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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thinknew 2016. 10. 14. 16:19


어제 발표된 노벨 문학상은 미국의 포크 가수 밥 딜런에게 돌아갔다. 의외의 결과다. 대중 가요 가수가 노벨 문학상을 받다니 세속주의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비슷하게 대비되는 경우는 아니지만 이런 경향도 있었다. 노벨 물리학상은 전통적으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우리가 천재라고 알고 있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1988년에 초전도 물질을 발견한 공으로 공학자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래 지금은 공학자들이 노벨상을 받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그건 그렇고, 고전의 반열에 든 문학 작품들은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타인의 창작물을 완전하게 이해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무엇을 읽고 제대로 이해했다는 지적 허영심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읽는 이가 느끼는 대로 이해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그래서 읽기로 예정해 둔 책을 구하는 것이 지체되어서 막간을 이용해서 좀 가볍게 읽어 볼 심산으로 사놓고 처박아 두었던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읽어 보았다. 내가 가볍게 읽기 위해 선택했다고 해서 이 책이 가벼운 책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역시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책이었다. 배경은 소련(지금의 러시아)의 체코 침공 직후 프라하이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테레사, 토머스, 사비나, 프란츠 이 네명의 남녀의 이야기가 뼈대를 이룬다. 이 시기는 진화생물학에서 정신-육체 이원론을 논파해 둔 시기여서 저자도 그런 내용을 알고는 있으나 소설 속에서는 정신과 육체의 문제를 분리해서 다룬다.

육체의 문제는 주로 네명의 남녀의 성생활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이걸 불륜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free sex 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야 할 지, 또는 platonic love 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야 할 지가 애매하다. 한편 정신의 문제로는 테레사와 사비나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더불어 토머스와 프란트의 이념의 혼돈 시기에 방황하는 지식인의 고뇌 등이 가로, 세로로 얽혀 있다.

여기에 철학적인 질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내가 그것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독자들도 이해도가 다 다를 것이므로 질문을 그대로 옮겨 놓는다.

"파르메니데스와는 달리 베토벤은 무거움을 뭔가 긍정적인 것이라고 간주했던 것 같다. 진중하게 내린 결정은 운명의 목소리와 결부되었다. 무거움, 필연성 그리고 가치는 내면적으로 연결된 세 개념이다. 필연적인 것만이 진중한 것이고 묵직한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이란 뭔가 가벼운 것,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는 무엇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믿음이 있다."

"인간이 신체의 모든 부분에 이름을 붙이고 난 뒤부터 육체는 인간을 덜 불안하게 했다. 또한 이제는 영혼이란 뇌의 피질부 활동에 불과하다는 것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연만이 우리에게 어떤 계시로 보여졌다. 필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 기다려왔던 것, 매일 반복되는 것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우연만이 웅변적이다. 집시들이 커피잔 바닥에서 커피 가루가 그린 형상을 통해 의미를 읽듯이, 우리는 우연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애쓴다."

"선택의 결과가 아닌 것은 장점이나 실패로 간주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게 되며, 우리가 하는 것의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군중이 있다는 것,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아빠와 엄마가 우리에게 주입한 '진실을 말해!'라는 명령은 심지어 우리로 하여금 경찰에게 취조를 당할 때조차도 거짓말하는 데 수치심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내가 이 책을 거벼운 마음으로 읽었으며 이해한 것도 모호한지라,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는 고전 반열에 오른 책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독서 추천은 중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