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으로 알려진 워렌 버핏이 주가 하락으로 85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기사가 떳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0723_0014240324&cID=10101&pID=10100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1일 하루에만 주가 하락으로 7억5400만 달러(8580억5200만원)의 재산을 날려보내면서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에게 세계 3위의 부호 자리를 넘겨주며 4위로 내려앉았다."
워렌 버핏은 상위 1% 중에서도 상위 1%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 먹지 않는 부자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상위 1%라고 거들먹거리는 인간들은 잽도 안되는 그런 거부이다. 버핏이 욕을 먹지 않는 이유는 부자들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위 1%들은 거품을 물고 반대하는 부유세 도입을 지지한다거나 상속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버핏이 주식 시장에서 큰 손실을 기록했단다. 그런데 그건 별로 기사거리가 못된다. 기사에서도 나와 있듯이 그런 손실을 기록해도 순위만 하나 밀렸을 뿐 여전히 세계 4위의 거부이다. 워렌 버핏이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큰 수익을 기록했기 때문이 아니다. 십년 이상 년 20%의 수익을 기록 중이라는 점이 대단한 것이다. 그것도 1~2천만원이 아니라 수천억을 굴리면서 십년 이상 그런 수익을 올렸다는 것은 그야말로 경이적이라고 해야 한다.
부자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버핏이 큰 손해를 입었다고 고소할 리는 만무하다. 내가 이 기사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전설적인 버핏 조차도 저렇게 큰 손실을 기록할수도 있다는 점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주식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다'라고 결론을 내려 놓았다. 그런 결론이 내려지기 까지 많은 실험들이 있었다. 침팬지로 하여금 선택을 하게 해도, 또 어떤 사람은 자기의 2살짜리 아들에게 선택을 하게 해도, 수익률이 전문 펀드 매니저들 보다 낮지 않았고 오히려 수익률이 더 높은 경우도 많았다는 결과들이 있다.
리 아이아코카라는 사람이 있다. 한때 경영의 신으로 불리던 사람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 중의 하나인 크라이슬러 사가 거의 망해가던 무렵 연봉 1달러를 받고 최고경영자로 영입되어 크라이슬러 사를 정상화시켰기 때문이다. 그 뒤 성공 스토리나 경영 자문서에 단골로 언급되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도 지금은 지금은 조용하다.
워렌 버핏이나 리 아이아코카 이야기같은 사실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이제 영웅 스토리는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영웅들은 많았지만 이 후에 역사가들이 밝혀놓은 것을 보면 한 개인의 특정 시기, 특정 업적을 과대 포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세상을 일거에 바꾸어 놓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이제 공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세상은 다수의 인간들의 경쟁과 협력 속에서 점진적으로 변해 간다.
박정희를 영웅 시하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그 딸을 대통령으로까지 뽑아주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지금은 점점 깨어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긴 하다. 그러나 그 변화는 대단히 느릴 것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인내가 요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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