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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이정현 단식 투쟁에 대해 정치 원로들이 한마디 했다네

thinknew 2016. 9. 28. 09:27


우리나라에는 사회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원로'라고 불리는 노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풍습이 있다. 정치라는 게 다양한 이익 집단들의 요구를 조정해야 하는 정교한 기술을 요하는 분야여서 경험이 중요하긴 하다. 그렇다면 정치판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정치 원로들의 조언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우리나라의 몇몇 언론들은 정치적 의사 표시를 교묘하게 감추고 겉으로는 기계적 중립을 표방한다. 경험이 풍부한 원로들의 조언이 빛을 발하려면 그들이 조언하려는 사안이 논란 거리가 되는 사안이어야 한다. 새누리당 당대표 이정현이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 논란거리일까? 그 때문에 국회가 마비되어 있는 것은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이정현이 단식 투쟁을 하는 것이 논란거리일 수는 없다. 이건 원인이 분명한 것이어서 논란거리가 아니다. 그러니 원로들에게 조언을 구해봐야 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을 뿐이지 해법이 나올리는 만무하다. 이게 왜 논란거리가 아닌지는 다음 기사에 나오는 원로들의 언급에서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60928040559017

"정 의장이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던져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새누리당 김용갑 상임고문은 “새누리당 이 대표의 단식도 해결 수단이라기보다는 하소연에 가깝다”며 “정 의장이 사과를 하고 여당에 문제를 풀 수 있는 제안을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상임고문은 “여소야대 구도에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까지 겹치면서 앞으로도 정부·여당이 한 발도 못 나아가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 원로들은 새누리당 이 대표의 단식 농성 중단을 전제로 한 정 의장의 중재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집권여당이 극한의 대립 구도를 자초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여당 대표의 단식 농성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고 정 의장 사퇴 요구는 언어도단”이라며 “대화로 풀려고 하지 않고 단식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여당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단식을 풀고 대화를 시도하면 정 의장도 여당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정치적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친새누리 성향의 원로는 당연히 정세균 국회의장의 양보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런데 양보를 요구하는 이유가 좀 황당하다. 김용갑은 강성 새누리 성향의 인물이다. 그런 그가 하는 말이 "이정현의 단식 투쟁은 하소연에 가깝다"고 했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 대표가 하소연을 하면서 어거지를 부리면 상대방이 양보해야 한다? 이걸 보면 이정현의 단식이 얼마나 명분없는 짓인지 드러난다. 친 새누리 성향의 원로가 고작 해 줄수 있는 말이 "하소연을 하니 상대방이 좀 봐줘라"일 뿐이니 말이다. 이 포스트에는 인용하지 않았지만 비교적 중립적인 성향을 가진 김수환, 박관용 같은 인물들도 '국회가 마비되면 문제'라는 이야기 밖에 하지 못한다.

야권 성향의 원로들은 의견이 분명하다. 이정현의 단식은 명분이 없으니 먼저 단식을 풀라는 것이다. 이제 세 그룹의 원로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자. 야권 성향의 원로들은 이정현의 단식이 잘못되었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데 반해 여권 성향의 인물들이 하는 이야기는 애매하다. 이는 이정현의 단식이 명분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단식 시작한지 사흘 정도 밖에 안되었으니 아직은 큰소리쳐야 할 때이긴 하다. 정세균 의장이 사퇴하든지 지가 죽든지 둘 중의 하나라고 극언을 하고 있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런 인간들이 정말로 목숨걸고 단식을 할 리는 없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적절하게 표현했다시피 박근혜가 '장하다' 한마디만 하면 으쓱해서 슬거머니 단식을 풀 인간이 당장은 호기가 하늘을 찌른다. 언제까지 단식을 끌고 갈 수 있을 지, 또 어떤 이유를 들어 단식을 그만둘 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가 솔솔하다.

정치인이 단식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 낸 경우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이 유명하다. 전두환으로 부터 극적인 양보를 얻어냈으니 말이다. 그 뒤 참여정부 시절 당시 야당 대표였던 최병렬이 단식 투쟁을 했다. 그때 정치 원로로서 김영삼이 한 이야기가 걸작이다. "굶으면 죽는다." 이정현에게 정말 필요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