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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체크! 체크리스트 - 아툴 가완디

thinknew 2016. 10. 17. 16:33


이 책은 실용지식서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체크 리스트'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행해야 하는 행동들의 점검 목록표를 의미한다. 저자는 외과의사이다. 외과의사들이 수술을 하기 전에 루틴하게 행해야 하는 절차들이 있고 그 절차들을 빼먹음으로써,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주목하여 체크 리스트의 사용을 강조한다.


저자에 의하면 체크 리스트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삶은 주로 무지에 의해 좌우되어왔다. 이 점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예가 바로 질병이다. 과거에 우리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나 치료법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만에 과학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지식의 양도 방대해졌다. 무지보다 무능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저자는 복잡성 과학을 다루는 과학자의 말을 빌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간단한 문제, 복잡한 문제, 복합적인 문제로 나누고 간단한 문제든 복잡한 문제든 체크 리스트를 사용할 필요가 있고 복합적인 문제도 결국은 복잡한 문제로 환원되므로 역시 체크 리스트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가 체크 리스트의 사용이 만능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체크리스트는 일종의 인지의 안전망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것은 우리의 정신적인 허점을 잡아낸다. 정신적인 허점에는 부실한 기억력과 산만한 주의력, 대충 넘어가는 습관 등이 있다. 때문에 체크리스트는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폭넓은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하지만 체크리스트에도 한계가 있다. 체크리스트가 도움이 되는 상황과 그렇지 못한 상황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체크 리스트가 필요한 사람들의 예로 전문가들을 들고 있다. 앞서 말한 수술을 앞둔 외과의사들, 항공기 조종사들, 건축공학자들이 그들이다. 그러나 복잡한 과업을 다루는 전문가들만이 체크 리스트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간단한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도 체크 리스트를 사용할 필요가 있음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크림콘을 수백 번 만들다보면 이제는 레시피 없이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바로 그럴 때 실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아담스는 말했다."

저자는 우리가 체크 리스트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체크리스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체크리스트는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별로 재미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게으르다는 것이 아니다. 인명을 구하고, 돈을 벌게 해 주는 방법을 사람들이 마다하는 데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는 체크리스트를 쓰는 게 어쩐지 당혹스럽고, 좀스럽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체크리스트는 우리 가운데 존재하는, 진정으로 위대한 인물(우리가 닮기를 열망하는 인)이 위험하고 복잡한 상황을 다룰 때 할 법한 행동과 극히 대조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진정으로 위대한 인물들은 대담하며, 즉석에서 임시변통으로 상황을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그들이 프로토콜과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움직일 리 없다. 영웅적인 행위에 대한 우리의 관념 역시 업데이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자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팀워크와 규율이란 문화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우리는 세부적인 면까지 꼼꼼하게 신경쓰기 보다는 새롭고 흥미로운 것에 열광하도록 만들어졌다. 규율은 인간이 타고난 자질이 아니라 꾸준히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품성이다."


개인적인 시간 관리부터 직장에서의 업무까지 전문가든 아니든 체크 리스트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나도 흔쾌히 동의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잘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도 체크 리스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는 자극제로써 사용하면 좋은 책이다. 가벼운 읽을거리로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