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진화심리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언급을 인용해 보자.
"진화심리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의 목표는 인간의 마음과 뇌의 메커니즘을 진화론적 관점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4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째, 마음은 왜 이러한 형식으로 설계되었는가? - 즉, 어떤 인과적 과정이 인간의 마음을 지금의 형태로 창조, 형성 혹은 조형했는가? 둘째,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설계되었는가? - 각각의 메커니즘이나 구성 요소들은 무엇이며, 그것들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가? 셋째, 그 구성 요소들과 그로 조직된 구조물의 기능은 무엇인가? - 즉, 마음은 무엇을 하도록 설계되었는가? 넷째, 현재 환경, 특히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입력된 것들은 관찰 가능한 행동을 만들어내는 인간 마음의 설계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물론 이 책이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 모두 답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저런 의문에 대한 이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언급을 따라 진화심리학이 성립된 과정을 개략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진화란 살아 있는 유기체의 구조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윈이 1859년에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s'을 출간하기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은 생물의 형태 변화를 자명한 것으로 생각해 왔다."
"라마르크(1744-1829)는 생물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과학자로서, 생물에 관한 연구를 독립된 과학 영역 중 하나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다윈 이전의 생물학자들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종의 다양성과 이들 중 일부는 놀라운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유기체의 구조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해 왔다고 믿는 생물학자들은 스스로를 진화론자라고 불렀다."
"다윈은 이 책(종의 기원)에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많은 유기체가 존재한다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결과로 살아남기 위한 투쟁(Stuggle for existance)이 불가피해지는데, 결국 유리한 변이들은 보존되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게 된다. 이 과정이 세대를 거쳐 반복될 때, 그 최종 결과는 새로운 종의 형성으로 나타난다. 좀 더 공식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이러한 모든 생명의 문제에 대한 다윈의 답변은 자연 선택설이었고, 이 이론이 포함하고 있는 필수적인 세 가지 요소는 변이(variation), 유전(inherirance) 그리고 선택(selection)이다."
"자연선택설은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깊이 있는 과학 이론의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 첫째, 밝혀진 사실들을 조직화한다. 둘째, 새로운 예측을 가능케 한다. 셋째, 과학적 탐구의 핵심 영역에 대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적응이란 자연 선택을 통해 현존하는 생명체를 진화시킨 잘 발달된 유전적 특성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그 특성이 유전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진화 기간 동안 생존이나 번식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유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 본성의 핵심은 적응의 거대한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적응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은 1964년에 발표된 해밀턴의 포괄적 적응도 개념이 추가됨으로써 보강되고, 1966년에 발표된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에서 혁명적으로 구체화되었으며, 1970년 초에 연속적으로 발표된 세 편의 논문에서 트리버스가 제시한 가설, 즉 '호혜적 이타주의', '양육 혹은 부모 투자 이론', '부모-자식 갈등 이론'이 추가됨으로써 진화심리학의 토대가 거의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윌슨의 사회생물학, 심리학에서의 행동주의 이론, 인지 혁명 등에 의해 계속 보강됨으로써 인간의 설계된 마음이 해결할 수 있는 정보 처리 문제(생존과 번식의 문제)들에 관한 다양하고 세부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퍼즐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주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이 다루는 문제들을 '생존 문제', '성과 짝짖기의 도전', '양육과 친족이라는 도전', 집단적 삶의 문제'라는 크게 네가지 범주로 나누었다. 윌슨은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에서 인간 행동의 네가지 범주를 '공격성', '성', '이타주의', '종교'로 분류했지만 저자는 이 중 공격성, 이타주의, 종교는 모두 집단적 삶의 문제로 묶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통일된 심리 과학'에서 심리학의 각 분파 별 발견들, 언어의 기능에 관한 여러 논의들, 도덕적 정서에 관한 논의들을 추가로 언급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에 관한 모든 논의들이 진화심리학으로 수렴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진화론에 대한 오해도 명쾌하게 정리한다.
"진화론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 [1] 유전자 결정론은 행동이 환경의 영향을 거의 혹은 전혀 받지않고 오직 유전자에 의해 통제된다고 주장하는 학설이다. 인간 행동에 진화론을 적용하는 것이 많은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진화론이 유전자 결정론을 의미한다는 잘못된 개념 때문이다. 이런 오해와는 반대로, 사실 진화론은 진정한 상호작용주의 구조를 나타낸다. 인간 행동은 두 가지 구성 요소없이는 발생할 수 없다. 진화된 적응 그리고 이러한 적응의 발달과 활성화를 촉발시키는 환경적 자극이다. [2] 두번째 오해는, 인간의 행동이 변화에 둔감하다는 의미를 진화론이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진화된 심리적 적응에 관한 지식은 변치 않는 운명으로 규정짓지 못하도록 설계된 사회적 자극과 함께 필요한 영역의 행동 변화가 자유롭게 일어나도록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행동의 변화가 단순하거나 쉽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화심리학에 관한 더 많은 지식은 변화를 위한 더 많은 힘을 제공한다."
"지난 세기 동안 특정 메커니즘이 진화된 기능을 갖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적응 개념 덕분에 다양하고 놀라운 발견이 가능했다.(Dawkins, 1982) 그러나 그것은 '현재 인간을 구성하는 적응적 메커니즘들이 최적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당연하게도, 이 책은 여기서 요약한 것보다 훨씬 많은 중요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생물로서의 인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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