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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 - 하워드 진

thinknew 2017. 2. 22. 17:00



본인은 이런 수식어를 결코 탐탁치 않게 여길 것이지만, 하워드 진은 위대한 진보주의자로 불려야 마땅하다. 그는 그의 저서 '오만한 제국'에서 반공주의와 베트남 전쟁 등의 미국의 참전 전쟁의 허구성을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그 하워드 진은 2010년 죽을 때까지 미국이 개입한 더러운 전쟁인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의 허구성을 지치지 않고 고발했다. 진보주의자들에게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었던 하워드 진의 타계는 진보주의자들에게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뒤늦게 나마 그를 추모하면서, 그가 여러 매체에 썻던 글들을 모은 다음의 책 '왜 대통령들은 거짓말을 하는가?'의 요약을 올려 본다.




진은 평생 사회주의를 추구한 진보주의자였다. 그리고 반전, 평화 운동가이기도 했다. 먼저 진의 사회주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자.
"우리는 소련 사회가 민중들에게 가한 일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고 믿는다. 소련의 정치 때문에 사회주의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나는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본래의 좋은 의미를 회복해서,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좌파 또는 진보라고 하면 나에게는 한마디로 사회주의이다. 그런데 그것은 소련식 관료 체제나 볼셰비키적인 방식이 아니라, 미국사회주의 운동 지도자 유진 뎁스나 노동자들의 어머니요, 인종차별과 아동학대에 반대한 마더 존스Mother Jones, 아나키스트 사회주의자 엠마 골드만 등이 이끌었던 종류의 사회주의를 말할다. 진보 세력이 내세우는 가치와 기본은 평등사상이다. 평등의 핵심,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살아가는 생애 동안 좋은 것과 필요한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 차별이 있어서는안 된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완벽한 평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스웨터는 내가 입고 있는 것보다 질이 좋다. 그러나 어쨌든지 간에 우리는 다같 이 스웨터를 입고 있다. 이런 사실이 중요하다."


진은 반공주의를 극도로 혐오하는 진보주의자이기도 하다.
"이런 건 정말 기괴하고 웃기는 일이지만, 반공주의는 실로 상당히 심각한 여파를 몰아온 이데올로기다. 일단 반공주의가 대세를 잡으면, '공산주의'라는 말은 합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말 가운데 하나가 된다. "너 공산주의자지?"라는 말은 상대를 죽일 수도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들어가기만 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여기는 이 무서운 현실. 그래서 '공산주의'라는 단어는, 미국 사회에서 반공주의 체제 아래 공산주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토론조차 막았고 일체의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공산주의가 뭔지, 사회주의가 뭔지 제대로 심도 깊은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했던 것 아닌가? 공산주의 국가 소련에 대한 토론도 그렇게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소련에 대한 비판도 합리적인 것이 된다."


진이 반공주의를 그렇게 싫어한 것은 냉전 시절,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게 되었을 때 거의 항상 '공산주의를 저지하기 위함'이라는 논리 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로부터 해방시키겠다고 내세우면서 그걸 근거로 삼아 사람을 죽이는 일을 우리는 언제나 당연시하고 있지 않은가?"
"공산주의를 박멸하겠다는 사회적 히스테리 상태는 조금이라도 미국의 외교 정책이나 사회 체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나오면 공산주의자로 지목해 색출하려는 매카시즘의 광기를 낳았고,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공개 또는 비공개적으로 군사적인 개입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 군사적인 개입은 사람들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소련의 위협'을 과장함으로써 정당화되었다."


진은 전쟁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이다.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어쩌면 가지고 있고 또 장차 쓸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 대응으로, 미국 자신은 크루즈 미사일이나 B-53 폭격기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있다."
"결국 확신하게 된 것이지만, 전쟁이란 싸우는 당사자들 양쪽 모두에게 자신들도 모르는 교묘한 방식으로 똑같이 어떤 도덕적인 근거를 만들어 준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비롯해 그 어떠한 명분을 내세울지라도 전쟁은 안 된다. 전쟁이란 불확실한 목표를 내걸고, 무수한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죽도록 만들게 되어 있다. 그게 전쟁의 본질이다."
"미국은 해외에 1백 개 이상의 군사기지를 가지고 있다. 오키나와 하나만 해도 14개의 군사기지가 존재한다. 도대체 누가 이걸 원하고 있는가? 미국과 일본 정부뿐이다. 이들은 이러한 군사기지를 유지해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미군기지를 반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항의시위가 벌어졌고, 한국과 오키나와에서도 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그리고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조국을 위해 죽는 것과 어떤 특정 권력이 중심이 된 정부를 위해 죽는 것을 구별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애국주의의 정의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일에 결정적이다."
""왕조적 애국주의가 복음이라고 설파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왕은 그 어떤 오류도 범할 수 없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에다 별 중요하지도 않은 단어를 끼워넣어 약간 바꾸고는, 노예근성을 가지고 대왕마마를 떠받들듯이 하고 있다. 이런 식이다. '잘했든 못했든, 이 나라 미국에게 오류란 없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가치를 저버리는 것이다."


진은 진보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변화란 불만이 계속 축적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도저히 참지 못하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비로소 이루어지게 되지 않는가? 뭔가 일어나는 것이다." "뭔가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리게 마련이다. 따라서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냥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기만 한 소극적이고 수세적인 인내가 아니라 상황을 주도적으로 밀고 나가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참아내는 적극적인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의 역사적 사례들이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아니 도리어 가장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몰렸을 때 놀라운 변화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적이 아니다. 그건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참고 견디면서 애써 온 결과이다."
"뭔가 열심히 했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다고 낙담하는 이들은, 바로 그렇게 뭔가 당장에 성과를 성공적으로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극복하고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역사에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만일 그럴 수 있게 된다면, 그들 자신이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역사의 변화가 어느새 펼쳐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우리는 이미 교훈을 얻지 않았던가? 시민들의 용기와 훌륭한 판단력 그리고 끈질긴 일관성만이 정치지도자들의 잔혹함과 이른바 전문가라는 자들의 어리석음을 막아낼 수 있다고 말이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원칙주의적인 진보 세력이라고 해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일에는, 현실적인 차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차이의 의미를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미국의 역사는 이렇게 전개되어 왔다. 역사의 진보가 이루어지고, 부당한 질서가 무너진 것은 미국인들이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행동했을 때 가능했다."


정치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한 언급도 있다.
"만일 시민들이, 어떤 일을 정치인들이 굳이 해야 할 임무가 아니라고 여기게 만들면 정치인들은 그걸 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니 정치인의 임무는 시민들이 만드는 셈이다."


이 책은 하워드 진의 생각을 분명하게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에 더하여 칼럼으로 쓴 글이라 짧은 글들이 대부분이어서 읽기가 아주 편하다. 그래서 이 책은 강력 추천 목록에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