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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꼴통들의 부인들 같이 날다

thinknew 2017. 12. 2. 09:45


우리는 지금 성별의 차이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메갈이나 워마드의 공격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성차별 의식이 몸에 배어 있어 그걸 인식하지도 못한 채 차별적 언행을 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박근혜 탄핵이 이루어지고 나서 몇몇 사람들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100년 안에 여자 대통령이 나오기는 글렀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박근혜는 여자였기 때문에 탄핵된 것이 아니라 부패한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탄핵된 것이다. 따라서 앞의 표현은 그 말을 한 사람은 전혀 의식하지도 못하고 있었겠지만 여자는 열등한 존재로 생각했던 전근대적인 사고의 잔재라고 봐야 한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남녀 불문하고 초심자일 때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서투른 운전의 상징은 '마티즈 김여사'이다. 이건 이중의 차별이 내재해 있는 표현이다. 경제적 약자(마티즈)와 여성(김여사)의 차별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박근혜의 경우에서 보듯 여자들이라고 부패하지 말란 법은 없기도 하다. 군대, 특히 후방 부대에서 군대 생활을 한 사람들은 확연히 알 수 있듯, 사령관의 부인은 부사령관이다. 얼마 전에는 박찬주 대장 부인의 갑질이 물의를 일으킨 바도 있다. 이런 현상이 군에서만 있는 현상일 리가 없다. 정치인 부인들도 마찬가지다. 안철수의 부인은 안철수 보좌관들을 사적으로 부려먹었다. 그러나 마나,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으면 좋으련만, 기어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먼저 원세훈 부인의 경우부터 보자.

http://v.media.daum.net/v/20171201053225501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부인 이모씨가 지난 8월 원 전 원장이 정치개입 금지 위반 혐의로 법정구속 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로 찾아가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TV조선에 따르면 이씨는 이 전 대통령을 만나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지고 석방이 되도록 잘 돌봐주셔야 하지 않느냐”고 읍소했다."


같이 나쁜 짓을 했는데 혼자만 처벌 당하면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그래서 "왜 나만 가지고 그래?"라고 항변한 전두환은 결코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해해 줄 수는 있다. 문제는 원세훈의 부인이 이명박을 찾아갔다는 데 있다. 그건 모든 것은 왕에게 상소해서 문제를 해결했던 왕조 시대의 신하의 마인드이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는 것을 보고도, 이명박을 여전히 왕 위에 군림했던 상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냥 혀나 끌끌 차주자.

황당하기로야 앞의 경우보다 훨씬 덜하지만, 그래도 역시 좀 황당한 경우도 있다. 서청원 부인과 홍준표 부인 사이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한번 보자.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557003&pDate=20171130 


"자, 한국당에 떠돌던 풍문, 팩트로 확인이 됐습니다. 제가 복수의 취재원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근에 경기 지역 한국당 의원의 부인들이 모임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서청원 의원의 부인이 홍준표 대표의 부인에게 살충제인 '에프 O라'를 건넸다고 합니다. 남편이 바퀴벌레라는 비난을 받은 데 대한 일종의 앙갚음이었겠죠."

자신의 남편이 바퀴벌레같다라는 쓴소리를 들었다고 그 말을 한 사람에도 아닌 그 부인에게 에프킬라를 선물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건 전혀 해석이 안된다. "내 남편을 바퀴벌레라고 했으니 당신 남편더러 이걸로 죽이라고 하라" 라고 한 행동일리는 만무하지 않겠나. 반어법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말이 안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은 헛소리일 뿐이지만 '부부는 서로 닮는다'는 말은 심리학에서도 이미 규명된 현상이어서, 꼴통당의 멤버들 부인들도 꼴통화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어처구니 없긴 마찬가지다. 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