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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 리처드 탈러

thinknew 2016. 10. 26. 20:28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은 대니얼 카너먼이 주창한 행동경제학에 돌아갔다. 이는 그동안 주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주류 경제학은 합리적 경제인과 효율적 시장 가설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경제학의 주류를 형성해 왔으나 행동경제학에 의해 두 가정이 모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지금은 행동경제학에서의 발견들을 수용하여 효율적 시장 가설의 모델을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단계에 있다. 행동경제학에 핵심적인 기여를 한 대니얼 카너먼, 아모스 트버스키(작고), 허버트 사이먼과 더불어 행동경제학에 주요한 기여를 한 리처드 탈러가 행동경제학에 관한 대중적인 저술을 출판했다.


저자는 경제학자이다. 서서히 주류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의 이단이다. 그러니 저자는 이단의 학설에 심취한 셈이다. 그리고 저자는 '넛지'로 더 널리 알려진 저술가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에서 나오는 '똑똑한 사람들'은 IQ가 높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주류 경제학자들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 책을 대중 친화적으로 쓰기 위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많이 언급하고, 가볍게 서술한다고 책의 서두에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위와 같다.

주류 경제학은 합리적 경제인(저자는 이를 '이콘'이라고 한다.)에 의한 효율적 시장 가설을 바탕으로 정립되어 있다. 주류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요약한 것은 다음과 같다.
"경제학 이론에서 핵심적인 가정은 사람들이 최적화 작업을 거쳐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한 가구는 그들이 구매 가능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 중 최고의 조합을 선택한다. 또한 이콘들의 션택의 기반을 이루는 믿음은 편향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해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합리적 기대 rational expectation'에 따라 선택을 한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적의 조합을 선택한다고 하는 '제약적 최적화constrained optimization'의 가정은 경제학 이론의 또 다른 핵심적인 가정, 즉 균형이라는 개념과 결합된다. 가격이 자유롭게 변동될 수 있는 경쟁시장에서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따라 오르내린다. 간단하게 표현해서 '경제학 = 최적화 + 균형'이다. 이 방정식은 다른 사회과학들이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조합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라는 용어는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유진 파마가 만든 말이다. …… 효율적 시장 가설은 어느 정도 관련은 있지만 개념적으로 서로 다른 두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가격의 합리성'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하나는 '시장을 이기는것이 가능한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보기에 그럴싸한 주류 경제학은 여러 부분에서 문제를 드러낸다. 경제 공황도 예측하지 못했고, 부분적으로 주류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러한 때에 행동경제학이 등장한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것으로, 심리학에서 밝혀 낸 사실, 즉 '인간은 항상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고 무수히 많은 오류를 범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심리학이 밝혀내고, 경제학에 접목되어 행동경제학이 등장하게 되는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은 자산의 일부라는 점에서 나는 이런 현상을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로 설명한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자기 자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들, 즉 가질 수 있지만 이직 소유하지는 않은 것들보다 이미 자기 자산의 일부가 된 것들을 더욱 가치 있게 평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와 마주하게 되었다."
"사후관단 편향이란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그것이 필연적인 결론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결과가 그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런 편향을 더욱 치명적인 것으로 만드는 요인은, 우리 모두 다른 사람에게서는 그런 편향을 쉽게 인식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말하는 구성 원리란 두 가지 형태의 서로 다른 이론, 즉 규범적 이론과 기술적 이론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규범적 이론은 어떤 주제에 대한 올바른 사고방식을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올바른'이라는 표현은 도덕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제학적 사고방식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그리고 때로 합리적 선택 이론이라고도 불리는 최적화 모형이 제시하는 것처럼 '논리적으로 일관적'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수준이 아니라 변화의 차원에서 삶을 경험한다. 그 변화는 현재 상태로부터, 혹은 기대했던 것으로부터의 변화일 수 있으며, 어떤 형태든 모든 변화는 우리를 더 행복하거나 더 불행하게 만든다. 이는 실로 놀라운 통찰력이다."
"사람들이 이익과 손실 모두에서 민감성 체증을 경험한다는 사실은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익에서는 위험 회피적이지만, 손실에서는 위험 선호적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우리의 이론은 은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항상 두 자아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했다. 선의를 갖고 앞날을 걱정하는 미래 지향적인 '계획가'가 있고, 내일을 잊고 오로지 오늘만을 살아가는 '행동가'가 있다."
"물리학에서는 외부 환경에 변화가 없을 때,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해서 정지해 있으려 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로 행동한다. 그들은 바꾸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는 한 기존에 갖고 있던 것을 고수하려 한다. 심지어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도 바꾸려 들지 않는다. 경제학자 윌리엄 새뮤얼슨과 리처드 젝하우저는 사람들의 이런 태도를 일컬어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이라 불렀다."


이런 행동경제학에서의 발견들에도 불구하고 행동경제학은 아직 주류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합리적 경제인을 가정했을 때는 예측을 위한 모델을 세울 수 있지만 인간의 비합리성은 예측할 수가 없어서 모델을 세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도 효율적 시장 가설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콘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나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 진리임을 믿는다. 또한 합리적 모형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고서 행동 금융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합리적 기준이 없다면 잘못된 행동을 발견해 낼 수 있는 예외들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실증적 연구의 이론적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 자산 가격에 대한 기본적인 행동 이론도 없을 것이다. 어떤 주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가 위해서는 반드시 출발점이 필요하고, 여기에서 효율적 시장가설은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출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행동경제학을 받아들여야 함도 강조한다.
"이제 경제학 분야는 내가 '증거 기반 경제학evidence-based economics'이라고 부르는 개념을 향해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 모두가(경제학자로부터 공무원, 교사, 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뛰어난 과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동일한 데이터 기반 접근 방식을 그들의 일과 삶 속으로 끌어들여야 할 순간이 왔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 개요서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경제학에 관한 내용이다보니 불가피하게 좀 깊이 들어가는 부분도 꽤 있다. 즉, 학술서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책의 독서 추천은 '일독의 권함'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