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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진화심리학 - 데이비드 버스

thinknew 2016. 6. 21. 21:04

인간의 본성의 생물학적 기초를 추적하는 것에 가장 근접한 분야가 진화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심리학의 하위 분과가 아니라 분자생물학, 생태학, 심리학을 아우르는 통합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진화심리학에 대한 교과서가 나왔다. 


자신도 진화심리학을 창시하는데 주역을 담당한 연구자 중의 한 사람인 데이비드 버스가 인간의 본성을 추적하는데 바탕이 되는 광범위한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놓은 이 책은 그야말로 진화심리학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권으로 진화심리학에 대해 알고 싶으면 당연히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먼저 진화론이 거쳐온 역사를 요약한다. 다음으로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진화 가설을 보여주고, 생존 문제, 성 선택, 양육과 친족 문제, 집단 생활의 문제, 그리고 통합 심리학에 대한 개괄에 이르기 까지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글을 나누더라도 여기서 대략적으로 나마 요약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 얻울 수 없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요약하고, 다수의 독자들에게는 직접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이 책에서 내가 새삼스럽게 발견하거나 확인한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사회과학의 통념에 따르면, 사랑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으로, 낭만적인 유럽인이 수백 년 전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Jankowiak, 1995). 그러나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통념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시사한다. …… 이들은 이러한 현상들의 존재를 사용해 전체 문화의 88.5%에서 낭만적 사랑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했다(Jankowiak, 1995; Jankowiak & Fischer, 1992). 사랑은 미국이나 서구 문화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남녀가 각각 꼽은 명단에서 헌신적 행동이 맨 윗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헌신적 행동이야말로 사랑의 핵심으로 보인다. 그런 행동에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포기하는 것,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것, 함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의사 표시 등이 있다. 남자가 이런 사랑의 행동을 보이는 것은 상대 여자와 그녀가 장차 낳을 자식들에게 자원을 주겠다는 의지가 있음을 나타낸다. 사랑의 경험에 대한 보고는 주관적 헌신 감정을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지표이다 - 성욕에 대한 보고보다 훨씬 더."
"마이크 베일리Mike Bailey, 프랭크 무스카렐라Frank Muscarelh, 제임스 댑스James Dabbs를 비롯해 많은 이론가들이 지적 한 것처럼, 동성애는 단일 현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여성 동성애와 남성 동성애는 아주 다른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 성적 지향은 발달 과정에서 일찍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며성의 성은 전체 생애에 걸쳐 훨씬 유연하게 나타난다."
이 결과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이기도 한 '동성애 차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격 특성도 그 사람의 짝짓기 전략을 예측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64개국에서 1 만32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는 외향성, 낮은 원만성, 낮은 성실성의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은 단기적 짝짓기에 관심이 많고, 남의 배우자와 바람을 피우려고 시도하고, 남의 배우자를 유혹하려는 사람의 시도에 쉽게 넘어가는 기질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Schmitt & Shackelford, 2008). 성격 특성 중 '어둠의 3요소Dark Triad'라 부르는 자기애, 정신병질, 마키아벨리즘 역시 착취적인 단기적 짝짓기 전략(특히 남자에게서)을 추구하는 성향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부성 확실성을 가정한다면, 부모와 자식의 유전적 근인도 r=0.50이다. 그러나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부모와 자식은 서로의 가치를 동등하게 여기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운반하는 수단이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점점 가치가 없어지는 반면, 자식은 부모에게 점점 가치가 높아진다.(즉, 부모가 번식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사라져 감에 따라). 최종 결과는 부모에게 어른된 자식의 가치는 자식에게 부모가 지닌 가치보다 훨씬 크다."
이는 왜 부모들이 장성한 자식들을 떼어놓지 못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감정적 친밀도를 시사하는 또 한 가지 지표는 아이가 죽었을 때 다양한 친척이 느끼는 심리적 슬픔의 양이다. 유전적으로 덜 가까운 친척들보다 부모가 가장 많은 슬픔을 느낀다(Littlefield & Rushton, 1986). 흥미로운 것은 나이가 많은 아이의 죽음이 나이가 적은 아이의 죽음보다 더 큰 슬픔을, 그리고 건강한 아이의 죽음이 병약한 아이의 죽음보다 더 큰 슬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장성한 자식들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이 어는 정도일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결과이다.
"우리는 흔히 가족은 함께 나누는 것이 모두를 위해 최대의 이익을 낳는 조화롭고 화목한 성소라는 믿음을 주입받으면서 자라난다. 그 결과, 부모나 형제나 자식과 불화나 의견 충돌, 알력이 생기면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쉽다. 특별한 형태의 심리 상담처럼 가족 간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혼란을 전담하는 직업도 따로 있다. 진화론의 관점은 갈등의 세 가지 기본 원천- 형제 간, 부모와 자식 간, 부모 간 -이 전반적으로 널리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한다."
"배신은 종종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즉 일단 집단 내에서 압도적인 것으로 자리잡으면 다른 전략으로 공격하거나 밀어낼 수 없는 전략이 된다."
"전쟁은 매우 협력적인 모험이라는 것이다. 각 진영의 남자들 사이에 협력적 동맹이 결성되지 않았다면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 남자들은 서로 함께 모여 하나의 협력적 단위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염려스러운 남녀 사이의 차이점 한 가지는 남자들이 여자에게 성폭력이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지 한결같이 과소평가한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심리에 대해 모든 이론 학파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점이 한 가지 있다. 강간은 혐오스러운 행동이며, 종종 피해 자에게 무거운 비용을 지운다는 사실이다."
"다른 개체를 만날 때마다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어리석은 전략이다. 패자는 부상과 죽음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굴복하는 것- 세력권이나 먹이나 배우자를 넘겨줌으로써 -이 더 나을 수 있다. 싸움은 승자에게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한다. 싸움에서 부상을 입을 위험 외에도 승자는 귀중한 에너지 자원과 시간과 기회를 싸움에 쏟아부어야 한다. 따라서 사전에 누 가 이길지 결정할 수 있어서 싸움의 비용을 치르지 않고 누가 승자인지 선언할 수 있다면 승자와 패자에게 모두 이익일 것이다."
단순 비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긴 하지만 대북 긴장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정권의 태도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성의 생물학적 기초를 추론하는 연구자들이라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이지만 저자도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생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창조론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지만, 예측이나 설명을 하는 이론으로서 유용함이 입증된 적이 없다."
"도덕성에 대한 역사적 접근 방법은 사람들이 도덕적 추론을 통해 도덕적 판단에 이른다는 '합리주의자' 이론들이 지배했다. 우리는 논리와 합리성으로 옮고 그름, 해로운 짓과 비행, 정의와 공평성 같은 문제들을 판단하고, 도덕적으로 올바른 답에 이른다고 가정된다."

이 책은 광범위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놓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로 이끈 에피소드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 말은 읽기가 좀 딱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책의 독서 추천은 '적극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