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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미국과 북한의 치킨 게임

thinknew 2017. 8. 10. 21:44

[이미지 설명] 겁대갈 상실

1994년 북한은 자체 방송을 통해 '서울 불바다'를 거론한다. 그것을 전쟁 임박 신호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비상 식량 준비하느라 슈퍼에 생필품이 바닥나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찌라시들의 선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방송을 자세히 들어보면 북한의 주장은 이렇다. "남한이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계속 압박하면 북한도 죽기 살기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그 방송 어디에도 북한이 남한을 선제 공격하겠다는 말이 없다. 계속 남한과 미국이 몰아붙이면 죽기살기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서울 불바다'만 주구장창 외친 찌라시들 탓에 마치 북한에 의한 전쟁 발발 위기처럼 사람들에게 인식되었다. 물론 찌라시들의 선동으로만 그런 난리법석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찌라시들의 선동에 근거를 확인하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믿어주는 인간들'이 많았기에 그게 가능했던 것이다.

아무튼 그 때와 유사한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전쟁 가능성을 거론하며 치킨 게임을 하는 당사자가 북한과 미국이다. 더욱 이상한 것은 그 싸움의 시작을 미국이 먼저 했다는 것이다. 일단 기사를 보자.

http://v.media.daum.net/v/20170810172444855?rcmd=rn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트럼프 대통령), "정권의 종말(end of its regime)과 국민 파멸(destruction of its people) 이끌 행동 중단해야"(매티스 국방장관)"
"한반도 사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 초강경 메시지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자, 북한도 '미사일을 괌 주변으로 포위 사격'으로 대응했다. 그에 대해 국제 사회가 들끓는데도 미국의 국방장관이 한술 더 뜬다. 미국은 '슈퍼 파워를 넘어 하이퍼 파워'라는 으름짱도 곁들였다. 이게 웃기는 것이, 미국이 북한과 치킨 게임을 한다? 이것을 비유로 표현해 보자. 거구인 최홍만이 초등학생을 앞에 놓고 '너 까불면 죽어'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말도 안되는 사단을 미국이 연출하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의도를 짐작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의도는, 중국에게는 북한을 좀 더 잘 단속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한국에게는 사드 배치나 한미 FTA 재협상 같은 미국의 이익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미국의 저런 설레발이 엄포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 미국은 여러 곳에서 국지전을 펼친 이력을 가진 나라라 중국이나 한국으로서는 마냥 엄포려니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사드 임시 배치를 결정하고, 이젠 한발 더 나아가 환경영향평가도 보류했다. 이게 미국의 성에 찰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로서는 시늉으로라도 미국에 동조하는 액션을 취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처한 곤경이다. 그래서 경각심을 가지되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는 그런 상황이다.

아무튼 이런 소동에 대해 20년 전에는 전쟁 대비하느라 야단법석이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담담하다. 다음 기사를 보면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다.

http://v.media.daum.net/v/20170810180609241?rcmd=rn 

"이번에도 외신들은 한반도의 긴장 상황을 매시간 보도할 정도로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쟁의 위협이 가시화됐다는 보도에 주식시장도 몇차례 출렁거렸습니다. 미국 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9일 “한국사람들은 방위문제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심드렁하다. 왜?(South Koreans are surprisingly blase about civil defense. Why?)”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64년째 ‘전쟁이 멈춘 상태’에서 휴전선 일대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국지적 무력충돌을 숱하게 겪었지만 그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한국인들의 ‘슬픈 담대함’이 외국인 기자에게는 놀라웠던 모양입니다. ‘(이미 여러 번 겪은 일이라서) 심드렁한’이라는 의미를 지닌 ‘블라제이(blase)’를 쓴 것이 흥미롭습니다. 기사에 등장한 한 대학생은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지만 나는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한반도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적대적 공생관계’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대치상황이 양국 최고권력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이라는거죠."


20년 전에는 야단법석을 떨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젠 그것이 다 '정치 노름'이라는 것을 알아 버렸다. 그러니 담담할 밖에. 심히 유감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걸 알아채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게 누구일까? 누군 누구겠나. 자한당과 바른정당의 꼴통들, 그리고 온갖 사이트에서 여전히 떠들고 있는 일베류들이지. 참여정부 때는 이것들이 실제로 발목을 잡았지만 지금은 그저 자기네들끼리 올망졸망 모여서 '이불 속에서 만세 부르기'하고 있으니 내버려 둬도 별 문제가 없겠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