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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하는 사회 유감

thinknew 2016. 10. 18. 10:29



IT 업계를 중심으로 백만장자 탄생 스토리에 현혹되어서 일까? 청년 실업이 심각한 문제인 지금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주로 IT 분야의 신기술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는 사이트에 타당한 비판이 나왔다. 기사부터 보자.


http://www.zdnet.co.kr/column/column_view.asp?artice_id=20161018085835

"재미난 글을 읽었다. 쉠(Shem)이라는 사람이 쓴 '퍽 유 스타트업 월드'(Fuck You Startup World)를 읽고, 그것을 우리말로 번역해 놓은 글(https://brunch.co.kr/@five0203/19)도 읽었다. 글의 형식은 거칠지만 진실이 담겼다. 가면을 쓰고 각자의 역할 놀이에 몰두하는 무도회에서 쉠은 모두에게 가면을 벗고 정신을 차리라고 일갈한다.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이런 비판적 사고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페이스북, 스냅챗, 우버, 구글 등의 사례를 인용하며 한국의 젊은이에게 창업을 권하는 것, 지원금을 (찔끔!) 대줄 테니 젊은이 답게 창업을 해보라고 권하는 것은 젊은이에 대한 기성세대의 폭력이다. 실패했을 때 돌아갈 수 있는 곳, 사회적인 안전망이 튼튼하게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을 하라고 권하는 것은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밧줄에 매달려 번지점프를 하라고 등을 떠 미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폭력이다."
"청년창업의 전제조건인 사회적 안전망은, 그것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철저하게 정치 문제다. IT 업계의 이야기가 아니다."
"쉠이 엿을 먹으라며 손감자를 먹이는 대상은 일종의 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이다. 무심코 일어나는 왜곡은 없으며, 모든 왜곡이 의도적이라는 점에서 현실왜곡은 지극히 정치적이다. 그건 일종의 TV 드라마다. 젊은 시절을 그리워 하는 노인들이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젊고 예쁜 사랑을 보며 심리적 위안을 얻는 것처럼,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경험할 수 없는 99%의 개발자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전해지는 1%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리만족을 얻는다.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꿈을 꾸는 방식 자체가 왜곡되었기 때문에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들이 페이스북에서 공유하고 트윗에서 리트윗하는 캘리포니아 드림은 이루어질 수 없는 백일몽이다."


예전에 우리 청년들이 미국에 대해 부러워한 것 중의 하나가 미국의 청년들은 일찍부터 부모로 부터 독립하고 대학도 자력으로 다님으로써 부모의 구속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지금도 취업하기 전까지는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모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실상을 알고 보니 미국의 젊은이들이 부모로 부터 일찍 독립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가 청년들에게 낮은 금리의 대출을 해주는 시스템 덕이었다. 경제가 정체 상태에 이른 지금 미국의 젊은이들도 대출금 반환에 허덕인다는 뉴스가 간간이 나온다.

지금 대한민국은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물론 대한민국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이건 국가가 정책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 청년 실업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청년 창업을 국가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이건 오지로 파견하자는 꼴통같은 생각은 아닐지라도 문제가 많다.

미국은 생산 가능 인구 중 자영업자들의 비율이 우리에 비해 현저히 낮다. 게다가 미국은 또 창업 후 파산에 대해 그것을 문제삼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창업을 한 사람들이 실패를 하고도 다시 재기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은 자영업자의 비율이 미국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그 말은 창업한 후의 경쟁이 미국보다 더 치열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다 창업 후 파산했을 때 재기를 위한 시스템은 없다. 창업 자금과 절차를 지원해 주는 기관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롭지만 그마저도 창업할 때 뿐이고 재기할 수 있는 후속 지원은 꿈도 꿀 수 없다.

또 사람들이 시작만 하면 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막연하게 알고 있는 음식 장사를 포함해서 창업 후 3년 뒤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41%로 OECD 최하위라는 뉴스도 있었다. 그 전에는 창업 후 5년 생존률을 주로 이야기했는데 그걸로 가면 2015년에 30%가 채 안되는 것으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한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준다 하더라도 일자리 정책 실패를 청년들에게 떠넘기는 수작 밖에는 안된다. 복지를 늘리려고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훼방을 놓는 정권이 청년들마저도 시장의 정글로 밀어 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