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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이명박의 괴이한 정신 세계

thinknew 2018. 5. 24. 07:49


어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 9주년 기일이자 이명박의 첫 재판이 열린 날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해도 묘한 쾌감이 느껴지는 일치인 것은 분명하다. 아무튼 이명박이 첫 재판에서 장장 12분여에 걸처 자기 변호를 했다는데 그게 가관이다. 먼저 기사부터 보자.

http://v.media.daum.net/v/20180523145823618 


"이명박(77) 전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재판에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며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범죄자들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기대기도 하고 읍소를 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마련이다. 그 점은 박근혜도 마찬가지였다. 초지일관 박근혜의 향변은 "나는 뇌물먹지 않았다"였다. 그런데 이명박은 좀 달랐다.

예전에 왕이 절대 권력을 쥐고 있을 때도 신하들이 목숨 걸고 간언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럴 때 왕은 주로 이렇게 반응한다."나의 억울함을 경들이 헤아려 주시오"라고 말이다. 다스에 대해서는 "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이라고 한다.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도 한다. 또 삼성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충격이고 모욕"이란다. 압권은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한 부분이다.

권위주의적인데다 권력의 맛에 단단히 취한, 그래서 자신이 왕과 같은 존재라고 믿어 의심치않는 괴이한 캐릭터가, 비록 절차적 민주주의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기는 해도, 아무튼 민주주의 사회에서 나타났다는 것은 불가사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는 절대 군주에 버금가는 독재자 박정희의 영향력 아래 성장했으니 일말의 이해를 해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명박은 자신의 입으로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시피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대학 때는 독재에 저항하는 학생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이명박이 박근혜보다 더한 왕으로서의 마인드를 가졌다는 것은 정말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이번에는 '정치 보복' 소리는 쑥 들어갔다. 아마도 변호인들의 조언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이 인간도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일말의 동정도 얻지 못하는 이 괴이한 캐릭터를 마음껏 비웃어주자. 그동안 당한 것을 생각하면 비웃음만으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법의 심판을 기다릴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