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beautiful world!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면서

정치, 사회

KIST 장영실 동상은 치우고 박정희 동상은 세우고

thinknew 2016. 9. 23. 20:33


KIST에 장영실 동상을 치우고 새로 세워진 박정희 동상(좌)과
구석진 곳에 옮겨진 장영실 동상(우)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5.16이 혁명에서 쿠데타로 재정의되고 박정희가 독재자로 전락한 이후 극우 꼴통 세력들은 박정희를 다시 되살리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그래도 그런 시도들이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좀처럼 없었는데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박정희를 구국의 영웅으로 되살리려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전방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도들 중에는 박근혜가 직접 개입한 것도 있지만 아랫것들이 알아서 기어주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정치와는 무관한 듯 보이는 과학기술연구원에서 알아서 기는 행태가 나타났다. 기사를 보자.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F21&newsid=03257046612782744&DCD=A00602&OutLnkChk=Y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22일 미래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지난 3월 10일 장영실 동상을 치우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새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동상은 KIST 본관 옆 KIST 50주년 기념공원에 약 2미터 높이의 황금색으로 세워졌다. 동상 뒤편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설립 5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가 불모지였던 시기에 과학기술입국의 신념으로 과학기술 발전의 씨앗을 뿌린 설립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숭고한 뜻을 기려 이 동상을 세우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동상 앞에는 KIST 연구원들의 사진과 책자, 편지가 들어간 타임 캡슐을 묻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세워진 이 자리는 원래 장영실 동상이 있던 곳 인근이다. KIST는 2월 26일 본관 앞 연못 남측에 설치되어 있던 장영실 동상을 KIST 중문 초소 뒤편의 후미진 곳으로 옮겼다. 멀쩡하게 있던 장영실 동상을 치우고,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새로 세운 것이다."


박정희가 독재자였긴 하지만 그가 한 모든 정책들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KIST를 설럽한 것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박정희의 업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의 문화비평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급속한 발전에 교육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라는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대한민국에 기술입국의 기치를 내걸고 외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던 한인 과학자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KIST를 설립한 것은 그간의 급속한 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초창기 KIST 근무자들에게 박정희는 대단한 의미를 지닌 존재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KIST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장영실 동상을 치우고 거기에 박정희 동상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도가 너무 지나쳤다. 박근혜가 대통령인 지금 장영실 동상을 구석진 곳으로 옮기고 박정희 동상을 세운 것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결국은 박근혜에게 아부하는 것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가 없는 행태이다. KIST 가 미래부 산하라고 하니 미래부의 압력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한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과학기술 분야 마저도 정치 바람에 휘둘리는 것 같아 습쓸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가 자기 아버지의 업적마저도 마저 말아먹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