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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설민석 논란으로 보는 표현의 자유

thinknew 2017. 4. 4. 07:44

https://www.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icat=&table=impeter&uid=1278&PHPSESSID=f2622046d5b32cd7589753131de411ca



얼마전 JTBC에서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그램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말하는 사람이 작가였는데, 하는 말 중에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 소재의 공통점은 죽은 사람들'이라는 말을 했다. 그 이유는 산 사람을 소재로 할 경우 조금만 부정적으로 묘사해도 소송 걸리기 일수이기 때문이다. 코미디언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하소연한 적이 있다. 어떤 내용이 특정 집단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개그가 나오는 그 집단에서 반발하기 때문에 소재로 활용할 수가 없다고. 그런데 간혹 죽은 사람들, 즉 역사적 인물들을 소재로 해도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TvN의 교양 예능 프로인 '어쩌다 어른'에서 설민석이 3.1 독립운동 당시의 33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했다가 유족회로부터 소송에 직면했다는 기사다.

http://v.media.daum.net/v/20170403153257589 


"민족대표 33인 유족회는 이날 오전 11시쯤 허위사실에 의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설민석씨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설씨는 최근 자신의 저서를 강의하면서 "3·1운동 당일날 민족대표들은 현장에 없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룸살롱이었던 태화관에서 마담인 주옥경과 손병희가 사귀었다", "민족대표 33인 대다수가 스스로 자수해 친일로 돌아섰다"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역사란 과거의 일들을 다루는 것이어서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기 마련이다. 3.1 독립 운동이 일제 식민지를 탈피하는 데 큰 동력이 되었다는 점은 이론이 없지만 민족대표 33인들에 대한 평가는 지금까지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다. 기독교 한국신문에서 인용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자.
"기독교인 16명이 포함된 33인의 독립선언문은 3.1만세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만세운동의 현장에 없었다. 그리고 16인 기독교 대표는 일본국가주의에 굴복하는 안타까운 역사를 만들어 냈다. 이것이 바로 2.8독립선언문을 작성하고, 독립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학생들과 다른 점이다. 독립선언문은 하와이에서도, 미국본토에서도 낭독됐다."
http://www.ck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17

게다가 설민석은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역사 강사이지 역사를 재해석해내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따라서 유족회가 불만이 있다면 그런 해석을 해낸 역사학자에게 해야 마땅한 일이다.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서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자신들의 조상들을 부정적으로 표현했다고 '사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댄다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짤방 이미지와 관련된 링크를 따라가 보면 거기에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태화관'이 아니라 '명월관 인사동 지점'이 정확하다고도 하고, 기생이 접대한 곳은 맞지만 그때 기생은 지금의 룸싸롱 접대부와는 달랐기 때문에 룸싸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있다고도 하고, 술을 마신 것은 맞지만 '흥청망청' 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민족대표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실제 친일 부역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어떤 좋은 일은 완벅한 사건들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런 역사는 없다. 역사란 '우연'과 '의도치 않은 결과의 역설'들이 가득한 이야기의 장이다. 거짓을 지어내서 떠드는 것이 아니라면 다양한 역사 해석은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인정해야 마땅하다. 어느 표현이 사람들의 공감을 더 얻을 것인가는 특정 시대의 대중들이 결정할 일이지, 당사자들이 법에 호소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