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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 - 정희진

thinknew 2016. 7. 30. 11:32


저 제목만으로도 아마 이 글은 꼴통들의 표적이 될 것이 분명하다. 믿거나 말거나, 여기에 가져온 이 기사는 꼴통들을 자극하기 위함이 아니다. 내가 이 기사를 읽기를 권하는 대상은 '자신은 일베가 아닐 뿐더러 여성차별주의자도 아니지만 메갈은 용서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기사의 핵심은 인용해 놓겠지만 부디 이 기사를 좀 찬찬히 읽어보기를 희망한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754513.html


"나는 이들(정의당)의 철회 이유를 분석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티셔츠 한 장으로 대다수 남성들이 그토록 흥분하고, 공당(公黨)은 입장을 바꾸고, 여론은 들끓는 이 상황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어이가 없어서’는 두 번째 문제고, 이 일 자체가 ‘아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의 만 원짜리 의류 구입, 이것이 왜 그토록 문제인가.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일까. ‘소비자(남성)의 입장을 고려하는 기업 정신’은 그렇다 치고, 이에 대한 항의 논평을 철회한 진보정당은 누구의 눈치를 본 것인가. 만일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그때도 당사자 핑계를 댈 것인가. 당사자가 기업에 저항한다면, 말리기라도 할 것인가."
"일부 여론은(메갈리아에 반발하는 남성들) 티셔츠 한 장으로 기업과 정당을 쥐고 흔들며, 타인의 정치적 의견에 판관을 자임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독점하며, “할 말을 해왔던” 이들의 “넌 누구냐”라는 정체성 심문(審問) 폭력에 정의당은 벌벌 떨었다. 그리고 그 “정치적 의견”이란, ‘고작’ 티셔츠를 샀는가다. 티셔츠의 문구는 ‘겨우’ “우리에겐 왕자가 필요 없어”(Girls do not need a prince)였다. 이 티셔츠보다 수백만 배는 많이 입는 일상복, “날 원해?”(You want me?), “오늘 밤 널 느끼고 싶어”(I wanna feel you, tonight), “PLEASE, FUCK ME!”라고 쓴 ‘평범한’ 옷을 입은 여성이 해고되었다는 뉴스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여성이 이런 옷을 입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자본과 진보의 강고한 남성연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진보는 언제나 진보이기 전에 남성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재개념화되어야 할 용어 중 하나가 “진보”다."
"나는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가 한국 사회에 새로운 문화 권력과 혐오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는 매체의 발달과 매체가 곧 새로운 담론과 몸의 확장을 만들어낸다는 연구(미디어는 메시지다)가 ‘지금, 여기’의 시점에서 시급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나처럼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아예 시민권을 상실할 지경에 이르렀다. 일베는 기존의 온라인(가상 세계)과 오프라인(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이후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다. 동시에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정치(익명성, 동시성, 극한의 폭력성 등)를 실험하고 있다."
"일베는 ‘중요한’ 집단이다. 일베의 주요 혐오 대상은 여성, 호남 사람, 동성애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한국적이면서도(호남) 전통적인 사회적 약자(여성, 장애인)이다. 주목할 점은 일반 복지를 요구하는 여성들을 “맘충”(mom蟲)으로 부르거나 세월호 유가족까지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일베가 보기에 이들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번영의 발목을 잡은 ‘충’(蟲)들로서, 솎아내야 할 비(非)국민이다. 이전의 군사독재 시절이나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구조’가 아닌, 자신을 국가의 대표로 자임하는 ‘개인’들이 다른 사회구성원을 극단의 혐오와 비하의 논리로 배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베가 멸시하는 대상 중 거의 모든 정체성이 겹치는 나는, 아직은 국가의 역할을 묻고 싶다. 특정 소수가 대다수 국민을 상대로 이렇게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국가는, 정당은, 진보 세력은, 시민단체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기들은 일베가 싫어하는 이들이 아니어서 가만히 있는가. 나는 그들이 두렵다. 일베 현상을 연구하자는 동료들이 많은데, 모두들 공포에 발을 뺀다. 이제까지 그 어떤 대의 기관도 일베에 맞선 이들은 없다. 누구도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메갈리아는 일베가 짓밟은 사회 집단 중 조직적으로 대항한 유일한 ‘당사자 집단’이다. 일베의 전라도 혐오에 ‘경상도 혐오’로 맞선 사례가 있으나 당사자 조직이나 커뮤니티 형식은 아니었다. 일베는 단식하는 세월호 유가족의 면전에서 ‘폭식 투쟁’을 하고, 광주민주화운동 사망자의 시신을 ‘홍어’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정부는 여성을 보호하지 못하고/않고, 진보정당은 비판 논평을 철회시킴으로써 메갈리아 티셔츠를 구입한 여성 성우를 교체한 기업에 동의했다. 내가 이번 ‘티셔츠 사태’에 절망한 이유는 지난 25여년 동안 경험한 바지만, 국가-우파-좌파 사이의 이념(이 있기는 한가?)과 계급을 초월한 성의 단결, 즉 남성연대 때문이다."
"진보정당은 기업이나 무능·부패한 정부가 아니라 여성과 싸우고 있다. 왜? 그들이 좋아하는 ‘정치경제학’ 논리로 보자면, ‘진보’ 이전에 ‘남자’일 때 더 얻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베의 폭력, 자신감, 신념, 막말은 마치 무정부 상태의 거칠 것 없는 주인공처럼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는 메갈리아에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거듭 묻는다. 누가 일베에 맞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