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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 이언 레슬리

thinknew 2017. 3. 9. 17:46



먼저 올린 포스트 '거짓말의 진화'와 '거짓말의 딜레마'에서 이미 거짓말이라는 것이 그동안 도덕적으로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악의 한 종류가 아니라 종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인으로 진화되어 온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 여기에 그런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을 하나 추가한다.



저자도 앞의 두 책의 저자들과 마찬가지의 주장을 한다. 다만 인용하는 에피소드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종으로서 마음을 읽는 우리의 실력은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에 대한 복잡한 생각을 해낼 만큼 좋기도 하고, 실수를 할 정도로 나쁘기도 하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마음을 읽지는 못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마음을을 더 잘 읽으며, 마음을 더 잘 읽을수록 더 능숙한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 거짓말을 하기로 작정만 한다면 말이다."


저자는 거짓말에 대한 종교에서의 도덕적 잣대에 대해 부정한다.
"브라운의 주장이 지닌 파괴적인 시사점은 속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혐오가 신이 부여한 도덕성이나 진실에 대한 내재적인 본능 심지어 사회생활의 바퀴가 돌아가게 하기 위한 필요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까 말까에 대한 대부분의 결정은 그 사람이 천사인가 악마인가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우리는 진실이 우리에게 맞으면 진실을 말하고, 거짓이 맞으면 거짓말을 한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어떻게 배우게 되는지도 이야기한다.
"커가면서 아이들은 거짓말을 안 하는 것을 배운다기보다는 언제 거짓말할지를 배운다."
"대부분의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난처함을 피하거나 곤란해지지 않기 위해서며, 이런 회피를 너무 심하게 벌하면 아이를 부정직의 순환 속에 갇히게 할 수 있다."


우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거짓말, 즉 남을 해치려는 의도의 거짓말을 저자는 '병적 거짓말'로 규정한다.
"강박적인 거짓말쟁이들은 수시로 스스로를 미화하는 거짓말에 중독되는 데, 흔히 그 이유는 그들이 사회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며, 그들의 거짓말은 주로 자신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다. 병적pathological 거짓말쟁이들은 종류가 다르다. 조작적이고 약삭빠르며 자기중심적인 이들은 강박적으로 거짓말을 하지만 구체적이고 이기적인 목표를 마음에 품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매력을 발산하고 믿음을 주며, 불행하게도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이렇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종종 사람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는 게 힘들어진다. 병적 거짓말쟁이들은 그들의 거짓말이 관계 수립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은 안중에도 없거나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 의 단기적 이득은 대개 장기적인 사회적 명성을 희생하고 얻어지는 것들이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거의 의식하지 못한채 거짓말을 주고 받는 상황을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과는 좀 다르게 설명한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는 '진실 편견'과 함께 산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만한 강력한 이유가 없는 이상 우리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고도의 인지적, 감정적, 사회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 최고의 거짓말쟁이들은 매력적이고, 단호하며, 대화 상대보다 서너 수 앞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거짓말쟁이를 잡아내는 일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우며, 매우 솜씨 좋은 거짓말쟁이를 꿰뚫어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솜씨 좋은 거짓말쟁이가 되려면 거짓말쟁이와 진실을 말하는 이를 구분 짓는 행동보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구분 짓는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거짓말 탐지기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한다. 거짓말 탐지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거짓말을 포착하는 아주 요긴한 장치라고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그 효용이 심각하게 도전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거짓말과 관련된 뇌의 작동 메카니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거짓말과 관련하여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인지부조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또 심리학에서의 발견들, 즉 "우리가 종종 자신의 동기에 대한 낙관적인 생각과, 자신을 실제보다 약간 더 능력있게 보는 경향을 결합시킨다는 '워비건 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라든가 '긍정적인 착각positive illusions'이라든가, 평균적인 사람은 '나는 착하고 통제력이 있다'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는 '유익효과beneffectance'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가 '위약 효과'라고 알고 있는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서도 다른 책에서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관점을 달리해 볼 것을 요구한다.
"우리가 좀더 정직한 정치를 원한다면, 정치인들을 정직으로 이끌 여건을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첫째, 우리는 자신에 대해 좀더 솔직할 필요가 있다. 이미 보았듯이 대부분은 우리 자신을 실제보다 약간 더 비이기적이고 고결하며 정직하다고 생각하길 좋아한다. 이것은 동료나 친구로서 그렇듯이 유권자로서 우리에게 맞는 말이다. …… 둘째, 우리는 괴로운 정치적 진실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은 마치 우리가 정치인들이 정직하지 않길 바리는 것 같다. 우리는 그들이 마음을 바꾸거나 어떤 문제가 해결 불가능하다고 고백하거나 초인적 통제의 가식을 보이지 않으면 불편해진다. 그들이 기대하지 않는 것을 말할 때에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거짓말하고 또 속고 산다는 것에 대해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린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우리의 거짓말하는 능력- 진실을 말하는 능력일 필요는 없다 -은 인간의 자유를 확인하는 분명하고 증명할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자료"라고 말했다.
    우리가 현실과 접촉하고 있어야 할 필요는,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그리고 그것을 믿어야- 하는 똑같이 강력한 필요와의 긴장 속에 존재한다. 전자가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환경 또는 다른 이들과 서로 오랫동안 잘 지낼 수 없을 것이다. 후자가 없다면 우리는 인간의 모든 진전을 이끈 상상의 역량을 갖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 두 가지에 대한 필요를 받아들이고 침착하게 탈을 쓰되 그것이 탈이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월리스 스티븐스의 말을 빌리자면, "최후의 믿음은 당신이 허구라고 알고 있는 허구를 믿는 것이다.""


포스트의 서두에서도 이미 언급했다시피 거짓말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요구하는 책은 이 책뿐만이 아니다. 다만 이 책에서 특히 많이 알 수 있는 것은 '거짓말 탐지기'에 대한 것과 '플라시보 효과'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독서 추천도 '일독을 권함'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