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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역사란 무엇인가 - E. H. 카 I

thinknew 2017. 1. 12. 18:00


역사학은 사회과학의 한 분과라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인문학으로 분류된다. 또 사람들은 미래를 알기 위해 마찬가지로 과거를 알고 싶어한다.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역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과학의 발전에, 특히 진화론의 발전에 역사가 깊이 개입한다. 역사는 과학일까? 아닐까? 이 질문에 역사학은 과학이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역사학자가 있다. 바로 에드워드 카이다.


저자가 제목을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형태로 붙였지만 역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 만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나의 결론은 파괴와 쇠퇴 이외에는 아무것도 내다보지 않으면서 진보에 대한 모든 신념과 인류에 의한 더 나은 진보에 대한 모든 전망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배제해버리는 오늘날의 회의주의와 절망의 조류는 엘리트주의의 한 형태- 위기에 의해서 자신들의 안전과 자신들의 특권을 가장 현저하게 침식당해 온 엘리트 사회집단의 산물, 그리고 한동안 세계의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확실한 지배권을 박탈당해버린 엘리트 국가들의 산물 -라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주된 창도자들은 지식인들, 즉 자신들이 봉사하고 있는 그 사회의 지배집단의 이념을 전파하는 자들('한 사회의 이념은 그 사회의 지배계급의 이념이다')인 것이다."

인간은 모든 현상을 이원론적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과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육체, 우연-필연, 성격에서의 본성-환경 영향 등이 대표적인 이원론적 관점이다. 문제는 이원론적 관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원론의 한쪽만을 강조할 때이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 대 비관적 전망, 사실과 해석, 주체와 객체, 보편성과 특수성 등이 그것이다, 
"액턴(1834-1902. 영국의 역사가) … 1896년 10월의 보고서 …… 거의 정확하게 60년이 지난 후에 교수인 조지 클라크 경 (1890-1979. 영국의 역사가) …… 액턴은 후기 빅토리아 시대의 긍정적인 신념과 분명한 자신감을 표명하고 있다; 조지 클라크 경은 비트 세대의 방황과 혼란스러운 회의주의를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할 때, 우리의 대답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 자신의 시대적 위치를 반영하게 되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더욱 폭넓은 질문에 대한 대답의 일부가 된다."
"영국의 역사가들이 역사철학에 끌려들어가기를 거부한 이유는 역사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역사의 의미란 절대적이고 자명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19세기의 자유주의적 역사관은 자유방임(laissez-faire)의 경제학설- 이것 역시 천하태평의 자신감에 찬 세계관의 산물이었지만 -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일에 힘써라, 그러면 보이지 않는 손이 보편적인 조화를 이끌어줄 것이다. 역사의 사실 그 자체도 보다 더 나은 상태를 향한 진보가 은혜롭게 그리고 분명히 끝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그 지고(至高)한 사실의 표현이었다."
"역사의 사실에 대한 역사가의 관계를 검토해 온 우리는 분명히 불안정한 상태, 즉 역사란 사실을 객관적으로 편찬하는 것이며 해석보다는 사실이 무조건 우월하다고 보는 타당치 못한 역사이론의 스킬라와 역사란 해석과정을 통해서 역사의 사실들을 확정하고 지배하는 역사가의 정신의 주관적 산물이라는 마찬가지로 타당치 못한 역사이론의 카리브디스 사이에서, 과거에 무게중심을 두는 역사관과 현재에 무게중심을 두는 역사관 사이에서 어렵사리 항해하는 그런 상태에 놓이게 된 셈이다."
"역사가의 곤경은 인간의 본성을 반영한다. 인간은, 아마도 아주 어렸을 때나 아주 늙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환경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으며 무조건 그것에 예속되지도 않는다. 그런 반면, 인간은 결코 그의 환경에서 완전히 독립적일 수 없고 그것의 무조건적인 지배자일 수도 없다. 인간과 그의 환경의 관계는 역사가와 그의 연구주제의 관계와 같다."


이런 이원론적 관점을 극복하면서 역사가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실은 문서 안에 있건 없건 역사가에 의해서 처리되어야만 하며, 그런 후에라야 비로소 역사가는 그것들을 어떻게든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역사가가 사실들을 이용하는 것이 곧 그 처리과정인 것이다."
"역사가의 기능은 과거를 사랑하거나 자신을 과거로부터 해방시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로서 과거를 지배하고 이해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나는 역사가라는 이름에 값하는 모든 역사가에게는 경제 학자가 '투입(input)'과 '산출(output)'이라고 부르는 그 두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며, 또 실제로 그 두 과정은 단일한 과정의 부분들이라고 확신한다. 만일 그것들을 분리시키거나 어느 하나를 다른 하나보다 우월한 것으로 삼고자 애쓴다면, 여러분은 두 가지 이단론들 중의 어느 하나에 빠지게 된다."
"역사가는 그의 사실들의 비천한 노예도 아니고 난폭한 지배자도 아니다. 역사가와 그의 사실의 관계는 평등한 관계, 주고받는 관계이다."
"역사가는 자신의 해석에 맞추어 사실을 만들어내고 또한 자신의 사실에 맞추어 해석을 만들어내는 끊임없는 과정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둘 중 어느 한쪽을 우위에 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와 개인은 분리될 수 없다; 그것들은 서로에게 필수적이고 보완적인 것이지 대립적인 것이 아니다."
"역사를 상호작용의 과정으로, 현재의 역사가와 과거의 사실 사이의 대화로 설명했다."
"역사는 이 말의 두 가지 의미에서 -역사가가 수행하는 연구와 그가 연구하는 과거의 사실이라는 두 가지 뜻에서- 하나의 사회적인 과정이며, 개인은 그 과정에 사회적인 존재로서 참여한다."
"역사는 특수한 것과 일반적인 것의 관계를 다룬다. 여러분이 역사가라면, 사실과 해석을 분리시킬 수 없듯이, 그 두 가지를 분리시키거나 어느 하나를 다른 하나보다 우월한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배운다는 것은 또한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의 기능은 과거와 현재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진전시키는 데에 있다."
"역사에서의 예언의 문제에 관한 실마리는 이렇게 일반적인 것과 특수한 것, 보편적인 것과 유일한 것을 구별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역사가는 일반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역사가는, 비록 특정한 예언은 아니더라도, 미래의 행동에 대한 타당하고도 유용한 일반적인 지침을 준다. 그러나 그는 특정한 사건을 예언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특정한 것은 유일하기 때문이며 또한 거기에 우연이라는 요소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별은 철학자들에게는 성가시겠지만 보통사람에게는 완전히 명백하다."
"그 문제에서도 우리는 합리적인 원인과 우연적인 원인을 구별한다. 합리적인 원인은 다른 나라, 다른 시기, 다른 조건에 서도 언젠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국 유익한 일반적인 원인이 되며 따라서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 것은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키고 심화시킨다는 그 목적에 기여한다. 우연적인 원인은 일반화될 수 없다; 또한 그것은 그야말로 말 그대로 독특한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교훈도 가르쳐주지 않으며 어떠한 결론도 가져다주지 못한다."
"역사는 전통의 계승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전통은 과거의 관습과 교훈을 미래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기록은 미래의 세대를 위해서 보존되기 시작한다."
"역사의 사실들은 순수하게 객관적일 수 없는데, 왜냐하면 그것들은 역사가가 부여하는 의미에 의해서만 역사의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역사에서의 객관성- 만일 우리가 그 판에 박힌 용어를 여전히 사용하기로 한다면 -은 사실의 객관성일 수 없으며, 오로지 관계의 객관성, 즉 사실과 해석 사이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사이의 관계의 객관성일 수 있을 뿐이다."
"가치는 사실에 개입하여 그것의 필수적인 부분이 된다. 우리의 가치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장치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주변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과 주변환경을 우리에게 적응시킬 수 있는 능력, 즉 역사를 진보의 기록으로 만들어온 저 주변환경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우리의 가치들을 통해서 마련된다. 그러나 인간과 환경의 투쟁을 과장하여 사실과 가치를 부당하게 대립시키거나 부당하게 분리시키지 말아야 한다. 역사에서의 진보는 사실과 가치와 상호의존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성취된다. 객관적인 역사가란 이러한 상호과정을 가장 깊이 통찰하는 역사가인 것이다."
"역사가는 사실과 해석, 사실과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사람이다. 그는 그것들을 분리시킬 수 없다."


다음 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