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의 어떤
사람들이 나쁜짓을 하면 그냥 '이런 나쁜 놈들 같으니'하고 끝난다. 그런데 그냥 나쁜 놈들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럴
수가'라는 반응을 일으키는 집단들이 있다. 법을 집행해야 하는 사법기관이나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그러하다. 이들은 나쁜
놈들을 정의하고 단죄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어서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그런 위치에 있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그럴 수가'라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존재들이 있으니 소위 '교육자'라는 사람들이다. 기사를 보자.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그 과정에서 ‘권력의 사유화’에 앞장서며 유독 뛰어난 활약상을 보인 이들이
있었다. 일부 교수들이다. 안종범 전 대통령실 정책조정수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 이들의 공통점은 직업란에 ‘교육자’라는 세 글자가 적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는 장관들을 배출하기로 유명했다. 몇년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거기서 정년퇴임을 한 교수는 단 두명 밖에 없다라고 할
정도로 대부분 장관으로 발탁되어 갔다. 더욱 기이한 것은 장관으로 간 사람들 중에 장관 직을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이야기한다. 장관을 하면 그 후광 효과가 얼마나 큰데 골치아픈 학교로 되돌아
가느냐고. 교수나 선생들 중에 나쁜 놈들이 많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물론 다른 집단에 비해 특히 더 많지는 않다
하더라도, 반대로 특히 더 적다라고 할 근거도 없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선생이나 교수도 먹고 살아야 하는 직업인이고, 그 중에는
야심이 큰 인간들도 있을 수 있으므로, 그들이 특별히 다른 집단들보다 더 도덕적이어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그렇게 믿는다.
종교인들이 선행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막연하게 믿지만 그런 믿음은 근거가 불분명하다.
과학적으로 조사해 봐도, 종교인이 비종교인들보다 좀 더 기부를 많이 한다는 결과보다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더 많다. 그와
마찬가지로 교육자들이라고 더 도덕적일 것이라는 믿음도 과학적으로 조사를 해 보면 별 근거가 없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 분명하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교육자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하고 흥분하기보다는 교육자들을 타당한 근거없이 전문가로 인정해 주고, 권위자로 인정해
주는 사회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시급한 것은 정치인이나 장관들을 교수들 중에서 우선 선발하는 그런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정치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만 한 인간들이 이해 집단들 간의 첨예한 대립을
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전문가일 리가 없지 않은가. 가르치는 사람들은 그 분야에 특화되어 있으므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할이나
충실히 하도록 두자. 그리고 그들도 뼈와 살로 되어 있고,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인정하자. 그리고 그 중에
몇몇이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하고 호들갑 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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