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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고영주 무죄 선고가 환기시켜 주는 것

thinknew 2018. 8. 24. 10:24


일반인이 아닌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라는 신분의 고영주가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문재인을 향해 '공산주의자'라고 공식석상에서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행위가 명예훼손이 아니라며 1심이긴 하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일반인들의 상식과 법 논리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판결의 논리는 적폐 잔당들의 그것을 그대로 보야준다. 일단 그 기사를 한번 보자.

https://news.v.daum.net/v/20180823104139599 


"재판부는 "피고인의 자료나 진술 등을 보면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믿어 온 체제의 유지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보수성향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18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발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한에서 어떤 사람을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이 단지 그 사람의 생각이 '공산주의'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세월이 많이 바뀐 탓에 '공산주의자'라고 했을 뿐이지 고영주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빨갱이' 또는 '종북'이라는 것도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공산주의자'인지 아닌지는 법이 가릴 상황이 아니라 공론의 장이 필요하단다.

법이 세상의 모든 상황을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판단하기에 애매한 상황이 너무나도 많다. 주로 기득권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공산당이 실제로 존재하는 유럽같은 곳에서 누군가를 향해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것이 명예 훼손이 될 리가 없다. 그러니 무죄 판결을 내린 그 판사는 자신이 유럽과 같은 곳에서 판결을 내린다고 착각을 하고 있으려니 해야겠다.

법 논리가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핑계로 황당한 판결을 내린 것은 많다. 전두환의 쿠데타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라든가, 수도 이전에 대해 '관습 헌법'을 내세운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수년 안에 일어난 것만 봐도 그렇다. 백억 단위의 이익을 제공했는 데도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뇌물죄가 무죄였다. 삼성 이재용의 뇌물죄 항소심에서도 1심의 유죄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바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대통령 하나 바뀐다고 대한민국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란 우려가 항상 존재했다. 하지만 거대 악들을 쳐내는 작업을 보면서 잠시 동안이나마 '적폐들의 뿌리가 깊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하루 아침에 적폐들을 뿌리까지 뽑아 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두고 보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긴 하지만 적폐들의 준동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