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대체로 애매하게 말하는 데 능하다. 능한 정도가 아니고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렇게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는 정치인이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안된다, 자신을 공격하는 내용이 증거가 명백한 사안이면 막말이라고 난리치고, 증거가 불분명할 경우에는 황당한 반론이 나오기도 한다. 예전에 같은 야당 의원이 유시민에 대해 비판하기를 "옳은 이야기를 저렇게 싸가지없이 한다"라고 했다. 아무튼 애매하기로 소문난 정치인의 수사법을 감상할 수 있는 기사가 떳다.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60922085516990
내가 이 기사를 비판하려고 하는 것은 그것이 새누리당 의원이 한 말이기 때문이 아니다. 왜 비판받을 내용인지를 따져 보자. "증거가 나오면 성역없이 수사해야"한다고 했다. 우선 이 말은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아무도 손댈 수 없는 성역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다. 이게 새삼스럽게 문제가 될 건 없다. 그건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거다. 증거가 나왔는데도 수사 안할 수 있나? 의혹이 있으니 그것을 밝힐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말이 되지, "증거 나오면 수사해야 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나? 비리를 저지른 인간들도 이런다. "죄가 있으면, 처벌을 달게 받겠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죄를 밝혀야 하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한점 의혹없이 수사하도록 하겠다." 이런 공허한 수사들이 난무할수록 제대로 되는 일이 없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제대로 한다면 저런 수사가 나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피의 사실을 공표할 수 없기 때문에 의혹이 있으면 증거를 모아야 하고, 증거가 충분하면 기소하면 될 일이다. 거기에 무슨 선언이 필요하나.
검찰이 언제나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한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때는 시민들이 검사들 고생한다고 떡도 돌리고 했다. 지금 검찰이 '정권의 개'라는 모욕적인 비판을 받더라도 그건 검찰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물론 모든 검사들이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현실의 모순에 입을 닫고 있는 한,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것은 불가피하다. 유승민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유승민은 새누리에서는 몇 안되는 꼴통끼가 거의 없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런 공허한 수사나 남발하면서 꼴통당에서 조용히 있으면, 꼴통으로 도매금으로 취급되더라도 그건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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