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은 문제적 인간임이 분명한 모양이다. 훈장 추서나 조문에 관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원로'들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말은 케케묵은 사고 방식에 사로잡힌 헛소리에 불과한 것이다. 언제적 박찬종인지도 모를 박찬종이 김종필 사후의 논란에 '정치적 원로'랍시고 입을 댄다. 그 기사를 한번 보자.
http://v.media.daum.net/v/20180626053306997
◇ 정관용> JP를 박찬종 변호사께서는 한마디로 뭐라고 표현하시겠어요?
◆ 박찬종> 조선조 시대 개혁군주, 예를 들면 정조 임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가 명재상으로 역사에 크게 기록될 수 있었던 분이다. 왜그런가 하면 시, 서, 화, 음률에 아주 능했거든요. 그리고 로맨티시스트고. 그러니까 정조 임금도 아주 시, 서, 화, 음률에 능했던 분이니까 콤비가 아마 잘 조합이 됐을 것이다.
◇ 정관용> 그러니까 3당 합당을 통해서 YS 대통령 만들었고 DJP연합으로 DJ 대통령 만들었으니까 바로 수평적 평화적 정권교체의 주역이다 이런 말씀인가요?
◆ 박찬종> 그렇죠. 합종연횡. 그러니까 YS하고는 합종을 한 것이고 강자끼리 모인 것이니까. 노태우 대통령하고 이렇게 강자끼리 모였고. 그다음에 야당인 약자 DJ하고 연횡을 해서 정권쟁취에 성공했기 때문에 그러니까 오늘 DJ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 5년 정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싹이 텄다. 노무현 대통령 5년 정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운명적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됐다, 이렇게 봤을 때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도 JP를 그렇게 그냥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말하는 대로 5. 16 군사쿠데타 주역이고 하는 거기에만 경도돼서 조문가는 것도 머뭇거리고 결국 안 가기로 한 것. 이건 나는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광견 홍준표도 김종필 빈소에 조문와서 '김종필은 로맨티스트였다'라고 한 바있다. 박찬종도 김종필이 '시, 서, 호, 음률'에 능했단다. 그런데 한 인간이 죽었고, 그 인간에게 훈장을 추서하네 마네 하는 것에 대해 그가 로맨티스트였는지 여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공과 과를 따져야 할 자리에 저런 식의 언급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구닥다리 사고 방식, 즉 '남자는 술잘먹고 잘 놀아야 한다'거나 '영웅은 호색'이라는 사고의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인간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것이니 그대로 인정해 주자.
김종필이 DJP 연합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룬 것은 결코 김종필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평가해 줄 만한 유일한 것이다. 많은 절차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김영삼과 김대중은 한국의 민주화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런데 김종필은? 박찬종이 언급한대로 김종필이 합종연횡한 것은 늘 2인자 자리에 머물렀던 자신도 최고 권력자가 한번 되어 보기 위한 모색의 결과물일 뿐이었다.
그런데 박찬종은 김종필의 행보에 의해 정권 교체가 가능했고, 그 바람에 노무현 정권이 들어설 수 있었으니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가능했다는 식으로 떠든다. 한마디로 웃기는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입으로 '한 인간의 이력에서 부정적인 부분만 뽑아내서 평가하면 안된다'라고 하고선, 대한민국이 변해온 과정에서 긍정적인 부분만 거론하면서 그게 '김종필 덕'이라니. 하여간에 조용히 살아야 할 인간들이 원로랍시고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여 헛소리를 해대는 꼴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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