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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지적 사기 - 앨런 소칼 & 장 브리크몽

thinknew 2016. 10. 22. 17:20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과학의 급부상에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에 의한 과학에 대한 공격도 같이 늘어 났다. 그리고 학문의 헤게모니 쟁탈전의 형태를 띠면서 과학을 물질의 영역에 묶어놓으려는 시도가 계속 되었다. 이에 반감을 느낀 과학자가 소위 말하는 인문학의 허구성을 들추어 내기 위해 사기극을 꾸미게 된다. 여기저기서 그럴듯한 문장들을 발췌해서 짜집기를 한 다음 문장을 다듬어서 'Social Text' 저널에 투고를 하게 된다. 그게 통과되어 저널에 버젖이 실렸다. 그리고 그 논문이 실린 날 다른 곳에서 'Social Text'에 실린 논문이 엉터리임을 밝힌다. 그러니 'Social Text' 저널을 출판하는 측은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이 사기극을 기점으로 인문학도 과학적 바탕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자성이 일어난다. 물론 여전히 과학은 인간 정신의 문제를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고집하는 학자들은 그 사기극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지금은 헤게모니 쟁탈전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과학 우위는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 방법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과학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야 폼이 난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아무튼 그 사기극을 벌인 앨런 소칼이 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장 브리크몽과 공저로 책을 출판한다. 제목은 '지적 사기'이다.


저자들은 과학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다.
"과학적 방법은 인간이 지식을 얻기 위해 일상생활이나 기타 영역들에서 택하는 합리적 태도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역사가, 탐정, 배관공, 아니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의지하는 방법은 물리학자나 생화학자와 똑같은 귀납, 연역, 증거다."

저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정신의 영역을 독점한 인문학자들이 자기네들 멋대로 탈근대(포스트모더니즘)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다음에는 무엇이 올까?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하다는 사실이므로 우리는 우리의 희망과 공포를 그저 나열하는 것으로 만족하련다. 한 가지 가능성은 모종의 독단주의, 신비주의(뉴에이지 같은 것), 혹은 종교적 근본주의로 연결되는 반동적 기류의 부상이다."


그리고 저자들이 과학적 방법론을 보편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다음 구절에 잘 표현되어 있다.
"우리는 합리적이되 독단적이지 않고 과학적 정신을 추구하되 과학만능주의에 젖지 않고 개방적이되 천박하지 않고 정치적 진보를 지향하되 분파적이지 않은 지식인 문화의 등장을 고대한다."

저자들은 지적 전통을 형성하고 있는 인문학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권위가 존경을 불러일으킨다면 혼돈과 불합리는 사회의 보수적 기류를 강화한다. 그 이유는 첫째, 명확하고 논리적인 사유는 지식의 축적을 가져오며 (자연과학의 발전이 좋은 예), 지식의 진보는 불원간 전통적 질서를 잠식하기 때문이다. 반면, 흐리멍덩한 사유는 구체적으로 도달하는 데가 없기 때문에 이 세상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면서 무한정 탐닉할 수가 있다."

정신과 육체가 별개라는 이원론에 바탕한 지적 전통은 유물론적 일원론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래서 현대는 모든 학문의 영역에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문학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칼의 지적 사기 행각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