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beautiful world!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면서

독서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 노엄 촘스키 II

thinknew 2016. 11. 7. 17:40


앞의 포스트에서는 역사적 사실들을 단순 나열했다면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 행위들의 의미에 대한 촘스키의 분석을 중심으로 요약한다.


제국주의가 만연하던 시절에 유럽과 미국은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 그런데 과연 그 식민지 쟁탈전이 제국의 국민들 모두에게 이익으로 돌아갔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촘스키의 분석이다.
"식민체제의 부담은 전 사회가 짊어진 반면 이익은 '주요 설계자'들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취한 정책은 소수 만의 이익에 도움이 됐을 뿐 영국의 일반 국민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이익에는 해악을 끼쳤다."

식민지를 개척하는 강대국들의 행위 방식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개인의 특권과 권위에 헌신하는 중앙집권화된 국가와 야만적인 폭력조직의 동원이야말로 유럽의 정복이 지닌 지속적인 두 가지 특징이었다. 내부적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에게 돈을 바치는 국내 식민화와 자유 및 민주주주의에 대한 모욕 등이 나타났다. 여전히 지속되는 또 다른 특징으로서 자기-정당화로 표현되는 약탈, 학살, 억압을 들 수 있다."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구절들은 다음과 같다.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에 따르면, 아시아에 관한 미국의 주요 정책적 원칙들은 1949년 8월 작성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비망록 48' 초안에서 결정적인 형태가 마련됐다. 기본 원칙은 "호혜적 교류와 이익"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난 독립적 발전은 당연히 거부당했다."
"'안보위협'이란 '미국 투자가들의 권리를 저해할지도 모르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실용주의' 역시 속뜻은 '우리(미국 등 서구)가 원하는 대로 한다'이다."


근대 미국을 특징짓는 엘리트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다.
"1980년대는 전반적으로 엄청난 특권을 독점한 극소수와 다수의 가난한 대중간의 분쟁이 세계적으로 악화된 시기였다. 점점 더 많은 대중들이 결핍과 절망으로 고통받았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엘리트 민주주의는 매우 좁은 사야를 드러내 왔다. 한쪽 극단에 존 로크의 자유주의가 있다면 또 다른 극단에는 레이건주의자(보수주의자)들이 신봉하는 반동적 국가주의가 존재한다. 이들은 불법적으로 선전과 비밀공작들을 자행하는 한편 비밀 시효가 지난 공문서의 공개조 차 거부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거부하고 있다. 레이건 시대에 언론통제는 미국 역사 상 유례없이 심각했다."


러시아의 볼세비키 혁명이 성공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 대 소련 사이에 형성된 냉전의 의미는 다음과 같았다.
"러시아 혁명은 그레나다 또는 과테말라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규모가 좀더 컸다 뿐이지 기본적인 차원에서는 차이점이 별로 없었다. 볼셰비키 러시아는 한마디로 '급진 민족주의'를 표방했다. 기술적인 의미로 보자면, '서구 산업경제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공산주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의 차원에서 보자면 결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로는 볼 수 없었다. 혁명 이전에 존재했던 사회주의적 요소들이 혁명 이후 오히려 급격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1952년 알렉산더 거센크론Alexander Gerechenkron은 소련의 경제 발전에 관한 연구논문에서 "소련의 산업 총생산이 혁명 전과 비교해 약 여섯배 늘었으며 이 같은 수치는 러시아 산업 발전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놀라운 기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소비에트 정부에 의해 추진된 대대적인 산업적 변화는 맑스 사상을 비롯해 그 어떤 사회주의 이념과도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엄청난 인간적 회생을 통해 이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레닌과 트로츠키가 권력을 잡기 이전에도 서구의 기업-정부-언론들은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기본권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공산주의'와 '무정부주의'의 위협을 역설해 왔다."
"10월 혁명은 서구에게는 '공산주의 공격에 대한 방어'란 명목으로 제3세계에 개입하는 명분을 제공하기도 했다. 미국이 볼셰비키의 위협으로부터 서유럽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파시즘과 나치즘을 지자했던 것도 어찌 보면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은 서구 내부로부터의 위협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실제로 소비에트 붉은 군대가 서유럽으로 진군해 들어오리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훗날 미국은 멕시코 공산 세력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니카라과를 침공했고, 또 그로부터 50년 뒤 이번에는 니카라과 공산 세력으로부터 멕시코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또 다시 니카라과에 대한 침공을 자행했다."


베트남전의 배경에는 다음과 사실들이 감추어져 있다.
"1950년 프랑스는 베트남에서 민족주의적 독립 열망을 억누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당시 워싱턴은 동맹국인 프랑스를 돕기 위해 정보기관들에게 호치민이 모스크바 또는 북경의 꼭두각시라는 확실한 중거를 찾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베트남에서 '크렘린의 음모'를 발견하는 데는 실패했다. 중국과의 연관성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모스크바가 베트남을 완전히 신뢰한 나머지 완벽하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라고 결론을 모으게 됐다. "모스크바와 베트남 간에 접촉 증거가 없다는 점이야말로 극악무도한 '악의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야욕을 입중하는 증거"란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사실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 예는 한둘이 아니다."

냉전 동안 미국이 행한 정치 공작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1980년대 중반 고르바초프가 냉전 체제의 대립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일방적인 군 병력 감축, 핵무기 실험 중지, 군사 동맹의 폐기, 지중해 주둔 해군함대 철수 등 일련의 파격적인 조치들을 취했을 때도 미국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미국으로서 긴장 완화란 제3세계 봉사 지역을 상실하게 될 뿐 하등 가치 없는 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소련과의 냉전이 지속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또 다른 기만적 요소는 냉전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간의 투쟁이었다는 주장이다. 1917년부터 소련 체제는 사회주의 체제와 거리가 멀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본주의와 거리가 멀었던 것과 똑같다. 그런데도 양쪽의 선전 체계는 이런 기만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서구 입장에서는 사회주의와 레닌식 전체주의를 연결시킴으로써 사회주의를 비방할 수 있었고, 소련은 스스로를 사회주의 이상과 결합시킴으로써 권위를 얻으려 했다."
"여기서 우리는 확실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미국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바로 이윤과 권력이다. 그럴듯한 겉모습 수준을 넘어선 진정한 민주주의는 극복돼야 할 위협일 뿐이다. 인권은 선전을 위한 수단으로만 가치를 지니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미국의 근대사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국가가 쿠바이다. 미국이 쿠바를 강력하게 제재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깔려있다.
"수많은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서구 강대국이 카스트로 정권을 반대한 것은 독재 정치 때문이 아니었다. …… 강대국이 쿠바에 대해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복수심을 느낀 이유는 바로 쿠바가 은폐할 수 없는 지적인 문화를 갖고 독자적으로 성공을 이룩했기 때문이었다."
"쿠바와 관련된 일련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냉전 체제가 정치적 색깔과 상관없이 제3세계의 독립을 억압하는 핑계였을 뿐이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이런 미국과 서구의 행태를 비판한 촘스키는 진보 세력들에게 경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관습적으로 반복되는 오류는 호소력을 갖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기존 권위의 이해관계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종교적 '열광을 조장하는 것'은 E. P. 톰슨이 지적했듯이 일종의 '정신적 반혁명 과정'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대중을 길들이고 '절망의 천년 왕국' 즉 기대할 것이 거의 없는 현세보다는 또 다른 세상에 대해 절망적으로 희망을 걸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웃과 상의'할 수 있는 기회는 민주주의 건설을 위한 결정적 요소이다."
"물질적 이득에 의해 단기적으로 움직이며 인간을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여기는 원시적인 사회, 문화 구조로는 오늘날의 환경을 비롯한 지구적 문제들을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도덕적인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나? 많이 알려고 노력하라. 다른 이들을 교육시키려 노력하라. 다른 의견을 가시화하려는 노력들을 도와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연구와 위원회에 기부를 해 재정적으로 돕든, 조직화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을 제공하든 말이다."
"미국의 엘리트들에게 타격을 입히려면, 당신이 중단시키고자 하는 그들 행위의 사회적 비용을 급격히 높여서, 스스로를 누그러뜨리는 것 외엔 그들이 선택할 여지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촘스키나 진이 이야기하는 역사도 엄연한 역사임에도 미국이나 한국이나 주류 역사에서는 저런 내용들을 잘 다루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그 필요성은 이젠 오류로 밝혀졌지만 그래도 우리는 역사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주류 행세를 하면서 우리의 의식 속에 심어놓은 거짓 역사는 현재의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도덕한 정권의 감언이설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려고 하는 진보 개혁 세력들도 이런 역사들을 제대로 알아야만 할 당위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책도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