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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주한 미군, 그리고 '자칭 보수'들의 이데올로기

thinknew 2018. 3. 16. 10:20

간이 배 밖에 나온 전단지 알바


'천안함 사건' 만큼이나 '자칭 보수'들에게 금기어가 있으니 바로 '주한 미군 철수'이다. 이들이 금기어를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면, '주한 미군 철수'가 금기어가 된 경로도 추론할 수 있다.

천안함이 가라앉았다. 그것도 한미연합훈련 중에. '어떻게 이런 일이'하고 있는 사이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소리가 흘러 나온다. 대중들, 특히 '자칭 보수'들은 '북한이 관련되었다'라고만 하면 정치인들과 찌라시들의 선동에 손쉽게 현혹되기 마련이어서 그 소리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그 반대의 소리는 곧바로 '종북' 또는 '빨갱이'로 몰리게 된다. 허접하기 짝이 없는 증거를 증거라고 제시하고, 권력에 빌붙는 몇몇 전문가들이 그걸 확정함으로써, 무수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천안함은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으로 기정사실화 된다. 그 이후에는 '천안함 폭침'이 공식 용어가 된다. 그래서 '자칭 보수'들은 '폭침'이라고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종북' 또는 '빨갱이'로 모는 근거로 삼는다. '천안함 침몰은 폭침이 아닐 수 있다'라는 말은,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개연성에 머물러 있을 뿐이고, 게다가 북한이 엮여 있다는 사안이어서, 목소리가 약할 수 밖에 없다. 목소리가 큰 놈이 이길 확률이 높은 여론의 속성 상, 정치인들은 공식적인 용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문대통령도 불가피하게 천안함을 언급해야 할 상황에서는 '폭침'이라고 할 수 밖에 없고, '자칭 보수'들은 그걸 또 '폭침'에 대한 근거로 재활용한다.

'천안함 사건'만큼이나 '자칭 보수들에 의해 금기어로 지정되어 있는 '주한 미군 철수'에 대해 얼마 전 논란이 일었다. 문정인 특보가 '우리가 나가라고 하면 주한 미군은 나가야 한다'라는 말이 '자칭 보수'들을 자극한 것이다. '자칭 보수'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금기어로 지정된 그 '주한 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실상을 추론할 수 있게 해 주는 언급이 트럼프로 부터 나왔다. 그 기사부터 일단 보자.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836358.html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가 '외국 군대 주둔과 관련해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라고 했다. 그 말은 주둔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러느라 미국이 생돈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주한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1970년대 말부터 이미 흘러나오던 이야기이고, 진작에 전작권도 반환하겠다고 했고, 사드 배치가 문제가 되었을 때 그 비용을 한국이 지불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이야기와 지금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결론은 '주한 미군 주둔'은 '미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된다.

주한 미군의 존재 이유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한국 전쟁 이후 한동안은 우세한 전력을 유지했던 북한의 위협을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냉전 시대, 공산주의의 남하를 저지하는 방어선으로서의 역할이었다. 진작에 소련이 붕괴되었으므로 두번째 이유는 소멸되었고, 이제는 첫번째 이유만이 남았다. 이 첫번째 이유도 '남한의 전력이 북한보다 우세'하다면, 그래서 남한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억제할 수 있다면, 소멸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북한의 전력이 남한보다 우세했던 것은 1970년대 초반까지였다.지금은 남한이 너무나 크게 성장해버려서, 비대칭 전력이라는 핵무기를 제외하면, 북한은 남한의 상대가 안된다.

그런데 '자칭 보수'들은 '남한의 전력 우위'를 극구 부인한다. 경제력 격차, 국제 전략연구소들의 전력 평가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실들을 고려하면 말도 안되는 이 이데올로기, 즉 '북한은 안보 위협'이라는 말을 주구장창 떠들어 댐으로써 그걸 기정사실화해 놓고는, 그걸 바탕으로 '주한 미군 철수' 이야기만 나오면, 또 다시 '종북'을 거론하는 것이다. 정치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언젠가 택시를 탓는데, 그 택시 기사 왈 "주한 미군 철수는 거론해서는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왜냐고 물으니, 대답이 황당하다. "주한 미군이 철수하면 지역 경제가 무너지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이들도 '북한의 위협 때문에 주한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어렴풋이 나마 알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의도치 않게 '자칭 보수'들의 안보관을 무너뜨리는 행태를 여러 차례 보여 주었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자칭 보수'들의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드러내어서 붕괴시키기에 적절한 때이다. 한미 FTA 재협상은 국가의 큰 이익이 걸려 있는 것이니만큼, '자칭 보수'들도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랬듯, '주한 미국 철수 반대' 이데올로기를 고집하느라 미국에 큰 양보를 해야 하는 호구 노릇을 더 해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한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안보 적폐들과 찌라시들이 또 어떤 황당한 논리로 섞은 미소를 날리게 할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