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new :: '진화심리학' 태그의 글 목록 (2 Page)


지난 글에 이어 '살인'이라는 행위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도덕감정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언급들을 좀 더 살펴보자.


저자는 사회과학이 생물학을 바탕으로 해야 함을 역설한다.
"생물학이 모든 생명과학을 아우른다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이 다른 학문을 아우르는 개념적 틀을 제공하며 사회과학이 그것을 무시하면 불리하다는 것이다. 생물학이라고 불리는 학문에 딸린 모든 하위 분야는 진화론적 통찰을 바탕으로 발전했으며, 대부분은 선택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했다."
"사회과학에서는 흔히 갈등은 악이고 조화는 선이라는 전제(도덕적 입장으로서는 괜찮지만 사회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를, 좋은 것이란 자연적인 것이고 나쁜 것이란 인위적인 것이라는 일종의 '자연주의적 오류'와 결합시킨다. 그렇게 하면, 갈등은 어떤 근대적이고 인위적인 악(예를 들면 자본주의나 가부장제)의 산물로 설명되는 반면, 고결한 야만인이라는 낭만적인 이상은 깨지지 않고, 이때 고결함은 성적 소유욕을 포함해 갈등을 일으키는 모든 동기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살인' 행위와 그와 관련된 도덕 감정에 있어서의 남녀 차이에 대한 생물학적 바탕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극적인 차이는 여성의 후뇌량 정맥이 남성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acoste-Utamsing & Holloway, 1982). 이것은 출생 전부터 명백하게 나타나는 형태적 차이이며, 여성의 뇌에서 좌우 대뇌반구 간의 소통이 더 잘되는 반면 남성의 피질 기능은 좌반구 또는 우반구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증거를 통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사실이다(McGlone, 1980)."

'살인' 행위를 유발하는 요인 중에 '복수'라는 것이 있다. 1800년대까지도 사적인 복수가 용인되었지만 점차 사적인 복수는 국가의 사법제도의 틀 속으로 옮겨감에 따라 집단의 안정성이 증대되었다. 저자는 이점을 설명한다.
"어쨌거나 복수는 신성한 의무에서 부끄러운 충동으로 추락했다! 이것은 기존의 가치를 완전히 뒤집는 것으로, 형사 사법제도가 피해 당사자들의 권리를 점차적으로 박탈해온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왜 우리가 살인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다루는지(즉 현대적인 의미의 책임, 부과 되는 형량, 피해자의 친족들이 나설 여지가 없는 것 등)를 알고 싶다면, 법의 목적에 관한 어떤 일관된 도덕 이론의 토대가 되는 제1원리들로부터 현재의 관행과 가치를 연역하려고 해서는 그 대답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보다는 살인에 대한 현대 사회의 법적 대응들을,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변천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역사적 산물로써 설명해야 한다."
"수준 높은 문명이 원시적인 무법천지의 악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켰다는 것은 국가가 있는 현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자만이지만, 이러한 시각에도 일리는 있다. 피해를 당하고 복수하는 사람의 역할을 국가가 가져갈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이 역할이 권리보다는 짐이 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복수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에 안도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을 대신해 적을 처벌하고 향후의 불법행위를 억지하는 국가 기구를 신뢰할 수 있을 때의 일이다."

저자는 도덕 철학이 오랫동안 설명하지 못했던 문제를 진화심리학이 설명할 수 있음을 보인다.
"'죄가 있는가'는 비난받을 만한가, 응분의 벌을 받아야 하는가를 따지는 도덕적 쟁점이다."
"처벌의 도덕적 정당성을 둘러싼 철학 논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이 쟁점에 대한 다양한 입장들을 크게 응보주의와 공리주의로 나눌 수 있다.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처벌은 이익이 더 많을 경우 정당화된다. …… 공리주의자들은 보복을 위한 보복은 '원시적' 혹은 '야만적'인 욕구로서,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응보주의자들은 노골 적인 공리주의는 무서운 것이라고 답한다.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사소한 잘못에 대한 지나친 처벌을 정당화하거나, 심지어는 무고한 사람을 처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은 특별히 복잡한 사회적 세계에서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특별히 복잡한 인지 능력을 지닌 동물이 갖고 있는 장치다."
"누가 잘못했고 누가 옳은지 가려내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도덕적 판단이 불필요하고 도덕성을 내세워 타인들을 조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덕성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뿐 아니라 타인들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선택한 행동과 동기를 정당화할 수 있다."
"처벌에 관한 철학 문헌을 보면 유독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잘못에 대한 처벌이 어떤 의미에서 불균형한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논의다(이 논의에는 보통 약간의 이념이 가미된다). 이런 주장에 따르 면, 우리가 처벌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그른 것을 섬멸하고 옳은 것을 분명하게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Bradley, 1927, p. 28). 거의 신비주의에 가깝고 근원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도덕적 명령은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진화한 심리 기제가 만들어낸 결과로서 확실한 적응 기능을 갖고 있다. 그 기능이란 바로 사회계약을 위반한 사람들이 그 위반으로부터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하도록 재판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속죄니, 참회니, 신성한 정의니 하는 신비주의적이고 종교적인 난해한 말들은, 실제로는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문제를 고차원적이고 초연한 권위의 문제로 돌린다. 그 실용적인 문제란 물론, 이기적인 경쟁 행위로부터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그러한 행위를 시도하려는 마음을 아예 단념시키는 것이다."
"고차원적인 도덕철학은 형제를 사랑하듯이 적을 사랑하라고 주장하지만, 당연히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의 목숨을 공평하게 평가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거듭 주장했듯이, 사람들은 타인의 가치를 평가할 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과의 근연도에 따라 이기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왜 익명 사회의 구성원들이 살인자에게 적절한 형량이 내려져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을 펴는 걸까? 왜 우리가 목격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도덕적 분개가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그것은 사회 계약을 유지하는 일에 우리 모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는 신중하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부당이익을 취하는 사람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자와도 살인자와도 안면이 없는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무거운 벌을 받아야 하는 살인은 사리사욕을 위해 낯선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결론적으로 착시를 일으키는 사회 현상에도 불구하고 현대가 과거보다 더 안전함을 이야기한다.
"어느 시대나 말세를 한탄하는 연설을 불황이 없었다."
"사실 국가있는 사회들의 살인율은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역사시대 내내 감소해 왔던 것같고, 잔존하는 부족 사회들에 관한 자료를 보면 국가 이전 사회들의 상황은 '고귀한 야만인설'에도 불구하고 한층 더 나빴던 것 같다. …… 따라서 오늘날 산업국가의 남성은 그 어떤 조상들보다 자기 침대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살인'과 같은 유쾌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 진화심리학적 분석을 통하여 그 바탕에 깔린 심리적 기제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진화심리학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에 관한 여러 책에서 이 책을 참고문헌으로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학술서이긴 하지만 읽기에 어렵지 않다. 물론 논의를 입증하는 여러 통계 수치가 나오긴 하지만, 중요한 참고 문헌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 분석은 타당한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따라서 통계 수치를 분석한 부분은 건너 뛰고 읽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래서 학술서임에도 불구하고 일독을 강력 추천한다.


Posted by thinknew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살인은 중요한 사회 현상이다. 그리고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일단 아무도 타인에 의해 죽고 싶어하지 않으므로 살인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탄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살인이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아니다. 전쟁에서 적군을 죽이는 것은 도덕적 지탄이 아니라 오히려 영웅 대접을 받는다. 구약 성서에도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 나오지만 그때 죽여서는 안되는 대상은 유대인으로 제한된다. 이방인들은 죽여도 전혀 비판받지 않는다. 오히려 신의 명령에 의해 죽이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죽인다는 점에서 '자살'도 '살인'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렇게 다면적인 의미를 지닌 살인 행위가 도덕적 논의에서 오랬동안 논의되어 왔지만 일관성있는 설명은 없었다. 이 살인 현상을 진화심리학에서 설명을 해 냈다. 

저자는 이 책의 저술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 연구 활동의 일환이다. 즉 평범한 사회적 동기들을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폭력은 불쾌한 주제라서 객관적인 분석이 어렵다. 그에 대한 '설명'이라는 것들이 실제로는 가치 판단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간이 쉽게 폭력에 기대는 성향은 주로 '원시성' 또는 '미성숙함'으로 설명된다. …… 이러한 설명들은 폭력의 원인을 밝히기보다는 그 주창자들의 편견을 드러낼 뿐이며, 아무 이론도 내세우지 않는 것 보다 더 나쁘다."


저자는 살인이라는 현상을 진화심리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진화심리학의 바탕이 되는 내용들을 다룬다. 적응이라는 것, 자연선택이라고 했을 때의 그 선택, 본성과 양육 모두로 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 등을 설명한 후 본격적으로 '살인'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사회학자 윌리엄 구드) 우리가 친밀한 접촉을 더 많이 나누는 사람에게 더 많은 폭력을 휘두른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우리는 상당한 시간 동안 친구와 배우자의 공격 유효 거리 내에 있다. 게다가 역시 잔인하지만 합리적인 사실은, 우리가 친밀한 사람들(친구, 연인, 배우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우리를 심하게 분노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 외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즐 거움을 제공하는 주된 원천이지만, 동시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주된 원천이기도 하다. 그들이 하는 짓은 낯선 사람들이 하는 곗보다 우리에게 더 직접적이고 더 고통스러운 영향을 미친다."
"격렬한 동기 간의 경쟁은 친족 간 결속에서 생기는 아이러니한 결과다. 가족의 소유인 재산을 둘러싸고 형제들이 서로에게 최대 경쟁자가 되는 탓이다."
"이 점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다른 모든 혈연관계와 비슷하다. 즉 쌍방은 근연도 덕분에 공유할 수밖에 없는 이익이 있지만, 잠재적인 갈등의 씨앗도 지닌다."
"일반적으로 살인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언쟁에서 비롯되는 살인이 압도적으로 많고, 언쟁은 세상의 모든 살인 동기 중에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것이 산업화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은 인류학 자료와 역사 자료들이 입증한다."
"일부다처제와 성적 이형성을 갖는 포유류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수컷들 간의 전투임이 증명되었다."
"경쟁은 갈등의 하위 범주로, 둘 이상의 개체가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자원을 동시에 이용하려고 할 때 일어난다. 모든 갈등이 경쟁인 것은 아니다."
"도를 넘는 복수는 항상 존재하는 유혹이며 현실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 난다. 따라서 '눈에는 눈'은 복수심을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라기보다는, 공정하라는 도덕적 명령이다. 즉 복수를 억제하려는 시도다."
"우리는 받은 대로 갚아주는 응보의 정의를 갈망하는데, 이러한 복수 심리의 궁극적인 기능은 효과적인 억지다. 다시 말해, 복수에 대한 욕구는 효과적인 억지를 위해 진화한 것이다."
"정신이상자가 살인할 때는 보통의 살인자들처럼 친족과 비친족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신병자는 어디에 자신이 이익이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같다."
"하지만 왜 익명 사회의 구성원들이 살인자에게 적절한 형량이 내려져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을 펴는 걸까? 왜 우리가 목격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도덕적 분개가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그것은 사회 계약을 유지하는 일에 우리 모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는 신중하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부당이익을 취하는 사람을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자와도 살인자와도 안면이 없는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무거운 벌을 받아야 하는 살인은 사리사욕을 위해 낯선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 .........


Posted by thinknew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생물계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제기된 진화론이 인간의 문제를 포함하면서 심리학이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고, 인간의 문제도 진화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 진화심리학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문제, 즉 인간의 정신과 사회성에 관한 것을 진화론으로 설명하는데 주력해왔다. 그 안에는 종교를 포함하는 문화, 의식, 인간의 본성, 도덕체계 등이 포함된다.

서두에서 내가 이 책이 진화심리학의 결정판이라고 한 것은 앞에서 언급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이 책은 '자유의지'에 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진화심리학의 결정판이라고 한 것은 저자의 다음과 같은 언급 때문이다.
"인간 정신의 수수께끼는 이미 풀렸다. 나는 이것이 대담한 주장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정신과 의식, 또는 다른 동물들의 의식을 우리가 이미 '완전히' 이해했다거나 언젠가 완전히 이해하게 되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예전에는 형이상학적 사변에만 일임했던 정신 현상을 이미 오래 전부터 자연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가능해졌으며, 우리 뇌에 대한 인식이 성장함에 따라 그러한 현상에 대한 이해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고 주장할 뿐이다."

물론 저자가 저렇게 주장했다고 해서 그게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에릭 드렉슬러의 저서 '창조의 엔진'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1894년 저명한 물리학자 앨버트 마이컬슨Albert A. Michelson은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물리학의 중요한 근본 법칙과 사실들은 모두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너무나 굳건히 확립되어 있기에 새로운 발견으로 현재의 위치에서 밀려나는 일이 생길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우리는 미래의 발견 대상을 소수 여섯번째 자리에서 찾아봐야 할 것이다.""

1800년대 말에도 과학은 정점에 다다랐다는 선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새로운 발견들이 이어진 것을 보면 저자의 위와 같은 선언도 지나치게 과감한 선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책에 다음과 같은 구절도 있다.
"어떤 진술이 사실에 관한 것(진실이거나 거짓이다)이라 함은 그 진술이 원리적으로, 실험이나 관찰에 의해 반증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저자의 선언은 진화심리학의 수많은 연구 결과들의 종합이며 아직은 반증되지 않았으므로 저자의 선언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할 수는 없다. 왜 이 책을 진화심리학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지 저자의 언급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저자는 오랫동안 서양 철학을 지배했던 정신-육체 이원론이 허구임을 지적한다.
"'관념론'의 특이한 변형으로서 이원론은 이론적으로 유지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러 잘못된 이론이 그랬듯이 서양 사상사에 많은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 그러나 뇌 연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모든 것에 따르면(상호작용주의를 포함한) 뇌와 정신(몸과 마음) 이원론은 진지한 과학적 가설이 아니다."

참고 문헌을 통해 알 수 있는 '뇌 연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모든 것'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에 관한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나는 이 주제와 관련된 다른 많은 책에서도 이와 유사한 텍스트를 인용할 수 있었는데- 서양의 사고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견해 즉 인간의 악한 본성은 인간의 문화를 통해 극복되어야 한다는 견해와 마주한다(헉슬리[다윈의 불독이라고 불린 진화론의 열광적인 옹호자이자, '멋진 신세계'의 저자 헉슬리의 할아버지]를 보라).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와 반대되는 입장, 즉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모든 면에서 선했지만 문명화가 인간을 타락시켰다는 입장은 장 자크 루소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 둘 모두 틀린 것이다."
"근본적인 윤리 내지 도덕 철학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우리는 우리가 본성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유롭게 공상하는 능력은 바로 그런 인간 존재에 속하는 것이다. 자유의지에 대한 이념은 문화적 산물이다. 그러나 자유의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조차 생물학적 기관인 '뇌' 덕택이다."
"도덕 시스템과 이데올로기와 종교는 오히려 우리 본성의 특수한 발현이다. 물론 이것이 우리가 각 개인의 모든 임의적 행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일 필요는 없다. 이미 이전의 고도 문화들은 분업적이고 위계적인 사회에서 생활하는 데 따른 필요때문에 각각 독립적으로 그리고 부분적으로 불가피하게 아주 명확한 윤리 규범을 발전시켰다는 렌쉬(1979)의 지적은 옳다."


즉 생물학적 기관인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서의 문화가 현재 우리가 보고있는 인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은 진화론, 진화생물학, 문화진화론, 진화심리학 등의 경로를 통해서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들이다.

이제 이 책의 제목인 자유의지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보자.
"뇌는 자신의 담지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아무리 커다란 오류를 양산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종교적 믿음에 대한 성향이 발달한 이유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사회 집단들의 안정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신화는 집단에 속한 각각의 구성원들이 다른 구성원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고 또 극복될 수 없을 듯 보이는 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인간에게 전적으로 '유익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누구도 사기꾼이 자신을 악용하도록 해서는 안되며, 단지 사적인 일로 그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건강한 믿음과 위험한 순진함을 엄격하게 구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자유의지 이념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통찰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인간은 매우 복잡한 의식을 갖고 있다. 그 의식은 우리에게 자유롭게 망상하는 것을 허락한다. 물론 이 책에서 제시된 논중에 따르면 자유에 대한 우리의 느낌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결과에 불과하다. 진화가 우리에게 그런 느낌을 갖게 한 이유는 오로지 그것이 우리에게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우리의 의지가 실제로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일 고슴도치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아마 그는 적이 다가 올 때 가시를 세우는 것이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동이라고 믿을 것이다. 비록 그가 현실적으로는 어떠한 다른 대안도 갖고 있지 않으며 오직 가시만이 위험한 여우나 개로 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만일 엄격한 진화생물학적 의미에서 자유의지라는 환상이 비생산적이라면 그것은 발달하지 않았거나 전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자유의지라는 환상이 비생산적인데도 그것이 발달하기 시작했다면 자연선택은 그것의 담지자를 제거했을 것이다(따라서 오늘날에는 누구도 자유의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자유의지에 대한 생각을 포기하라고 독단적으로 명령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자유의지에 대한 생각이 악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즉 자유의지는 단순히 우리가 삶을 꾸려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가설에 불과하다. 자유의지를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안심하고 계속 그렇게 믿어도 될 성싶다. 그러나 (더는) 그것을 믿지 않게 된 사람도 낙담하거나 자신을 강제적인 존재로 느낄 필요가 없다."

즉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자유의지'라는 것도 결국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인간의 정신의 영역에 대한 많은 논란들, 예를 들면, 의식, 종교 또는 도덕체계에 관한 논란들도 결국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러한 논란들도 언젠가는 도태되든지 새로운 변이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는 뜻이다.

이 책이 대담한 주장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학술서처럼 부피가 크지 않다. 그것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결과들을 참고문헌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심리학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들에 대해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나의 독서 목록에도 문화진화론, 진화심리학에 관한 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그것들을 모두 읽어본 나로서는 저자의 결론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저자의 주장이 미심쩍은 사람들은 그런 책들을 읽어보는 수고를 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강력 추천 목록에 올려야 마땅하다.


Posted by thinknew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진화심리학은 최신의 학문 분야이다. 당연히 국내에도 아주 생소한 분야이다. 그런데 진화심리학의 주창자 중의 한 사람인 데이비드 버스에게서 수학한 학자가 국내에 있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있는 전중환이 바로 그이다. 어떤 학문 분야에서 전문가라도 그걸 대중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은 또 다른 것이다. 그런데 전중환 교수는 대중들에게 진화심리학에 대해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저술가이기도 하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국내 학자의 글이 바로 여기 소개하는 '오래된 연장통'이다. 인간의 뇌는 기능별로 모듈화되어 있다고 밝혀져 있다. 그 모듈을 뺀찌, 드라이버 같은 연장으로 비유하고, 그 연장들이 모인 통인 연장통이 바로 사람의 뇌라는 뜻이다. 국내 학자의 글인 만큼 여기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에 한국의 이야기가 꽤 된다. 그래서 읽기에 편한 뿐더러 저자의 글쏨씨도 상당하다. 학술서가 아니어서 깊이있는 분석은 없지만 적어도 대중들에게 진화심리학을 알려주는 책으로는 훌륭하다. 책의 요약을 보자.


저자는 진화심리학이 처음부터 직면한 의구심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과연 진화 이론이 인간의 심리와 행동도 잘 설명해 줄까? 본능에 지배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합리적인 이성을 토대로 문화를 창조하고 전승하는 존재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분자생물학, 신경생리학 등의 지원을 받아 확립한 뇌의 작동 메카니즘은 개별 기능을 중심으로 모듈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현대 심리학을 기초한 것으로 알려진 윌리엄 제임스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제임스는 생물 종의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그 종에 속한 모든 구성원들에게 보편적으로 장착된 특수화된 신경 회로를 '본능'이라 정의했다. '인간 본성human nature'이란 우리 인간 종이 얻게 된 이러한 본능들의 집합이다."

여타 진화심리학 책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남-녀 성차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진화론에서 자연선택과 더불어 성선택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한 성차에 대해 아주 간력하게 요약해 두었다.
"많은 심리학 연구들이 다양한 성차의 존재를 입증했다. 남성은 되도록 많은 이성과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으려는 욕망이 여성보다 훨씬 더 강하다. 여성의 언어 능력은 남성보다 더 뛰어나다. 말할 때 "에, 음, 뭐지……" 등의 불필요한 잡소리가들어가는 빈도를 되새겨 보라.. 남성은 폭력에 의존하여 갈등을 해결하려는 성향이 더 높다.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끈끈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 남성은 지위나 돈, 사회적 인정을 얻으려고 경제적, 신체적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성향이 더 높다."
"로또를 잔뜩 사는 이들은 주로 남성이다. 여성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에 남성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학 문제를 풀 때 남성은 수학적 추론 문제에 더 강하지만 여성은 복잡한 계산문제에 더 강하다."
"비교적 넓고 낯선 장소에서 이리저리 내빼는 사냥감을 부랴부랴 쫓아가서 잡는 일은 친숙한 주변 장소에서 어딘가에 숨겨진 식물성 음식을 찬찬히 찾아내는 일과 전혀 다르다. …… 그래서 남성들은 주변 풍경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머릿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회전시키면서 길을 찾는 능력이 발달하였다. 평균적으로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지도를 더 잘 읽고, 낯선 곳에서 길을 더 잘 찾는다."
"반면에 여성들은 채집에 관련된 공간 탐지 능력에 일가견이 있다.(공간 탐지 능력이라면 뭐든지 남성이 더 뛰어나다는 속설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 실제로 최근의 연구들은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갖가지 사물을 판별하고 그 위치를 기억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보고하고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남녀 모두 자신의 애인이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기를 바라지만, 여기서 '뛰어난 유머 감각'이 의미하는 바는 서로 정반대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남성은 남을 잘 웃기는 여성보다 자신이 던지는 유머(객관적으로 보면 심히 썰렁할 지 언정)를 잘 이해하여 즉시즉시 큰 웃음을 터뜨려 주는 여성을 배우자로서 선호한다. 반면에 여성은 자신이 던지는 유머에 잘 반응해 주는 남성보다 무조건 자신을 잘 웃겨 주는 남성을 배우자로서 선호한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도 설명한다.
"진화생물학자 코리 핀처Corey Fincher 와 그 동료는 집단주의가 병원체의 침입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준다고 제안했다. 집단주의를 개인주의와 구별짓는 두 가지 특징은 첫째, 내집단과 외집단의 엄격한 차별과 둘째, 권위와 전통에 대한 순응conformity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학문인 만큼 도덕성에 대한 논의가 없을 수가 없다. 저자가 설명하는 인간 종의 도덕 감정은 다음과 같다.
"도덕 본능으로 다시 돌아가자. 도덕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Jonathan Haidt에 따르면 도덕 본능, 즉 도덕 판단에 관여하는 심리적 적응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왠지 동물적이고 원초적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그동안 홀대받았던 도덕적 정서(분노, 감사, 죄책감, 동정)에 의해 작동되는 도덕적 직관moral intuition이다. 도덕적 직관은 불확실하고 위험한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어떤 사건의 옳고 그름에 대해 빠르고 즉각적인 판결을 내린다. …… 다른 하나는 정서의 개입이 거의 없이 합리적 이성에 의해 결론에 도달하는 도덕적 추론moral reasoning이다."
"하이트는 직관이 추론에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즉, 대부분은 도덕적 정서가 어떤 행동의 정당성에 대해 재빨리 최종 판결을 내린다. 이성에 의한 도덕적 추론은 이렇게 정서에 의해 주어진 결론을 사후에 합리화하는 조연에 불과하다."

종교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신이나 사건이 실제로 존재하거나 일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종교는 자연선택이 인간의 마음을 세속적인 생존과 번식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게끔 설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떠안아야 했던 부대 비용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의 배송비가 사라지지 않듯, 인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종교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주류 진화심리학자들은 문화의 독자적인 진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종교를 진화 과정의 부수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킨스-블랙모어로 이어지는 문화 복제자(밈)를 인정하는 그룹에서는 종교가 문화 복제자의 진화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이긴 하나 나의 짧은 생각에는 문화 복제자를 인정하는 것이 더 타당한 것 같다.

최근에 국내에서 반향을 불러 일으킨 동성애에 관한 설명도 있다.
"첫째, 동성애를 만드는 데 부분적으로 관여하는 유전적 토대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하다. …… 둘째, 현대 서구 사회에서 남녀 동성애자들은 실제로 이성애자 들보다 더 적은 수의 자식들을 길러 낸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 셋째, 동성애자가 현대 서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빈도는 대략 1〜10퍼센트로 보고 되는데, 이는 동성애를 그냥 자연적으로 생기는 해로운 돌연변이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높은 수치다."
이 말은 아직 완전히 설명할 수 없긴 하지만 동성애도 진화적 적응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국내 학자의 글로, 그리고 글쏨씨도 상당한 이 책은 진화심리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진화심리학에 바탕 지식이 좀 있다 하더라도 저자마다 다루는 주제며 에피소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분명히 얻을 것이 있을 그런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Posted by thinknew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 책은 진화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읽어 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윈에서 부터 출발하여 현대의 진화심리학이 정립되기 까지의 이론의 변천이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지금의 진화심리학이 성립되는데 기여를 한 많은 발견들이 각 장 별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지적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얻을 것이 굉장히 많은 그런 책이다.

먼저 진화심리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언급을 인용해 보자.
"진화심리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의 목표는 인간의 마음과 뇌의 메커니즘을 진화론적 관점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4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째, 마음은 왜 이러한 형식으로 설계되었는가? - 즉, 어떤 인과적 과정이 인간의 마음을 지금의 형태로 창조, 형성 혹은 조형했는가? 둘째,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설계되었는가? - 각각의 메커니즘이나 구성 요소들은 무엇이며, 그것들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가? 셋째, 그 구성 요소들과 그로 조직된 구조물의 기능은 무엇인가? - 즉, 마음은 무엇을 하도록 설계되었는가? 넷째, 현재 환경, 특히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입력된 것들은 관찰 가능한 행동을 만들어내는 인간 마음의 설계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물론 이 책이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 모두 답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저런 의문에 대한 이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언급을 따라 진화심리학이 성립된 과정을 개략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진화란 살아 있는 유기체의 구조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윈이 1859년에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s'을 출간하기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은 생물의 형태 변화를 자명한 것으로 생각해 왔다."
"라마르크(1744-1829)는 생물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과학자로서, 생물에 관한 연구를 독립된 과학 영역 중 하나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다윈 이전의 생물학자들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종의 다양성과 이들 중 일부는 놀라운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유기체의 구조가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해 왔다고 믿는 생물학자들은 스스로를 진화론자라고 불렀다."
"다윈은 이 책(종의 기원)에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많은 유기체가 존재한다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결과로 살아남기 위한 투쟁(Stuggle for existance)이 불가피해지는데, 결국 유리한 변이들은 보존되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게 된다. 이 과정이 세대를 거쳐 반복될 때, 그 최종 결과는 새로운 종의 형성으로 나타난다. 좀 더 공식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이러한 모든 생명의 문제에 대한 다윈의 답변은 자연 선택설이었고, 이 이론이 포함하고 있는 필수적인 세 가지 요소는 변이(variation), 유전(inherirance) 그리고 선택(selection)이다."
"자연선택설은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깊이 있는 과학 이론의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 첫째, 밝혀진 사실들을 조직화한다. 둘째, 새로운 예측을 가능케 한다. 셋째, 과학적 탐구의 핵심 영역에 대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적응이란 자연 선택을 통해 현존하는 생명체를 진화시킨 잘 발달된 유전적 특성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그 특성이 유전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진화 기간 동안 생존이나 번식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유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 본성의 핵심은 적응의 거대한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적응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은 1964년에 발표된 해밀턴의 포괄적 적응도 개념이 추가됨으로써 보강되고, 1966년에 발표된 조지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에서 혁명적으로 구체화되었으며, 1970년 초에 연속적으로 발표된 세 편의 논문에서 트리버스가 제시한 가설, 즉 '호혜적 이타주의', '양육 혹은 부모 투자 이론', '부모-자식 갈등 이론'이 추가됨으로써 진화심리학의 토대가 거의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윌슨의 사회생물학, 심리학에서의 행동주의 이론, 인지 혁명 등에 의해 계속 보강됨으로써 인간의 설계된 마음이 해결할 수 있는 정보 처리 문제(생존과 번식의 문제)들에 관한 다양하고 세부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퍼즐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주었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이 다루는 문제들을 '생존 문제', '성과 짝짖기의 도전', '양육과 친족이라는 도전', 집단적 삶의 문제'라는 크게 네가지 범주로 나누었다. 윌슨은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에서 인간 행동의 네가지 범주를 '공격성', '성', '이타주의', '종교'로 분류했지만 저자는 이 중 공격성, 이타주의, 종교는 모두 집단적 삶의 문제로 묶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인 '통일된 심리 과학'에서 심리학의 각 분파 별 발견들, 언어의 기능에 관한 여러 논의들, 도덕적 정서에 관한 논의들을 추가로 언급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에 관한 모든 논의들이 진화심리학으로 수렴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진화론에 대한 오해도 명쾌하게 정리한다.
"진화론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 [1] 유전자 결정론은 행동이 환경의 영향을 거의 혹은 전혀 받지않고 오직 유전자에 의해 통제된다고 주장하는 학설이다. 인간 행동에 진화론을 적용하는 것이 많은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진화론이 유전자 결정론을 의미한다는 잘못된 개념 때문이다. 이런 오해와는 반대로, 사실 진화론은 진정한 상호작용주의 구조를 나타낸다. 인간 행동은 두 가지 구성 요소없이는 발생할 수 없다. 진화된 적응 그리고 이러한 적응의 발달과 활성화를 촉발시키는 환경적 자극이다. [2] 두번째 오해는, 인간의 행동이 변화에 둔감하다는 의미를 진화론이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진화된 심리적 적응에 관한 지식은 변치 않는 운명으로 규정짓지 못하도록 설계된 사회적 자극과 함께 필요한 영역의 행동 변화가 자유롭게 일어나도록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행동의 변화가 단순하거나 쉽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화심리학에 관한 더 많은 지식은 변화를 위한 더 많은 힘을 제공한다."
"지난 세기 동안 특정 메커니즘이 진화된 기능을 갖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적응 개념 덕분에 다양하고 놀라운 발견이 가능했다.(Dawkins, 1982) 그러나 그것은 '현재 인간을 구성하는 적응적 메커니즘들이 최적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당연하게도, 이 책은 여기서 요약한 것보다 훨씬 많은 중요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생물로서의 인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thinknew
TAG 진화심리학
트랙백 0,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진화심리학 - 데이비드 버스

독서 2016. 6. 21. 21:04

인간의 본성의 생물학적 기초를 추적하는 것에 가장 근접한 분야가 진화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심리학의 하위 분과가 아니라 분자생물학, 생태학, 심리학을 아우르는 통합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진화심리학에 대한 교과서가 나왔다. 


자신도 진화심리학을 창시하는데 주역을 담당한 연구자 중의 한 사람인 데이비드 버스가 인간의 본성을 추적하는데 바탕이 되는 광범위한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놓은 이 책은 그야말로 진화심리학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권으로 진화심리학에 대해 알고 싶으면 당연히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먼저 진화론이 거쳐온 역사를 요약한다. 다음으로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진화 가설을 보여주고, 생존 문제, 성 선택, 양육과 친족 문제, 집단 생활의 문제, 그리고 통합 심리학에 대한 개괄에 이르기 까지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글을 나누더라도 여기서 대략적으로 나마 요약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 얻울 수 없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요약하고, 다수의 독자들에게는 직접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이 책에서 내가 새삼스럽게 발견하거나 확인한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사회과학의 통념에 따르면, 사랑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으로, 낭만적인 유럽인이 수백 년 전에 만든 것이라고 한다(Jankowiak, 1995). 그러나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통념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시사한다. …… 이들은 이러한 현상들의 존재를 사용해 전체 문화의 88.5%에서 낭만적 사랑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했다(Jankowiak, 1995; Jankowiak & Fischer, 1992). 사랑은 미국이나 서구 문화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남녀가 각각 꼽은 명단에서 헌신적 행동이 맨 윗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헌신적 행동이야말로 사랑의 핵심으로 보인다. 그런 행동에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포기하는 것,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것, 함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의사 표시 등이 있다. 남자가 이런 사랑의 행동을 보이는 것은 상대 여자와 그녀가 장차 낳을 자식들에게 자원을 주겠다는 의지가 있음을 나타낸다. 사랑의 경험에 대한 보고는 주관적 헌신 감정을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지표이다 - 성욕에 대한 보고보다 훨씬 더."
"마이크 베일리Mike Bailey, 프랭크 무스카렐라Frank Muscarelh, 제임스 댑스James Dabbs를 비롯해 많은 이론가들이 지적 한 것처럼, 동성애는 단일 현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여성 동성애와 남성 동성애는 아주 다른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 성적 지향은 발달 과정에서 일찍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며성의 성은 전체 생애에 걸쳐 훨씬 유연하게 나타난다."
이 결과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것이기도 한 '동성애 차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격 특성도 그 사람의 짝짓기 전략을 예측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64개국에서 1 만32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는 외향성, 낮은 원만성, 낮은 성실성의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은 단기적 짝짓기에 관심이 많고, 남의 배우자와 바람을 피우려고 시도하고, 남의 배우자를 유혹하려는 사람의 시도에 쉽게 넘어가는 기질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Schmitt & Shackelford, 2008). 성격 특성 중 '어둠의 3요소Dark Triad'라 부르는 자기애, 정신병질, 마키아벨리즘 역시 착취적인 단기적 짝짓기 전략(특히 남자에게서)을 추구하는 성향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부성 확실성을 가정한다면, 부모와 자식의 유전적 근인도 r=0.50이다. 그러나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부모와 자식은 서로의 가치를 동등하게 여기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운반하는 수단이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점점 가치가 없어지는 반면, 자식은 부모에게 점점 가치가 높아진다.(즉, 부모가 번식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사라져 감에 따라). 최종 결과는 부모에게 어른된 자식의 가치는 자식에게 부모가 지닌 가치보다 훨씬 크다."
이는 왜 부모들이 장성한 자식들을 떼어놓지 못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감정적 친밀도를 시사하는 또 한 가지 지표는 아이가 죽었을 때 다양한 친척이 느끼는 심리적 슬픔의 양이다. 유전적으로 덜 가까운 친척들보다 부모가 가장 많은 슬픔을 느낀다(Littlefield & Rushton, 1986). 흥미로운 것은 나이가 많은 아이의 죽음이 나이가 적은 아이의 죽음보다 더 큰 슬픔을, 그리고 건강한 아이의 죽음이 병약한 아이의 죽음보다 더 큰 슬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장성한 자식들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이 어는 정도일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결과이다.
"우리는 흔히 가족은 함께 나누는 것이 모두를 위해 최대의 이익을 낳는 조화롭고 화목한 성소라는 믿음을 주입받으면서 자라난다. 그 결과, 부모나 형제나 자식과 불화나 의견 충돌, 알력이 생기면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쉽다. 특별한 형태의 심리 상담처럼 가족 간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혼란을 전담하는 직업도 따로 있다. 진화론의 관점은 갈등의 세 가지 기본 원천- 형제 간, 부모와 자식 간, 부모 간 -이 전반적으로 널리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한다."
"배신은 종종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즉 일단 집단 내에서 압도적인 것으로 자리잡으면 다른 전략으로 공격하거나 밀어낼 수 없는 전략이 된다."
"전쟁은 매우 협력적인 모험이라는 것이다. 각 진영의 남자들 사이에 협력적 동맹이 결성되지 않았다면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 남자들은 서로 함께 모여 하나의 협력적 단위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염려스러운 남녀 사이의 차이점 한 가지는 남자들이 여자에게 성폭력이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지 한결같이 과소평가한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심리에 대해 모든 이론 학파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점이 한 가지 있다. 강간은 혐오스러운 행동이며, 종종 피해 자에게 무거운 비용을 지운다는 사실이다."
"다른 개체를 만날 때마다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어리석은 전략이다. 패자는 부상과 죽음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굴복하는 것- 세력권이나 먹이나 배우자를 넘겨줌으로써 -이 더 나을 수 있다. 싸움은 승자에게도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한다. 싸움에서 부상을 입을 위험 외에도 승자는 귀중한 에너지 자원과 시간과 기회를 싸움에 쏟아부어야 한다. 따라서 사전에 누 가 이길지 결정할 수 있어서 싸움의 비용을 치르지 않고 누가 승자인지 선언할 수 있다면 승자와 패자에게 모두 이익일 것이다."
단순 비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긴 하지만 대북 긴장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정권의 태도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성의 생물학적 기초를 추론하는 연구자들이라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이지만 저자도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생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창조론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지만, 예측이나 설명을 하는 이론으로서 유용함이 입증된 적이 없다."
"도덕성에 대한 역사적 접근 방법은 사람들이 도덕적 추론을 통해 도덕적 판단에 이른다는 '합리주의자' 이론들이 지배했다. 우리는 논리와 합리성으로 옮고 그름, 해로운 짓과 비행, 정의와 공평성 같은 문제들을 판단하고, 도덕적으로 올바른 답에 이른다고 가정된다."

이 책은 광범위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놓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로 이끈 에피소드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 말은 읽기가 좀 딱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책의 독서 추천은 '적극 추천'이다.



Posted by thinknew
TAG 진화심리학
트랙백 0,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도덕적 동물 – 로버트 라이트

독서 2016. 6. 3. 20:48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함으로써 진화론을 생물계의 현상을 설명하는 확고한 기반으로 만든 이후, 허버트 스펜스가 주창한 것으로 알려진 사회진화론을 히틀러가 대단히 사악한 방식으로 오용하는 바람에 진화론은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그러나 자연선택(적자 생존이 아니라)에 이어 친족 선택 이론, 호혜적 이타주의 이론 등이 보강되면서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등으로 개별적으로 발전한 것처럼 보였던 이론들이 신다윈주의로 통합되는 추세에 있고, '도덕적 동물’은 신다윈주의에 입각하여 인간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보인 책이다.

진화론은 크게 오용된 탓도 있지만 진화론의 결론이 인간이 오랫동안 사변적으로 추론해 온 생각들을 뒤집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꺼려하고 있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인간이라는 종이 동물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동물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인간의 특징으로 초기에는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추론했다가 점차 ‘이성’이라고 추론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성의 배후에는 본질이 존재한다고 믿었으며 그 본질이 무엇인가를 추론하는 역할을 철학이 담당하였고, 그 본질이 곧 신이라고 정의하고 신의 뜻을 살피는 역할을 신학이 담당했다. 그게 철학이 되었든 신학이 되었든, 관념의 세계를 선과 악으로 구분하여 놓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선한 존재이든 악한 존재이든 간에 인간은 선을 이루고 구체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는 게 ‘당위’의 개념이다.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이 ‘당위’의 개념을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진화론이 존재의 변화는 ‘당위’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우연’에 의해 구속되고, 진화는 방향성이 없이 일어난다라고 했을 때 그런 결론에 의해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을 것이다. 과학적 발견들이 진화론을 점점 강화시키는 쪽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사람들의 반발은 많이 위축되긴 했으나 신학과 같은 특정 영역을 중심으로 반발은 여전하다.

어쨎든 이 책의 저자는 다윈의 삶을 진화론적으로 해석하고, 여러 과학적 발견들을 제시함으로써 신다윈주의적 추론의 타당함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진화론의 추론 결과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당위’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여러 곳에서 보였다.
"자연 선택은 인간 본성 속에 있는 파괴적인 것들뿐만 아니라 자비스러운 것들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악의 뿌리들이 자연 선택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것과, 인간 본성 속에서 (선한 많은 것들과 함께) 표현된다는 것은 확실히 참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온갖 종류의 비밀스러운 배신이 있기 마련이고 사람은 자신의 도덕적 평판을 드날리려고 하기 마련이다. 평판은 이 '도덕적' 동물들이 게임을 하는 목적이다. 그러므로 위선은 타인의 죄를 들춰 내고자 하는 불만과 자신의 죄를 감추고자 하는 경향이라는 두가지 자연적인 힘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인간은 존경을 받기 위해서라면 군자처럼 행동할 수도 있고 짐승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인간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신다윈주의적 추론의 결과 도달한 결론이 결코 냉소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와 근연 관계에 있는 침팬지들이 자신들이 협의한 사항을 정의로운 분노로써 추구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이 이기적인 도덕의 기초가 될 수 있는지를 보았다. 침팬지들과 달리 우리는 이런 경향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신들과 거리를 충분히 둘 수 있다. 본질적으로 그것을 공격할 수 있는 온전한 도덕 체계를 구성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멀리 말이다.
"그렇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도덕적이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진실되고 반성된 삶을 살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이 있다. 우리에게는 자기 인식, 기억, 통찰력, 판단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진화론적 사상은 우리로 하여금 ‘기술적’ 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도록 이끌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가 진실하고 긴장되는 도덕적인 정밀 조사를 받고, 우리의 행동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은 디자인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는 잠재적으로 도덕적 동물이지만(어떤 다른 동물이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자연적으로 도덕적 동물인 것은 아니다. 도덕적인 동물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철저하게 도덕적 동물이 아닌지를 깨달아야만 한다."
“자연주의의 오류라는 베일이 벗겨지고 사회적 다원주의의 지적 토대가 붕괴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위와 같은 불안이 끈질지게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상해 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자연스러운'이라는 단어가 도덕의 문제에 관계하는 한 그 용법이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남자가 아내 몰래 바람을 피운다거나 약자를 착취해 놓고, 그것이 단지 '자연스러운’일이라고 변명한다고 해서 그가 그런 행동이 신이 정한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말은 다만 그 충동이 너무 강해 사실상 억누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즉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은 것일 수는 있지만 딱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낙관적으로 결론을 맺으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저자를 비롯한 몇몇 학자들이 고도의 추론을 통해 도달한 결론을 대중들이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겠는가? 대중들에게는 ‘당위’를 전제로 한 추론 결과들이 여전히 더 매력적일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적 발견들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아무리 많을 것들을 밝혀내었다 하더라도 다수의 인간들은 여전히 종교와 신비주의에 매달릴 것이다. 저자 자신도 위의 낙관적인 결론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신다윈주의)의 견지에서 우리는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스마일스가 바람직한 삶이란 “도덕적 의무, 이기심, 악”과의 전쟁이며, 그 적은 원래 끈질기다"고 말한 바가 얼마나 옳은 말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Posted by thinknew
TAG 도덕적 동물, 진화심리학
트랙백 0, 댓글 3개가 달렸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조아하자 2016.06.03 22: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저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특별하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는 그런 생각이 환경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해요. 제가 기독교인들을 안좋게 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기독교인인 제 친구도 기독교가 환경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추궁하니까 그걸 인정하더군요.

    • thinknew 2016.06.04 09: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진화론적 설명을 통해 새롭게 알아낸 자연과 인간의 본성에 의하면 현상을 해석하기 위해 가치를 앞세우면 거의 대부분 오류에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냐 아니냐의 논란과는 별개로 인간이든 자연이든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먼저 분석한 후에 변화의 방향을 설정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세상을 보다 나은 방향을 변화시키겠다는 진보도 오류를 많이 범했지요. 진보가 범하는 대표적인 오류 중의 하나가 환경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이작가 2018.05.23 2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 이 책... 담고 있는 내용은 알찬데 글 쓰는 방식에 문제가 있네요. 체계적으로 내용을 적은 게 아니라서 두서가 없어요. 문단 첫줄에 쓴 말과 전혀 다룬 내용을 쓴다든지, 새로운 이론 설명해놓고 다른 소주제로 바로 넘어가버려요. 독자에겐 불친절한 글이에요ㅠ 내용이 좋아서 어째어째 버티고 있는데 어디다가 하소연할 수 없어서 이렇게 댓글을 다네요ㅋㅋㅋ

발칙한 진화론 - 로빈 던바

독서 2016. 5. 23. 17:52

진화심리학에는 '던바의 수'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얼굴을 맞대고 접촉할 수 있는 최대의 수가 150명 정도란다. 인간이 사회 관계망을 형성할 때 적용되는 150이 바로 던바의 수이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 '던바'이다. 저자는 진화심리학에 정통한 학자이다. 그러면서도 훌륭한 저술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아주 재미있다. 다양한 일화들을 제공하는데 그 일화들이 일관성을 유지한다. 모두 21개 장의로 되어 있는데 각 장이 별개의 기고문으로 작성되었단다. 그런데도 그 모두가 일관성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한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는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저자는 진화론에서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 중용의 입장을 취한다.
"인간도
만여 종의 동물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별하다고는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인간에게만 있는 이런 유전형질이 바로 우리를 인간으로 규정한다."
"인간 정신이 자연의 위대한 작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 이외의 영장류들 사이에서 차이점을 발견할 없을 때도 많다
."
 
진화심리학 관련 서적들에 나오는 내용과 중복되는 것도 있지만 새로운 내용들도 꽤 있다. 그래서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독서의 묘미가 있다. 저자는 이야기를 성에 관한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대뇌생리학에서의 발견과 연결짖는다.
"일부일처로 짝을 짓는 포유류는 대규모 군집생활을 하면서 무작위로 짝짓기를 하는 포유류에 비해 뇌의 크기가 훨씬 크다. ……….. 가지 그럴듯한 대답은 평생을 명의 배우자와 살려면 엄청난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
"실제로 암컷의 경우 신피질 조절 능력이 뛰어난 개체들이 승부에서 승리했다. 암컷에게는 사교적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컷의 경우 변연계 조절 능력이 뛰어난 개체들이 승리했다. 싸움에서 생각을 너무 많이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참고로 뇌의 신피질은 우리가 '이성'이라고 하는 의식적 판단을 담당하는 영역이고, 변연계는 우리의 '감정' 및 '직관'에 해당하는 행동들을 통제하는 영역이다.

다음과 같은 내용도 흥미롭다.
"실제로 여성 3분의 1 세상을 가지 색으로 보는 반면 남성은 가지 표준색인 빨강, 파랑, 초록으로 세상을 본다. ………. 요컨대 일부 여성이 보는 세상은 나머지 사람들이 세상과 전혀 딴판이라는 말이다
."

당연하게도 '던바의 수'에 대한 설명도 있다.
"따라서 150 개인이 맺을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이며, 이것을 던바의 수라고 한다
."
"공동체를 하나로 유지시키는 힘은 상호 의무감과 호혜주의인데, 150명이 넘으면 가지가 발휘하지 못한다. 그들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윤리가 계층 제도와 강제력에 상반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기 전에 공동체를 나누는 것이다
."

남녀간에 혹은 가족간에 스킨십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청춘남녀들은 참고할만한 내용이다.
"촉각은
인간의 모든 감각 가장 강력하게 친밀감을 전달하는 감각이다."
"말은 의식적이고 적극적으로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접촉은 의식 아래 있는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 촉각은 진화적으로 나중에 달한 언어 중추, 좌뇌와는 별로 관계가 없고 감정을 담당하는 우뇌와관련이 있다
."

알아두면 유익할 내용들을 임의로 인용해 보았다.
"신뢰는 호혜주의가 아니라 옥시토신이라는 화학물질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요지는 이러한 화학물질이 분비되었을 특정 단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경 체계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사례도 많다. 가령, 우리는 이미 반세기 전에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공격과 회피 반응이 부신 호르몬인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이라고도 ) 의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호르몬은 운동을 하기 위해 우리 신체를 준비시키지만 호르몬 분비로 활성화되는 행동(공격 또는 도피 행동) 개인이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
"눈물이 빠지도록 웃는 웃음은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매우 효과적이다
."
"최근 스캔 연구 결과 음악이 우대뇌반구의 앞쪽 원초적인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을 강하게 자극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좌뇌는 의식적인 사고 과정, 특히 언어 능력과 관련이 깊고 우뇌는 무의식적이고 원초적인 감정과 관련이 깊다.
"
"남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여자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성향이 있다. ……… 여자들의 대화는 주로 자기가 형성하고 있는 회적 관계망을 점검하고 변화무쌍한 사교 범위 안에서 복잡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 반대로 남자들의 대화는 주로 자기 과시에 집중한다. 남자들은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 아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
"양념(향신료)은 뇌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엔도르핀 분비를 유발하고 면역 체계를 조정한다. 따라서 양념을 섭취하면 병마를 견딜 있다
."

저자는 진화론이 외부로부터 부당하게 공격당한 일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과학을 적극 변론한다.
"지식이
권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식을 억누르는 것은 훨씬 위험을 초래할 있다. 나는 리가 최선을 다해 지식을 자유롭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국가 발전의 걸림돌이 사례는 수없이 많다."

저자는 또한 진화심리학의 한계도 인정한다.
"우리가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의 문화는 진화가 이룩 가장 눈부신 성과 하나다. 인간의 문화적 역량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능력들, 이를테면 자기반성을 있는 능력, 자신과 감정 신념에 대해 숙고할 있는 능력 등에 녹아 있다
."

저자는 종교에 관해서도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향성intentionality'이란 '가정하다suppose', 'think', '궁금해하다 wonder', '믿다believe' 같은 동사를 사용할 반영되는 것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아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런 단어를 용하는 능력은 1 지향성이다
."
"보다 흥미로운 것은 " 생각에 너는 …라고 생각하는 같아"라는 식으로 상대방의 마음 상태를 고려할 있는 능력이다. 이것이 2 지향성에 해당한다
."
"3 지향성 갖춘 사람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들 있다. "우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기를 신께서 원하신다고 나는 믿는다." 단계에 이르면 개인적인 종교 가질 있다
."
""우리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기를 신께서 원하신다는 것을 네가 믿기를 나는 바란다." 이것이 4 이며, 수준에 이르면 사회적인 종교 발생할수 있다
."
"5 지향성, "우리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기를 신께서 원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믿는다는 것을 네가 알기를 나는 바란다"에서 당신이 나의 주장의 유효성을 인정하면, 당신은 당신도 믿는다는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내가 공동의 종교라고 부르는 종교 갖게 되었다
."
"종교는 사회를 하나로 묶어준다. 엔도르핀 분비 촉진에 매우 효과적인 의식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은 고통이 약하지만 꾸준히 지속될 분비된다. 뇌에 엔도르핀이 충분히 분비되면 적당한 황홀경을 경험한다."
"물론 종교 이외에도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조깅, 근력 운동, 밖의 신체적 운동을 통해서도 엔도르핀이 분비될 느끼는 황홀감 경험할 있다. 하지만 종교는 우리에게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 공동체의 소속감을 느낄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효과가 훨씬 강력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서는 특히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다. 그대로 같은 일을 혼자 때는 결코 생기지 않을 형제애와 단결심이 형성되는 것이다
."
이 모든 종교에 대한 변론이 종교 일반이 대한 것이지 유일신 교리를 지닌 기독교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도 그점을 분명하게 언급하지만 저자의 변론을 보더라도 명확해진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종교는 인간의 필요에 부응하여 만들어진 것이지 기독교가 주장하는 것처럼 궁극적인 원인으로서의 신으로부터 파생된 것이 아니다.

진화심리학이 인간의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읽어보면 아주 좋을, 유익한 책이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연한 마음 - 데이비드 J. 린든  (0) 2016.05.26
밈 - 수전 블랙모어  (0) 2016.05.24
발칙한 진화론 - 로빈 던바  (0) 2016.05.23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 - 가이 해리슨  (2) 2016.05.22
뇌, 인간을 읽다 - 마이클 코빌리스  (0) 2016.05.20
과학한다는 것 - 에른스트 페터 피셔  (1) 2016.05.19
Posted by thinknew
TAG 던바의 수, 진화심리학
트랙백 0,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욕망의 진화 - 데이비드 버스

독서 2016. 5. 2. 19:00

남자와 여자 사이의 차이에 관해 많은 통념들이 존재한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거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한다." 그에 비해 "여자들은 남자들의 경제력을 최우선으로 본다."
"남자들은 긴 생머리, 하얀 피부, 금발, 가슴이 큰 여자, 허리가 가는 여자들에 끌린다."
"여자들은 젊은 남자보다는 중년의 남자들을 더 선호한다."
이 외에도 남녀의 차이에 대해 다양한 통념들이 존재한다.

데이비드 버스의 이 책은 진화심리학에 기초하여 여러 실증적 실험 결과들을 바탕으로 위와 같은 통념들이 상당 부분 인간의 진화적 적응의 결과로서 일리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남녀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여권운동이 활발하던 시절에는 불손한 이야기로 치부되었다. 위의 통념들도 도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거부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우리나라에서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는 외모지상주의 성향을 보더라도 위와 같은 통념들이 근거없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과학은 관찰과 실험을 통하여 자연 현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으면 현재와 같은 거대한 물질 문명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인간의 마음의 영역은 과학적 접근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물론 그런 경향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긴 한다. 저자를 비롯하여 수많은 진화심리학자, 인지심리학자, 행동심리학자 등이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여 남녀의 성차이를 진화론적으로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가치판단에 근거하여 현상을 부정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이 책은 인간의 짝짖기 행위가 진화론적 적응의 결과라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녀의 짝짖기 행위의 차이가 진화론적 적응의 결과라는 연구 결과는 흔히 여권주의자들 또는 도덕주의에 경도된 과학자들의 반발을 산다. 그 중에서도, 남녀의 성차이와 관련하여 과학적 연구 결과가 가장 첨예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는 주제는 '강간'에 관한 것이다. 강간은 남자들에 의해 주로 저질러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남자들의 강간 성향이 진화적 적응의 결과일 수도 있다(확증되지는 않았다.)는 연구 결과이다. '강간'도 성행위의 일종(물론 폭력이기도 하다.)이어서 성행위의 진화론적 적응을 다룬다면 불가피하게 다룰 수 밖에 없는 주제이다. 그런데 '강간'이 진화론적 적응의 '결과이다'가 아니라 '결과일 수도 있다'라는 결론조차도 앞서 언급한 여권주의자들이나 도덕주의자들에 의해 극렬하게 부정되어 버린다. 이 책의 저자도 언급했지만 그 결과는 원인을 알 수 없게 되어 합리적 대응책을 모색할 가능성도 원천봉쇄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은 지적인 존재로 진화하면서 '도덕적 당위(인간은 선하고, 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를 받아들이도록 오랫동안 압력을 받은 결과, 생물학, 뇌 생리학, 심리학 분야들에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결론, 즉 '진화는 방향성이 없다'라는 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물질문명은 엄청나게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당위를 바탕으로 수천년동안 인간에 대해 숙고해 온 결과가 인간에 대해 그다지 잘 설명하지 못한 것을 보면 이제는 과학적 방법론이 밝혀낸 인간성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편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다른 층위의 이야기로서 위와 같이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이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는 알 수 없는 문제이다. 사실은 관념과 끝임없는 경쟁 관계에 있었다. 한번도 명료하게 입증된 적이 없는 종교가 오랫동안 대중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 최선의 결과가 항상 살아남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칙 등을 고려해 보면, 문화도 유전자처럼 경로가 다른긴 하지만 진화한다고 알려져 있는 만큼, 과학적 사실들이 항상 진화적으로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적 사실들이 결국은 살아남을 확률이 현저히 크긴 하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술의 역사 - 자크 엘루  (0) 2016.05.04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 - 폴라 스테판  (0) 2016.05.03
욕망의 진화 - 데이비드 버스  (0) 2016.05.02
수치심과 죄책감 - 임홍빈  (0) 2016.05.01
아인슈타인과 피카소가 만나 영화관에 가다 - 에른스트 페터 피셔  (2) 2016.04.29
별밤의 산책자들 - 에른스트 페터 피셔  (0) 2016.04.27
Posted by thinknew
TAG 진화심리학
트랙백 0,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양복을 입은 원시인 - 행크 데이비스 2

독서 2016. 4. 17. 09:31


전 글에 이어서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는 믿음의 심리적 기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이론이라고 불리는 건 사실 상당한 칭찬이다. 이론이라고 부른다는 건 테스트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술되었다는 뜻이다. 이때 이 이론을 테스트하면 두 가지 결과가 일어난다. 즉 수집한 증거가 이론을 지원하거나 아니면 반박한다. 이렇게 이론이란 주어진 증거에 부합하거나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믿음이나 감정적 이유가 아닌 증거이다. 자연선택의 진화론은 반증 가능한 방식으로 진술되어 있다."
"창조론, 지적 설계에 의해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은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믿음이다. "성경이 그렇게 믿는다,그러니 나도 그렇게 믿는다, 그렇게 되었다" 같은 범퍼 스티커가 이를 말해준다. 지식에 대한 이러한 접근법을 신앙주의라 한다. 신앙주의는 공격적인 비이성이다. 그들은 믿음에 대한 자신들의 진술을 정당화하려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토론도 거부한다."
"가장 문제는 '이론'이라는 용어에서 나온다. 과학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일반인에게 이론은 '직감hunch'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반인이 이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의미와 과학 내에서 의미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령 어떤 것이 이론의 지위로 올라가려면 광범위한 비판적 관심과 정규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가장 높은 수준의 지적 활동을 거쳤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론은 직감과는 정반대의 것이라 있다."

우리에게도 이상한 믿음에 대해 민감한 사안들이 있다. 토속 신앙이라고 믿고 있는 무속과 한방 의학 등이 그렇다. 저자가 속한 서양의 경우를 먼저 보면 우리의 상황과의 연관성을 알 수 있다.
"전통의학(서양 의학/미국의학협회) 의료적인 문제에 언제나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한다. 전통의학 종사자들조차 이를 인정한다. 일단 모두 동의했으니 다음으로 보자. 만약 A 답이 아니라면 반드시 B 답일까? 리적으로 그렇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은 전통의학이 답을 주지 못한다면, 대체 치료로 몰려든다."
물론 한의학이 대체 의학은 아니다. 그러나 한의학은 대체의학과의 경계가 모호하다. 1200년 전에 저술되었다는 '황제내경'이나 '동의보감' 등이 여전히 한의학에서 의학서로서의 권위를 가지고 있어서 이다. 의술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몸과 의술 자체가  끊임없이 변해가는데 1200년 전의 경험에 의한 처방이 현재에도 여전히 권위있는 처방으로 대접받고 있는 현상을 한의학 종사자들이 스스로 타파하지 않으면 한의학은 자연히 도태될 것이다. 최근 한의학에서 첨단 측정 및 진단 기기들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대두되는 것은 한의학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또 대체 의학을 보는 대중들의 관점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대체의학의 효과에 대한 우리의 추론 과정에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무엇을 하든 신체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되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자연 치료는 마치 증상을 완화시킨 보이고 과분한 공치사를 받게 된다. 다양한 화합물과 관행이 혼합되면서 건강을 이해하고 유지하는 일은 더욱 복잡해졌다."

사람들이 신적인 것을 유추하는 요인 중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 '무작위' '우연' 설계가 되지 못했을 경우의 이야기며, 그것은 신이 없는 오직 혼돈과 추함으로만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러한 생각에 따르면 미美는 우연히 나타나는 아니고 의식적이며 의도적 설계에 의해 존재한다."
"많은 이들은 직관적으로 아름다움과 신을 연결하는 듯하다."
"우연은 차갑고 아름답지 못한 과정으로, 오직 무無만 낳을 뿐이다. 아름다움은 오직 '의식적 설계'에서만 나온다. ........ 추한 잡초나 흙맷돼지는 자연선택으로 밀어내고 (다윈이 얻은 셈이다!) 장미나 토끼 같은 것은 신에게 돌린다. 아름다움이 장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저자는 종교를 없애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종교가 도덕 감정의 근원이라는 점은 분명하게 부정한다.
"만약 모든 종교가 지금 순간 사라진다 해도 아마 내일이면 우리는 다시 다른 종교를 만들어낼 것이다.그러니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 구조 자체다. 때때로 이러한 제도가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우리의 진보적,평화적인 본능을 전복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관점으로는 안에 내재된 중요한 논의를 놓치게 된다."
"오늘날 도덕적 발달의 이해를 제공하는 기념비적 연구는 진화심리학에서 나왔다. 마크 하우저의 책은 진화된 언어 본능과 진화된 도덕 본능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덕적 행동과 결정을 만들어내는 내재된 신경 회로에 대해 말한다. 초자연적 믿음이나 개입이 있어야 도덕적으로 행동할 있는 아니다. 많은 종교가 신도들에 대한 가르침에 도덕적 행동의 규칙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인간의 도덕성의 기반으로 여기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상한 믿음들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는 그들의 행동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가족을 잃은 사람을 이용해 먹는 착취적인 영매나 심령술사는 기생충이나 다름없다. 아니, 그보다 못하다. 하지만 착취당한 희생자의 믿음 체계 역시 잘못이다. 시장을 만든 그들의 순진함이었다."
"분명 언론이 커다란 공모자다.그들은 좋은 이야기를 보면 금방 알아차리는 , 순진함이나 미신이나 원시 논리를 이용해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해서 많은 이들이 부자가 되었다. 결국 거짓으로 드러날 사기를 파는 것이 쉬운 일이다."

이 책도 인간 본성의 생물학적 근원을 밝히는 진화심리학에 관한 책으로 훌륭하다. 여러 책에서 설명한 진화심리학에 대한 내용을 보완하는 좋은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장의 한계 - 도넬라 & 데니스 메도즈, 요르겐 랜더스  (1) 2016.04.22
과학의 변경 지대 - 마이클 셔머  (0) 2016.04.19
양복을 입은 원시인 - 행크 데이비스 2  (0) 2016.04.17
양복을 입은 원시인 - 행크 데이비스 1  (0) 2016.04.16
아웃라이어 - 말콤 글래드웰  (2) 2016.04.12
사람들은 왜 이상한 것을 믿는가? - 마이클 셔머  (1) 2016.04.09
Posted by thinknew
TAG 믿음의 심리적 기제, 진화심리학
트랙백 0, 댓글 0개가 달렸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