셀도 같은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생각을 하느니 차라리 죽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아마 무언가를 충분히 자주 되풀이한다면, 그것이 진실이라고 자신을 설득하는데 성공할 것이다."
"도서 평론가나 연극평론가는 조롱이 섞인 부정적인 평을 할 수도 있고 신랄한 재치로 흐뭇한 찬사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종교 비평에서는 명쾌함까지도 미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적대감을 표출하는 듯이 들린다."

"항상 반대되는 견해가 동등한 힘을 갖고 있을 때 진리가 반드시 그 중간에 놓이는 것은 아니다. 한쪽이 틀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반대편의 열정을 정당화한다."
"분명히 예외가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 종교에 집착하는 주된 이유는 종교가 주는 위로 때문이 아니라 교육에 따른 무의식적인 수용 그리고 대안(믿지 않음에 대한 인식) 부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에 요약된 것은 주로 기독교에 관한 것이지만 도킨스가 기독교만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유일신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유대교, 이슬람교에 대한 비판도 같이 들어 있다. 진화생물학자로서, 진화론에 가장 크게 반발하는 종교 집단들이 바로 유일신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집단들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비판이 더 많다.

이 책은 '신 없는 삶은 허무'라는 종교인들의 주장에 마땅한 대응 논리의 부재로 인해 곤혹스러운 사람들이라면 필히 읽어 보아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종교인, 특히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읽으려고 하지 않겠지만 자신의 신앙을 굳건하게 하려면 역시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기독교 내부에서는 이런 책을 '신앙을 흔드려는 악마의 술책'이라고 선전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은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