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new :: 아기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 앨리슨 고프닉 외 2인 I


아기들은 신비로운 존재이다. 그 귀여운 모습하며 서투른 행동거지하며,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할 만하다. 그런데 '아기들은 왜 그렇게 귀여울까?'라는 의문을 가져보면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또 그 아기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또 노인이 된다. 그러나 생물학과 심리학이 체계적인 과학으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그저 미숙한 존재로 치부되었다. 문제는 정말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체계적으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대 과학의 초창기에도 그런 경향은 여전했다. 그러다 심리학에서 마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범위가 아이들에게로 까지 확대되고, 그 결과 경이로운 결과들이 드러나게 된다. 과연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체계적인 대답이 다음 책에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다.


저자를 포함한 발달심리학에서 밝혀낸 아동들의 특성들은 다음과 같다.
"아동들은 자신이 처한 문화와 사회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어른들을 이용한다."
"미운 두 살이 미운 이유는 하지 말라는 짓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것은 한 살배기들도 마찬가지다- 하지 말라는 경고를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로 삼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연구들에 따르면, 두 살이 되면 아이들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진정한 공감을 보여 주기 시작한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단 한가지 예만으로도 아기들은 그 단어를 영원히 자기 안에 새겨둔다. 이 과정을 '신속표상대응(fast mapping)'이라고 한다. 어떤 사물의 이름과 마음 속에 생성된 그 사물에 대한 표상을 순간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아기들이 모성어를 선호한 까닭은 그것이 엄마가 말하는 방식이어서가 아니라 그 소리나는 방식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신체적 귀여움과 마찬가지로, 어른들과 아기들은 모두 서로 따라하기에 몰두하도록 생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두가지 현상에는 흥미로운 차이점이 있다. 아기 얼굴에 대한 생물학적 선호는 자연에 의해 주입된 것 같다. 그것은 일종의 본능이며, 아기의 얼굴 자체도 두말할 필요 없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모방은 실제로 아기가 유전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행동하게끔, 주변 어른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행동하게끔 유도한다. 모방은 문화의 엔진이다. 어린 아동들은 주변 어른들을 모방하면서 가족, 공동체, 문화권 등 자신이 속한 특정한 사회집단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운다."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을 한다는 철학의 질문에 발달심리학은 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바로 인간의 앎에 대한 의문, 즉 '지식의 문제'다. 이 문제는 철학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 가운데 하나다. 철학의 한 갈래인 인식론은 바로 이 문제를 다룬다. 지식의 문제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고 또 난해하다. 이 책에서는 이 세 가지 형태들을 각각 '타인의 마음 읽기 문제', '외부세계 문제', '언어 문제'로 부르기로 한다."
"심리학을 지배한 이론은 프로이트주의와 B. F. 스키너를 필두로 한 행동주의였다. 둘 다 어린아이들과 관계가 깊은 이론이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듯이, 프로이트와 스키너는 아동들이나 아기들에 대한 체계적인 실험을 생략했다. 프로이는 정신과 증상이 있는 어른들의 행동으로 부터 이끌어 낸 추론에 의존했으며, 스키너는 생쥐의 행동으로부터 이끌어 낸 추론에 의존했다. 또 철학자들이 그랬듯이, 프로이트도 스키너도 모두 발달 과정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 프로이트는 아동을 충동의 화신, 성욕과 식욕에 떠밀려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자체가 극심하게 왜곡된 존재라고 보았다. 스키너는 아동을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뭔가를 새겨야 하는,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빈 서판으로 보았다."


아이들이 학습해 가는 과정과 과학 사이에는 공통점이 꽤 많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과학자들이 이론을 만들고 수정해 가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아동들도 이론을 만들고 수정해 간다."
"아동과 과학자가 이론을 가짐으로써 갖는 이점은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지 알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아기들이 세계와 놀이를 하면서 주변 사물들에 관한 자신의 이론들을 검증하듯이, 과학자들도 실험을 한다."
"아동들이 자신이 발견한 것에 비추어 기존에 알고 있는 것을 수정하고 대체하듯이, 과학자도 결국은 소중하게 여겼던 이론을 버리고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인다."
"인간은 아동기의 조건들, 즉 안전한 여유시간과 적절한 장난감들을 재현한 체제를 발명했다. 이 체제를 우리는 과학이라고 부른다."
"500년 전, 아동들의 자연스러운 활동이 어른들의 체계적인 활동으로 변모했다. 물론 이러한 변모는 아동이 하는 것과 과학자가 하는 것 사이에 많은 차이를 가져왔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차이는 아동들은 전형적으로 사람을 비롯해서 가까이 있는 중간 크기의 흔한 사물들에 대한 이론을 구성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 결과 아동들은 자신의 이론과 관련이 있는 증거에 절대적으로 집착한다. 알아야 하는 것은 다 손 닿는 곳에 있다. 그에 반해 과학자들은 걸핏하면 너무 작거나 너무 큰 사물, 숨겨져 있거나 아주 드물거나 매우 멀리 있는 사물에 대한 이론을 구성하며, 관련 증거가 희박할 때도 많다. 그들은 멀리 떨어진 별이나 파악하기 어려운 질병에 대한 이론을 만들어 낸다.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이는 이 차이가 인지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차이를 가져온다."
"아기들과 어린 아동들의 주된 문제는 증거를 평가하는 일이 아니라 이해하는 일이다. 아동들은 대개 증거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판단하는 것보다 그 증거에 대해 설명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에게는 증거가 신뢰할 만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아동과 과학자 사이에는 이러한 차이점들이 엄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기와 과학자가 동일한 기초적 인지기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동일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재프로그래밍한다. 둘 다 이론을 정립하고, 예측과 검증을 수행하고, 설명을 찾고, 새로운 증거에 비추어 기존의 지식을 수정한다. 과학이 거둔 성공의 핵심에 바로 이러한 능력이 있다. 개별 과학자가 세운 이론을 검증할 수 없는 모든 사회적 제도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과학자가 아이들을 닮았을진대, 그들은 철학적 전설에서 말하는 냉정하고 이상화되고 논리적인 벌칸족도 아니요, 포스트모더니즘의 신화 속에 나오는 실험실 가운을 입은 흉포한 클린곤족도 아니다. 과학이 사회적 시도라는 점, 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며 인간의 모든 성취는 타인과의 협력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는 사회학자들이 옳았다. 그러나 과학이 논리적인 시도라는 점, 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진리를 갈구하며 그것을 찾기 위한 강력한 추론 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는 철철학자들이 옳았다."


발달심리학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추적하는 것인 만큼,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을 향한 아동 교육에 대한 조언이 없을 수 없다. 저자의 말대로 과학적 권위의 탈을 쓴 돌팔이들의 조언과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과학적인 발견을 근거로 한 조언이다.
"행동주의 전통에서는 부모와 양육자를 중심에 놓는다. 아이들의 좋고 나쁜 모든 점들이 다 그들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이 꽤 오랫동안 먹혔던 까닭은 어쩌면 덜 떨어진 어른들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언제든 엄마 탓으로 돌릴 수 있으니까) 동시에 어른 부모들에게는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자녀 양육에서 엄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며, 그런 까닭에 우리의 연구는 주로 엄마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왔다. ('모성어'라는 용어는 '양육자어' 또는 '아동 지향적 언어'에 비해 듣기도 좋지만 이 점에서도 일리가 있다. 엄마가 돈이나 명예나 권력을 위해서 자식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하느님도 아실 것이다. 최소한 용어에서나마 세상의 엄마들은 심리학자들의 인정을 받을 자격이 차고 넘친다.) 그렇지만 우리가 밝혀낸 어떤 현상도 순전히 엄마로부터만, 나아가 어른들로부터만 기인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아기에게 말을 할 때는 누구나 모방게임을 하고 모성어를 사용한다."
"엄마 아빠들은셀 수 없는우연들에 휘둘린다. 기질과 능력의 유전적 혼합이라는 우연, 그 혼합이 우리 자신의 기질 및 능력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라는 우연, 아동기의 그 몇 년간 하필 우리 삶이 그러했던 우연, 다른 외부세계가 우리 자식들에게 제공하는우연."
"자식 키우기의 핵심은 결국 한 명의 자율적인 행위자, 우리를 떠날 수도 있고,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거나 돌이킬 수 없는 참혹함으로 이어질 결론을 내릴 수도 있는 한 명의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끝나게 되어 있다."
"최선의 결과는 자식이 딴 데 정신이 팔린 상태에서나마 진득한 애정으로 어버이를 대하는 의젓하고 독립적인 어른이 되는 것이다. 만약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영아기의 열렬한 애착을 보인다면 그것은 병원에 가봐야 할 일이다."
"우리 아이들한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일러 줄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하여간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과 기회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것이 없다."


다음 글에서 계속.............


Posted by thinknew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