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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거짓말의 진화 - 엘리엇 애런슨

thinknew 2017. 2. 28. 19:59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공공연하게 드러난 것이 아닌 한 우리는 그것을 감추려고 한다. 여기에 '자기정당화'라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흔히 거짓말이 개입된다. '자기정당화'든 거짓말이든, 이 기제들은 인간 정신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기제들이 그렇듯, 진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한 결과물이다. 문제는 이것들이 완전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이들이 오작동을 할 때 우리는 그것을 심리적 오류 또는 편견 및 편향이라고 한다. 이 '자기정당화'라는 심리적 기제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담은 책을 요약해 본다.



이 책의 원제목은 'Mistakes were made (but not by me)' 즉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나는 아니다' 정도 될 것이다. 그래서 번역 제목인 '거짓말의 진화'는 다분히 독자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용어를 선택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크게 잘못된 제목은 아니어서 문제삼을 것은 아니다.


저자는 먼저 '자기정당화'라는 심리적 기제에 대한 설명으로 글을 시작한다.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이기에, 우리는 모두 자신을 정당화하고 해롭거나 부도덕하거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다. 우리들 대다수는 수백만 명의 생사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지만, 우리가 저지른 과오의 결과가 사소하든 중대하든 "내가 틀렸다. 내가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과오의 결과가 중요할수록 어려움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 그런 '자기정당화'가 좋고 나쁜 양면성을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자기정당화에도 유익한 점과 해로운 점이 있다. 그 자체로는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기정당화가 있기에 발 뻗고 편히 잘수가 있다. 만약 자기정당화가 없다면 심한 번민에 시달릴 것이다. …… 그렇지만 무심코 하는 자기정당화는 유사(流砂)와 같이 우리를 더 깊은 불행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것은 과오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보는 것마저 방해한다.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고 문제들을 명확히 평가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어서 저자는 인지부조화, 편향 및 편견, 기억, 정계, 법조계 교육을 포함한 학계, 결혼 생활 등에서 일어나는 자기정당화 및 거짓말에 대해 길게 설명한다. 그런데 이 설명 과정에서 시작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로 했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이 오랫동안 인문학으로 분류되다 근대 과학이 정립되는 시기에 실험 과학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엄연한 과학의 한 분야로 정착하게 되었고, 인간의 정신을 규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과학적 태도를 강조한다.
"과학자라고 모두 과학적이지는 않다. …… 하지만 과학자 한사람이 자기교정적이지 않더라도 과학은 궁극적으로 자기교정적이다."
"과학적 방법론은 우리의 예측과 가설이 옳음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된 절차이다. 과학적 추론은 무슨 일을 하는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거기에 의거할 때 우리는 자신이 잘못했을 가능성이나 실제로 잘못한 사실을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자기정당화를 똑바로 보고 다른 사람들이 비판할 수 있게 그것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과학은 본질적으로 오만을 다스리는 한 방법이다."


저자는 심리학이 실험과학으로 정착되기 전에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잘못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결과가 모든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거세 불안을 겪는다는 (프로이드의 이론), 혹은 진화보다는 지적 설계가 종의 다양성을 더 잘 설명해 준다는, 혹은 가장 좋아하는 영매가 사건 당일 아침 샤워만 하지 않았더라면 9.11 테러를 정확히 예측했을 것이라는, 혹은 모든 돌고래가 인간에게 친절하다는 가설들을 확인해 준다면 당신의 신념은 과학이 아니라 신앙의 문제이다."
"그러나 확증 편향 때문에 '신빙성있는 관찰 결과들'은 신빙성이 없다. …… 관찰과 직관은 검증이 없으면 믿을 수 없는 안내자일 뿐이다."


이 책은 '성공 및 자기 계발'에 관한 책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과학자답게 마냥 '장미빛 전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기정당화'라는 심리적 기제를 보편적으로 가진 인간이므로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음을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부조화 이론의 가장 큰 교훈은 사람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 실수를 인정하고 올바로 처신할 수 있도록 해줄 도덕적 각성이나 성격 이식, 갑작스러운 회심, 또는 새로운 통찰을 이루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듯 비판적이고 객관적으로 지켜본다면 자기정당화의 악순환에서 탈출할 수 있다. …… 자신이 부조화 상태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좀더 예리하고 현명하고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우리는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두 가지 인지 요소를 알아차리고 건설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찾거나, 그럴 수 없을 때는 그 부조화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다음에 인용하는 구절은 미국인들에 대해 하는 이야기지만 그동안 우리의 문제였다고 알고 있었던 '냄비 근성'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어서 흥미롭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우리는 실수에서 배운다"고 말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 말을 단 한순간도 믿지 않는다. 그들은 실수가 미련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고 한 달만 지나면 잊어버리는 냄비 근성 문화가 이런 태도와 결합하면, 사람들은 실수를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취급하게 된다. 실수는 되도록 빨리 자기 속에서 털어버려야하며, 다른 사람의 무릎에 던져버리기라도 해야 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간략한 말로 결론을 맺는다.
"국민성이나 인성의 시험은 실수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실수를 저지른 뒤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 책은 글의 전개가 좀 산만한 감은 있지만,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기정당화나 거짓말을 하는 다양한 경우, 그리고 그 결과들에 대해 다양한 사례들을 언급하고 있어서 알아 두면 나쁘지 않을 그런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의 독서 추천은 '일독을 권함'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