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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아기들은 어떻게 배울까 - 앨리슨 고프닉 외 2인 II

thinknew 2017. 1. 22. 16:31




지난 포스트에 이어 이번에는 저자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아기들의 학습 메카니즘을 보자.
"아기의 뇌는 장차 갖게 될 뉴런들 가운데 대부분을 이미 가지고 있다. 뉴런의 수는 갓 태어났을 때부터 환갑이 지날 때까지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갓난아기의 뇌 무게는 어른 뇌의 약 1/4밖에 안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자라고 무엇이 변하는 걸까?"
"뉴런은 성장한다. 우선 이것이 무게 차이의 일부를 설명해 준다. 그러나 주된 변화는 배선이다. 배선이란 세포들 사이의 복잡한 연결망을 일컫는 말이다. 하나의 개별 세포가 다른 세포들에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은 이 연결망 덕분이다."
"이 복잡한 배선 작업은 활동과 경험에 의존해서 이루어진다."
"세포들이 성장하고 연결되는 패턴은 완전히 임의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사전에 결정되어 있다는 주장과도 한참 거리가 있다. 동물 연구들은 마치 도시들 사이를 잇는 큰 줄기의 전화선이 미리 깔려 있듯이 유전자들에 의해 몇 가지 지침이 내려져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눈의 망막세포들은 뇌의 양 측두부에 있는 언어 영역이 아니라 뇌의 후두부에 있는 시각 영역을 향해 연결의 손길을 뻗는다. 그럼에도 배선은 '활동'에 의존한다. 큰 줄기가 깔려 있어도 특정한 한 집 한 집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요구사항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세포들은 서로 신호를 보내면서 반(半) 항구적인 연결을 형성하게 된다. 흡사 자주 휴대폰을 거는 사람들 사이에 저절로 케이블이 생기는 것 같다. 처음에 세포들은 미친 듯이 최대한 많은 세포들과 연결을 시도한다. 마치 텔레마케터들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전회를 걸어서 누군가가 "예"라고 응답해 주기를 바란다. 다른 세포가 응답하고, 그러한 응답이 잦아지면 항구적인 케이블이 깔린다."
"바로 이러한 항구적 연결을 형성하는 것이 뇌세포의 인생 목표다. 뇌세포는 자라면서 다른 세포들과 접촉하기 위해 여러 개의 가지들을 내뻗는다. 어떤 가지들은 세포 밖으로 정보를 내보내고[축색], 또 어떤 가지들은 세포 안으로 정보를 들여온다[수상돌기]. 가지를 뻗는 것은 한 세포의 축색과 다른 세포의 수상돌기를 연결하기 위해서다. 두 세포의 이 이음새 부분을 시냅스라고 한다 축색이 수상돌기에 닿으면 '신경전달'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의사소통 방식이 확립된다. 두 개의 뉴런이 시냅스를 이루면 그 둘 사이에 화학물질이 흐르면서 연결이 완성된다. 마침내 통신이 오갈 수 있게 돠는 것이다."
"아이들의 뇌는 어른 뇌보다 훨씬 더 바쁘다. 생후 3개월이 되면 시각, 청각, 촉각을 관장하는 뇌 영역들의 포도당 소모량이 점차 늘어난다. 두 살이 되면 뇌의 에너지 소비량이 거의 어른 수준에 육박한다. 세 살배기의 뇌 활동량은 실제로 어른 뇌의 2배에 이른다. 어른의 2배 수준에 달하는 바쁜 활동은 아홉 살에서 열 살까지 유지된다. 그 뒤 감소하기 시작해서 열여덟 살 정도가 되면 어른 수준으로 안정된다."
"이 격렬한 활동의 이면에 무엇이 있을까? 뇌가 분주히 움직이는 까닭은 연결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태어날 때 대뇌피질의 뉴런은 각각 약 2500개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시냅스 수는 두세 살에 최고치에 달하는데, 이때는 각각의 뉴런이 약 1만5000개의 시냅스를 가지게 된다."
"자라면서 이 연결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뇌가 곧장 지속적으로 연결을 늘려 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뇌는 일단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연결을만든 다음,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제거해 버린다. 오래된 연결들을 지워 버리는 작업은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많은 메시지들이 오가는 시냅스는 점점 더 튼튼해지고 살아남는 반면에 약한 시냅스 연결은 제거된다."
"뇌는 사용되지 않는 연결들을 잘라내 버림으로써 자주 사용하는 연결들을 강화시킨다. 어떤 연결을 강화시키고 어떤 연결을 제거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경험이다. 빈번하게 활성화되는 연결은 보존된다. 열 살에서 사춘기에 이르는 시기의 뇌는 약한 연결들을 무자비하게 파괴시켜 버리고, 경험에 의해 유용성이 입증된 연결들만을 보존한다."
"뇌는 매우 유연하다. 이 유연성을 신경과학자들은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연결과 가지치기라는 이 과정은 뇌가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와준다."


저자들은 발달심리학의 연구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과학적 태도를 견지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과학과 정책을 통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학적으로 잘 교육된 시민들을 갖는 것이다. 여성이 자신의 건강을 책임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방암, 에스트로 겐, 출산 등에 대한 지식들을 두루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것이다. 이 책의 목표는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발달과학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이야기한 발달학의 흥미로운 결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확히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과학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과학은 세계에 대한 정상적인 이해의 확장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아는 바를 토대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데, 과학은 바로 그 지식의 일부다. 발달과학에 대해 알면 근거 있는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판단 자체는 자신의 몫이다."

저자들은 또 왜 아기들을 연구해야 하며, 아기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분명하게 이야기해 준다.
"우리가 아기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한 가지 이유는 우리가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발달과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아기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도 한때 아기였기 때문이다. 아동을 연구하는 것은 자신을 연구하는 것이다. 아동이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보는 것은 내가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를 보는 것이다."
"단순하고 어리석은 아기로 시작해서 아동기를 거치면서 점차 보통의 어른으로 발전하고 예술이나 과학의 천재라는 정점에 도달하는 거대한 지식의 사슬 따윈 없었다. 아기들의 마음은 최소한 어른들만큼 풍요롭고 추상적이고 복잡하고 강력하다. 아기들은 행동하고 느낄 뿐 아니라 생각하고 추론하고 학습하고 안다. 동시에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종종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나 다르다. 아이들은 우리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면서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다르다."
"아기들과 어린 아동들을 바라보는 이 새로운 관점에는 도덕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우리가 앞서 기술했던 정책 논의들은 어떻게 하면 아기들과 아동들을 올바른 어른으로 만들어 낼까, 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는 아기들과 어린 아동들이 본래부터 온전한 인간임을 보여 준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떤 어른이 될지에 대해 별 통제력을 가지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의 삶에 대해 엄청난 권력을 행사한다. 그들의 삶은 어른들의 삶만큼 귀중하다. 아이들은 장차 어른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귀중한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생각하고 느끼는 독립된 인간이기 때문에 귀중한 존재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짧은 문장을 통해 결론을 내린다.
"우리 인간들은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추구하는 가운데, 가장 웅대한 계획을 완수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저자들은 아기들이 학습하는 과정이 과학자들이 연구를 하는 과정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근대 과학이 등장하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이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근대과학이 등장하고 인류의 문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점도 설명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타고난 과학적 성향을 잘 활용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을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