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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만

thinknew 2016. 10. 30. 16:10


정신이 육체와는 다른 종류의 무엇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에 정신 작용을 '이성'과 '감정'으로 나누었다. 이성은 논리적이고, 감정은 본능적이어서 사물의 이치에 맞다는 합리성은 이성의 역할이고, 그 외 살아가면서 설명할 수 없고 정신 작용은 감정이라고 뭉뚱거렸다. 근대 계몽주의 시대는 이성이 주도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기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철학자가 데이비드 흄이다. 흄은 감정이 이성을 지배한다고 했다.

한편 경제학은 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합리적 경제인 개념을 바탕으로 성립했다. 이런 경제학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지만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주류 경제학으로 군림했다. 그런데 그 경제학의 근본을 뒤흔드는 연구 결과가 경제학과는 전혀 관련없는 심리학자로 부터 나왔다. 데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공동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것은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추가적인 발견은 지금까지 정신 작용을 이성과 감정으로 구분한 것도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획기적인 발견 덕분으로 커너먼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된다. 아모스 트버스키가 일찍 죽지 않았다면 이 경제학상은 당연히 트버스키와 공동 수상이 되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아무튼 이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정신 작용은 이성과 감정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고 신속하게 작동하는 시스템 1과 느리지만 분석과 추론이 곁들여지는 시스템 2로 나누어 진다는 것이다. 그런 연구 결과를 책으로 출판한 것이 다음에 요약할 '생각에 관한 생각'이다. 


저자는 심리학자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심리학적 연구 결과만 가득할 뿐 경제학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인도 결국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이 행하는 행동과 그 과정에서의 오류들이 경제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저자가 발견한 심리학적 현상을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먼저 시스템 1과 시스템 2에 대한 설명을 보자.
"시스템 1은 시스템 2를 위해서 인상, 직관, 의도, 느낌 등을 지속적으로 제안한다. 시스템 2의 승인을 받으면 인상과 직관은 믿음으로 바뀌고, 충동은 자발적 행위로 변한다. 실제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지만 이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때, 시스템 2는 거의 혹은 전혀 수정 없이 시스템 1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한다."
"시스템 2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시스템 1이 '제안한' 생각과 행동을 주시하고 통제하면서 일부는 행위를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되게 하고, 또 일부는 억누르거나 수정하는 것이다."
"시스템 2가 어떤 식으로 건 개업하지 못하면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믿게 된다. 시스템 1은 속기 쉽고 무엇이든 믿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시스템 2는 의심과 의혹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러 심리학적 현상들에 대한 설명들이 있다.
"낙관적인 정격이 주는 혜택 중 하나는 장애물 앞에서 인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심리학자들이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위험 회피는 두 가지 동기의 상대적 강도를 말한다. 우리에게는 이득을 얻기보다는 손해를 피하려는 욕구가 훨씬 강력하다. 기준점은 어떤 경우 현 상태가 되지만 미래의 어떤 목표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결과가 똑같더라도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을 때 얻는 결과보다는 어떤 행동 때문에 생긴 결과에 후회를 포함한 더 강력한 감정적인 반응을 느낀다."
"개인이 처한 환경과 인생 만족도의 상관관계가 낮은 이유 중 하나는, 행복 경험과 인생 만족감이 주로 유전적 기질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행복해지려는 성향은 신장이나 지능과 마찬가지로 유전된다. 똑 같이 운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라 해도 그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크게 다르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좋게,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쁘게 느껴질 수 있다. 새로운 환경도 장단점을 모두 갖고 있다."
"사람들이 세우는 개인적 목표는 그들이 하는 일, 그들이 그 일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행복 경험에만 배타적으로 집중하기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람을 설득하는 게 가능하다면, 사람의 믿음이 현실과 조화를 이룬다면, 사람의 선호도가 그들의 관심과 가치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면, 사람을 합리적이라고 부른다. 합리적이라는 단어는 더 위대한 숙고, 더 많은 계산, 그리고 더 적은 따뜻함의 이미지를 전달하지만 일상에서 합리적인 사람은 분명 이치에 맞는 선택을 한다. 반면 경제학자와 의사결정 이론가들에게 이 합리적이라는 형용사는 완전히 다른 의미이다. 합리성의 유일한 테스트는 어떤 사람의 믿음과 선호도가 이치에 맞는지 여부가 아니라 내적으로 일관되는지의 여부이다. 합리적인 사람은 그의 다른 모든 믿음이 유령의 존재와 부합되는 한 유령을 믿을 수 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기도 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강력 추천 목록에 올려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