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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생각의 지도 - 리처드 니스벳

thinknew 2016. 12. 18. 20:34


동양과 서양은 확실히 다르다. 그러면서도 인간으로서의 공통점도 많다. 후자는 진화심리학에서 생물학적 기원을 거의 밝혀 논 상태이다. 그러나 '다름'은 문화의 영역으로 생물학적 기원을 추적하는 것만으로는 분석하기가 힘들다. 문화도 유전자처럼 복제자로 가정하여 '밈'을 통해 설명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밈' 개념 자체가 아직은 가설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문화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은 문화 그 자체의 차원에서 다룰 수 밖에 없다. 이때 유용한 도구가 비교문화론이다. 다양한 문화의 비교를 통해 문화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대표적인 저서라면 홉스테데의 '세계 문화와 조직'을 들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영, 미와 유럽을 포함한 서양 문화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의 동양 문화를 비교 분석한 책이 다음에 요약을 올릴 책이다. 


저자는 미시간 대학에서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 대학원생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서양과 동양을 비교 분석한다. 저자에 의하면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서양인들은 보편주의와 같은 추상적인 규칙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어떤 특수한 상황 때문에 규칙을 저버리는 행위는 부도덕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동양인들의 눈에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때로는 비정하게까지 보인다."
"동양인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호의존적 단서들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의존적인 사람이 되도록 유도(점화)되고 있고, 서양인들은 독립적 단서들을 통해 독립적인 사람이 되도록 늘 점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든지 독립적인 사회에서 살면 독립적 단서에 노출되기 때문에 독립적인 방법으로 사고하게 되고, 상호의존적인 사회에서 지내게 되면 상호의존적 단서에 점화되어 상호의존적인 방법으로 사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우주를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사물들의 조합으로 생각했지만 고대 중국 철학자들은 우주를 하나의 연속적이 물질로 간주했다."
"서양인은 개별적 '사물'을 보고 있고 동양인은 연속적인 '물질'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동양인에 비해 서양인들이 훨씬 더 세상을 통제 가능한 곳으로 여긴다. 동양인들은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스스로를 환경에 맞추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현대의 동양인들은 고대의 동양인들처럼 세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전체 맥락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사건들 사이의 관계성을 파악하는 데 익숙하며, 세상이 복잡하고 매우 가변적인 곳이라 믿는다. 또한 세상의 구성 요소들은 서로 얽혀 있고, 세상사는 양극단 사이에서 순환을 반복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그러한 사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협동과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와는 반대로, 현대의 서양인들은 고대의 그리스인들처럼 세상을 보다 분석적이고 원자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사물을 주변 환경과 떨어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변화가 일어난다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개인이 그러한 일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스인들은 공통의 속성을 지닌 것들을 같은 범주로 분류했지만 철학자 도널드 먼로에 따르면 중국인은 그렇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서로 '공명 (resonance)'을 통하여 영향을 주고 받는 것들을 같은 범주에 속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런 차이들을 바탕으로 "서양의 직선적linear 관점과 동양의 순환적인circular 관점"으로 구분하고 성향도 "서양인의 '단순성 추구 경향'과 동양인의 '복잡성 추구 경향'"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자는 단순하게 비교 목적으로 이런 분석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런 차이가 문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리가 없다. 저자는 이런 차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화 현상 중 근대 과학이 유럽에서 융성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서양인들의 단순한 세계관은 적어도 과학의 영역에서 매우 유용한 시각이다."
"반면 중국인들은 '거리가 멀리 떨어진 곳으로도 힘이 전달될 수 있다'라는 원리를 서양인보다 먼저 이해해놓고도 그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것을 증명한 이들은 처음에는 그것을 믿지 않았던 서양인이었다. 서양인들은 '서로 인접해 있는 물체들 사이에서만 마치 당구공들처럼 접촉에 의해 힘이 전달될 수 있다'라는 단순한 모델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물체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의 원리를 알아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다름' 그 자체를 강조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는다. 
"동양과 서양은 우주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가정이 다르고, 어디에 주의의 초점을 두는지도 다르고, 변인들 사이의 관계를 지각하는 능력과 복잡한 환경에 놓여 있는 사물을 구별하는 능력에서 다르고, 행동의 원인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다르고, 세상을 범주로 파악하는지 아니면 관계로 파악하는지의 여부에서도 다르고, 마지막으로 형식 논리의 규칙을 포함한 '규칙'을 사용하는 정도에서 다르다."

저자의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에 대한 분석이 명쾌하고, 서술도 간결하며 책의 부피도 적어 읽기에 아주 편하다. 따라서 이 책은 강력 추천 목록에 올려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