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beautiful world!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면서

정치, 사회

호랑이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는 김병준

thinknew 2016. 11. 3. 15:49


박근혜가 하야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와중에 정치권과 전혀 의논도 없이 김병준을 국무총리로 내정했다. 그 김병준이 어제는 하루 지나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고, 약속대로 오늘 2시에 기자회견을 했다. 나는 하루라는 시간이 적지 않은 시간인 만큼 그 시간동안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것이고, 그러면 결론은 자연스럽게 '총리 지명 고사'로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기자회견에서 김병준은 고사할 뜻이 전혀 없어 보였다.

김병준은 기자회견에서도 그렇게 말했지만 그 전에도 국민의 당 비상대책 위원장을 수락하기도 하고, "기회가 주어지면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공언한 만큼 지금 상황을 기회가 왔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김병준의 의도를 최대한 좋게 해석해 주면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보아 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호랑이 잡는답시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살아남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 대표적인 정치인이 김영삼이라고 할 수 있다. 군부 독재세력인 당시 민정당과 합당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긴 했다. 그리고 문민정부로의 길을 개척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3당 합당의 후유증이 아직까지도 정치판에 미치고 있는 것까지를 고려한다면 김영삼의 모험은 너무나 위험한 것이었다.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호랑이 잡는답시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안다. 김영삼은 정말 재수가 좋았을 뿐이다. 그런데 김병준은 그것을 감행한 셈이다. 이 문단의 서두에도 언급했다시피 김병준의 의도를 선의로 해석하면 그렇다는 것인데, 오늘 기자회견을 보면 그렇게 해석하기가 어렵다. 우선 자신이 내치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벌써 부정된 상황이다. 그에 관한 기사를 먼저 보자.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61103_0014493765&cID=10301&pID=10300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은 3일 정치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신임 총리 후보자에게 '내치'에 대한 전권을 부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 "청와대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말은 김병준이 내치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단지 김병준 본인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선언문을 읽는 말미에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지금은 대통령 유고 상황도 아니고"라고도 했다. 그 말은 김병준이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기자회견에서는 총리의 전권을 행사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경제부총리는 박근혜가 지명한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지금 책임 총리든 거국 내각이든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박근혜가 정치에서 손떼는 것이다. 자신이 그걸 할 자신이 있어야 할텐데, 시작부터 어긋난 상태에서 그걸 주장할 수 있을까? 또 회견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국회에서 거부하면 그것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야 3당은 청문회를 보이콧하기로 했고, 여당 내에서도 비박들을 중심으로 박근혜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국회가 이미 거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걸 모를리 없는 김병준이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직접 밀어내기 전까지는 어쨎든 총리 역할은 맡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쯤되면 할 수 있는 추론은 다 나온 셈이다. 김병준은 자신이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야망에 차 있다. 그런데 선거에서는 안되니 이런 기회라도 잡아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 인간이 김병준 한명 뿐인 것은 아니니 개인의 결정을 어쩔 도리는 없다. 하나 김병준은 수렁에 빠졌다. 그것도 자신의 힘으로는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깊은 수렁에. 참여정부 인사들 중에 배신자들도 제법 된다. 그래도 김병준은 배신자라고 할 수는 없다. 상식적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역할을 맡았으면 잘 할 수 있었을텐데 저렇게 제발로 수렁 속에 빠져버리니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