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beautiful world!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면서

독서

거짓말의 딜레마 - 클라우디아 마이어

thinknew 2017. 3. 3. 17:00



직전 포스트에서 요약을 올린 '거짓말의 진화'라는 책에서도 거짓말이란 지금까지도 지속되는 나쁜 짓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생물종이 거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진화적 필요성 때문에, 그리고 거대한 사회 조직을 형성하기 위한 필요 때문에 선택된 적응의 하나라는 점을 언급해 놓았다. 물론 거짓말이 나쁜 결과를 내놓은 경우가 흔하다. 그런 경우, 거짓말은 나쁜짓으로 부정된다. 그러나 진화적 적응으로서의 거짓말을 모두 나쁘다고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인간의 심리적 기제들이 거의 항상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거짓말도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거짓말의 진화'에서는 '자기정당화'에 촛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번에 요약을 올릴 책에서는 '자기정당화'와 비슷한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자기 기만'에 촛점을 맞춘다.



이 책의 저자도 역시 거짓말에 대해 해서는 안되는 나쁜 짓이라는 정의를 거부한다.
"거짓말은 삶과 인간 존재의 일부이다. 거짓말은 진화의 원동력이고 생존 전략이며 일종의 사회적 윤활제이다. 거짓말을 함으로써 많은 행운을 불러올 수 있다. 즉 거짓말은 우리 세상을 결속시킨다."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동기에 해당되는 자기 기만에 대해서도 거짓말과 마찬가지의 양면성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자기기만을 함으로써 우리는 현재를 미화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과거, 주로 실패를 맛보았거나 시련을 겪었던 상황들도 미화한다."
"그러니까 자기기만은 두 가지를 내포하고 있다. 위안과 도움을, 또한 위험과 후회를."


거짓말과 자기 기만과 관련하여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에 대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의도적인 자기기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매우 비관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데, 그 파장은 크기 십상이다. 자신을 속이지 못하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장밋빛 안경이 없으면 세상은 상당히 어두워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 임상심리학에서는 비관론자와 우울한 사람들을 결코 절망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염세주의자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정반대로 여긴다. 학자들이 보기에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현실감각이 더 뛰어나다. 자기 삶을 미화하는 거짓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과 자기의 능력을 더 잘 평가할 수 있다. "비관론자는 노련한 낙관론자이다"라는 속담이 이런 사실을 잘 나타낸다."
"즉 낙관론자들은 전적으로 긍정적이고 유리한 효과를 갖는 자기기만의 대가이다. 그들은 더 적극적이고 더 계획적으로 행동하고 문제들에 맞서고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새롭게 시도한다. 반면에 비관론자들은 실패를 예상하기 때문에 훨씬 빨리 낙담하거나 아예 도전을 회피한다. 낙관론자는 오늘이 인생의 가장 멋진 날이 될 거라고 믿으며, 비관론자는 낙관론자의 말이 옳을까봐 두려워한다."

그리고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는가 아니면 비관적으로 보는가에 대한 생물학적 바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초기 연구들에서는 아이가 어머니의 기본 태도를 물려 받는다는 단서들을 발견했다. 여기서 아버지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쌍둥이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유전적 기질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간단히 말해서, 엄마가 낙관적이면 자식도 장밋빛 안경을 쓰고 인생을 살게 된다. 엄마가 비관적이면 아이들도 비관론자가 된다. 이런 상이한 태도의 결정적인 이유는 자신의 경험을 정신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무엇으로 돌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느냐가 관건이다."


여성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차별을 받아왔는데, 거짓말을 더 잘하는 존재라고 비하된 것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인다.
"거짓말 연구가 폴 에크만의 연구에서 여자들은 하루에 180번, 남자들은 220번 거짓말을 했다. 남자들이 더 거짓말을 많이 하는 원인은 사회적 접촉 횟수가 더 많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를 '거짓말학자'라고 부르는 페터 슈티그니츠는 남자들이 스트레스를 극복 하는 데 더 어려운 종족이어서 여자보다 20퍼센트 더 많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거짓말 횟수에서는 남녀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거짓말의 종류에 있어서는 사정이 달라 보인다. 남자들과는 반대로 여자들은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때 더 자주 거짓말을 한다. 상대에게 모욕을 주지 않거나 상대를 망신딩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또는 상대를 기분 좋게 하고 더 편안하게 해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 반면에 남자들은 그런 경우 오히려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자신의 언어 실력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의 기분 따위는 별로 안중에 없다. …… 이 실험으로부터 학자들은 "여자들은 남들을 위해서, 남자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거짓말하 는 편이다"라는 결론을 도줄했다."
"여성의 거짓말은 의미가 있다. 집단 내에서 공격적 태도와 갈등을 방지하고 결국에는 안정과 결속을 강화한다. 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것은 이미 인류 초기부터 여성의 중요한 과제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원시 남성은 식량을 구하고 가족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원시 여성은 자식을 돌보고 집단 내의 결속감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때 남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항상 진실을 고수하지는 않고 이따금 아첨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을것이다."


거짓말은 진화적 적응이기 때문에 인간의 아이들은 언제부터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만 네 살 전까지는 거짓말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남을 속이려면 그 사람이 무엇을 알고 기대하는지 알아야 한다. …… 즉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거짓말을 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문화의 차이는 거짓말을 하고, 받아들이는 상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나라가 다르면 거짓말도 다르다. 또한 언제 거짓말을 해도 되는지 또는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도 다르다. 그러므로 거짓말은 정의와 인간 정신에 좌우될 뿐만 아니라 출신에도 좌우되는 문제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거짓말을 식별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가 사회에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 거짓말 탐지기도 지금은 효용성을 거의 상실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우리 대부분은 남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리는 데 형편없이 서투르며 자기가 속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는 데 특히 서투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우리가 거짓말쟁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다른 이유들이 있다. 덕분에 우리는 단독 책임을 면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거짓말쟁이를 드러내는 명백하고 보편타당한 유일한 신호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약간은 우울한 결론을 맺는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어쩌면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남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많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것이다."


이 책도 '거짓말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거짓말을 하게 되는 상황과 그 결과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다양한 일화들이 중복되는 것도 있고, 책 별로 다른 것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독서 추천은 마찬가지로 '일독을 권함'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