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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바른 마음 - 조너선 하이트 I

thinknew 2016. 12. 13. 16:22



이 책은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할 것 없이 논쟁과 대립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저 부제 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데다 이 책을 소개한 이의 글에도 좌파와 우파의 대립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혹시라도 대한민국 정치 상황의 난맥 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해서 이 책을 서둘러 읽어 보았다.

저자가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해 두었다.
"여러분이 두 가지 주제에 대해 새로운 생각의 틀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두 가지 주제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골치아프며 가장 편이 갈리는 문제인 정치와 종교를 말한다. 사회 생활 에티켓 책에서는 서로 예의를 지켜야할 때는 정치와 종교에 관한 화제는 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그 둘을 가지고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누라는 입장이다. 정치와 종교는 둘 다 우리 기저에 자리잡은 도덕적 심리의 표현인 바, 그러한 심리에 대한 이해는 오히려 사람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다음과 같은 저자의 결론은 너무나 허무하다.
"우리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 같이 발붙이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서로 잘 지낼 수 있게 함께 노력해보자." 
노력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쁠리야 만무하지만 정치에서든 일상 생활에서든 대립이 노력하지 않아서는 생기는 것도, 해결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 않겠는가.

기대에 어긋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이 책은 부제때문에 정치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그리고 정치 이념에 관한 내용이 꽤 있긴 하지만, 진화심리학에 기반한 도덕 감정론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도덕 감정론에 관해서라면 이 책에서 건질 것이 꽤 있다. 그런데 저자는 그 도덕 감정론을 바탕으로 신다윈주의 진화론에서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집단선택 모델, 종교, 그리고 정치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관한 논증을 전개하는데 이게 좀 엉성하다.

저자의 도덕감정론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우선 도덕심리학의 세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 번째 원칙,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 다음이다." 
두 번째 원칙, "도덕성은 단순히 피해와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
세 번째 원칙, "도덕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 멀게도 한다 ."

첫번째 원칙은 전적으로 진화심리학에서 밝혀낸 사실들에 의존한다. 사람들은 의식이 먼저이고 행동이 나중이라고 생각하지만 진화심리학에서 밝혀낸 바에 의하면 행동에 대한 결정이 먼저 내려지고 의식은 사후 합리화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행동을 관장하는 영역을 그 전에는 감정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직관 또는 직감이라고 하고, 저자는 직관과 의식의 관계를 코끼리와 기수로 비유한다. 실제로는 덩치가 작은 기수가 덩치가 큰 코끼리를 통제하지만 그렇게 이 비유를 받아들이면 잘못이고, 단지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있어서 직관의 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첫번째 원칙 하에 두번째와 세번째 원칙을 논증하기 위해 도덕적 가치의 다양성에 관한 언급한다. 먼저,
"슈웨더는 도덕의 주제가 크게 세가지 군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고 거기에 각각 '자율성의 원리', '공동체의 원리', '신성함의 윤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도덕성의 다섯가지 기반을 제시한다.
(1) 배려/피해 기반: 이 기반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잔혹함을 경멸하는 경향을 보이고, 나아가 고통 받는 이들을 돌봐주려는 마음을 갖는다.
(2) 공평성/부정 기반: 이 기반 때문에 우리는 누가 협동과 호혜적 이타주의에 훌륭한(혹은 나쁜) 파트너다 싶으면 그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우리가 사기꾼이나 부정행위자와 관계를 끊거나 그에게 벌을 주고 싶어 하는 것도 이 기반 때문이다 .
(3) 충성심/배신 기반: 이 기반 때문에 우리는 누가 훌륭한 팀플레이어인지에(그렇지 않은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이 기반 때문에 우리는 그런 사람에게는 신뢰와 보상을 주고 싶어 하고, 반대로 나 혹은 우리 집단을 배반하는 사람에게는 위해, 추방, 심지어 살인으로 응징하고 싶어 한다 .
(4) 권위/전복 기반: 이 기반때문에 우리는서열이나 지위의 표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며 타인이 자신의 주어진 지위에 맞게 잘 행동하고 있는지도(혹은 그렇지 않은지도) 민감하게 살핀다 .
(5)고귀함/추함 기반: 병원체와 기생충이 득실대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더 광범한 도전 과제 역시 후일 이 기반을 발달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여기서 공평성/부정 기반을 분석하여 여섯번째로 자유/압제 기반을 추가한다.
"공평성 기반에 평등과 비례의 원칙이 다 포함 된다고 가정 …………. 애초 우리는 비례의 원칙과 평등이 인지 모률은똑같으나 그 표현만 서로 다른 것이라고 가정했는데, 과연 그러한지 의문이었다. 둘 모두가 호혜적 이타주의와 관련이 있다는 로버트 트리버스의 설명은 정말 사실인 것일까? 사람들이 왜 비례의 원칙을 중시하는지, 나아가 부당 행위자에 대해 왜 그토록 민감한지는 그 이유를 찾기 어렵지 않다. 그것은 트리버스의 분석, 즉 믿을 수 있는 파트너와 서로 호의를 주고 받음으로써 이익을 얻는다는 호혜적 이타주의를 통해 직접적으로 해명되기 때문이다. ……… 평등에 대한 욕구는 호혜성 및 교환의 심리보다는 자유 및 압제의 심리와 더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도덕적 가치의 기반을 바탕으로 우파와 좌파의 다름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진보의 도덕 매트릭스는 배려/피해, 자유/압제, 공평성/부정 기반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단 진보주의자들은 공평성(비례의 원칙)이 동정심이나 압제에 대한 저항과 상충할 때에는 공평성은 버리고 그 대신 이 둘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보수주의자의 도덕성은 여섯 가지 기반 모두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에 비해서 배려 기반을 희생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다른 도덕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라면, 그 과정에서 해를 입는 사람이 생겨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수와 진보의 도덕적 가치 기반이 다르니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화당원은 도덕심리학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민주당원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한다.
"민주당에서는 이들이 이렇게 자신의 경제적 이해에 반하는 식으로 투표하는 것은 공화당의 농락에 넘어간 때문이라고 곧잘 이야기 한다 (2004년의 인기작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What's the Matter with Kansas?)의 주된 논지도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도덕성 기반 이론'에서 보면, 시골 지역과 노동자 계층 유권자들은 사실 자신들의 도덕적 이해에 따라 투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입맛은 '더 트루 테이스트' 식당(도덕적 가치의 다양성을 인간의 미각에 비유해서 나온 것)에는 맞지 않을 뿐더러, 나아가 자신의 나라가 피해자들을 돌보고 사회의 정의를 실현시키는 데만 매달리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이런 논증은 논증으로서도 부실할 뿐 아니라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현재 미국 공화당 극우파들에게 면죄부를 줄 우려가 다분하다.

저자는 결코 그걸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뒤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언급에서 알 수 있다.
"여기서 나는 보수주의 지식인들을 칭송하고 있는 것이지 공화당을 칭송하고있는 것은 아님을 유념해주기 바란다."

다음 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