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김병준이 자한당 비대위원장을 맡고 나서도 행보가 요상했다. 모두가 인적 청산을 이야기함에도 '인위적인 인적 청산은 없다'고 해서 친박을 반발을 일단 누그려뜨렸다. 이어지는 행보에서 국가주의를 거론하고,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제1야당의 대표로서의 행보가 읽힌다. 지금은 친박이라면 이를 갈지만 대선 전에는 '친박도 안고 가야 한다'라고 했던 홍준표의 행보와 비교해 보면 김병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대선 주자급으로 놀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의 김병준을 잘 아는 인물이 '권력욕이 대단한 인간'이라고 평한 것과 같이 생각해 보면 김병준의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는데, 그런 추론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성태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한번 보자.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55774.html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김성태 원내대표의 ‘성정체성’ 관련 발언에 대해 ”소신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기무사 계엄 문건 논란에 뜬금없이 '성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는 김성태에 대해 김병준은 '개인 소신'이라고 엄호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할 때가 아니다'라고 피해 간다. 친박과 친노를 포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김병준이 '내가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오르겠다'고 떠든 김성태도 안고 가겠다는 김병준의 의도는 분명하다. 자한당을 모두 안고 가면서 오직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자한당의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권력욕이 강한 것을 마냥 탓할 수는 없다. 어찌되었든 자한당은 다음 총선까지는 제1야당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므로 아무런 지지 기반이 없는 김병준이 일거에 대선 주자급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 자한당을 등에 업는 것 이상으로 좋은 수가 없다. 더욱이나 자한당이 맡아달라고 애결복걸하는 상황이지 않은가.
문제는 김병준이 정말 대선 주자급이냐 이다.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하면서 국가주의를 탓하고, 그 국가주의 비판이 정당하다라고 내세우는 근거가 고작 '학교에 자판기를 금지하는 것'을 들고, 김성태의 '성 정체성' 발언 논란을 '개인 소신'이라고 치부하고, 계엄 문건 논란을 '있을 수 있는 고려' 정도로 생각한다고 하는 등의 얕은 인식을 드러내는 인간이다.
우리는 깜이 안되면서도 운좋게도 일거에 대선 주자 반열에 오른 안철수가 어떻게 망가져 갔는지를 지겹도록 보았다. 김병준은 안철수가 아니니 같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에도 언급했다시피 그런 얕은 인식을 가진 자가 상황에 의해 일거에 대선주자급으로 부상해서 대선주자로서 행세를 하면 그 바닥이 금방 드러난다는 것쯤은 예언도 아니다.
아무튼 아직은 시작 단계이니 지켜볼 일이다. 김병준의 야심을 자한당도 견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어떤 분란이 일어날 것인지를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가 솔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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