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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북한이 또

thinknew 2017. 8. 29. 18:01


북한이 다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하여간에 골치아픈 놈들이다. 그렇긴 하나 이런 도발이 한두번도 아니었고, 그에 대해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었던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어서 북한은 그냥 '나쁜 놈들'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의 대응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번 보자.

http://www.nocutnews.co.kr/news/4838039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이 오늘 오전에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직후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내용을 보고 받고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동안에 북한이 도발하면 괴이한 풍경이 벌어진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괴이한 단체들이 나타나서는 북한 규탄 시위를 한다. 그런데 그 시위를 북한을 향해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야당(지금은 여당인 민주당)을 향해 한다. 그러면 대통령 이하 꼴통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을 거쳐 지금은 자한당과 바른정당)은 경제가 어렵네 어쩌네 하면서 장단을 맞춘다. 그러면서 '종북 놀이'하느라 세월가는 줄 몰랐다.

지금은 어떤가. 문 대통령은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이게 정상 아닌가? 또라이같은 북한이 까불면 '너희들 그러다간 다쳐' 라고 따끔하게 한마디 할 뿐만 아니라 바로 무력 시위도 보여준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왜 그렇게 못했을까? 그것은 북한의 도발을 그것으로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끄떡하면 그걸 핑계로 정권을 비판하는 야당 공격하는 빌미로 써먹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만 보고 대응할 수가 없지 않았겠나.

대통령이나 여당 국회의원들이 그 모양이었으니 안보 관련자들은 또 어떻게 놀았겠나. 이순신 장군은 박정희가 정치적 목적으로 신격화시키긴 했지만 군의 모범임은 분명하다. 선조가 그렇게 구박을 해도 안보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 이순신 장군의 후예라면 정치는 꼴통같이 굴더라도 군은 오직 안보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똥별들이 한 짓을 보면 한마디로 가관이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이 드디어 한마디 했다. 기사를 보자.

http://v.media.daum.net/v/20170829110607578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첫 국방부 핵심정책 토의(업무보고)에서 군의 자신감 부족을 질타하며 ‘군기 잡기’에 나섰습니다. 국방 개혁을 독려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우리가 북한 군사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로지 연합 방위능력에 의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미리 독자적 작전능력에 대해서도 아직 때가 이르고 충분하지 않다고 하면 어떻게 군을 신뢰하겠는가” 등 발언 수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11년 전인 2006년 12월2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50차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일갈하던 모습과 겹쳐진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문 대통령은 '자신감 부족'으로 에둘러 표현했지만 깨놓고 이야기하자면 "너희들은 그동안 뭐했냐?" 이거다. 욕 먹어도 싸다. 종북 놀이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정치권에 빌붙어 방산 비리에 갑질이나 하고 말이지. 노 전 대통령도 그랬다. 우리가 국방비를 훨씬 많이 쓰는데도 방어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라고 말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도발 의도를 짐작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주도권을 행사하겠다고 분명하게 내세운 이상 북한이 대화 상대를 미국 대신 한국 정부로 설정해야 할 상황인데 그 전에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를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그때의 화기애애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이 어느 때보다 클 것이 분명하다.

언제나 그랬듯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가 의연하게 대처하면 북한은 조만간 대화의 테이블에 돌아오게 되어 있다. 꼴통들은 북한의 김정은을 '미친 놈'이라고 치부하지만 김정은도 결국은 북한 주민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야만 존립이 가능하다. 가시적인 적을 외부에 둠으로서 잠시는 북한 주민들의 시야를 가릴 수는 있겠지만 언제까지 핵이나 미사일 놀이에만 치중할 수는 없다. 정치도 결국 먹고사니즘으로 귀결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경제 문제를 장기간 방치하면 김정은도 결코 무사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럴 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남한과의 협력이다. 이번 도발을 지금처럼 대범하게 대처하면 아마도 한마연합 훈련이 끝나고 나면 조만간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남북 해빙의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또한 기대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