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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이해는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thinknew 2016. 12. 19. 07:55



우리는 정의가 승리한다는 말을 배웠고,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살아보면 그 말이 결코 사실이 아닌 단지 우리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는 씁쓸해 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편, '옳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라는 말도 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그런 상황들이 여럿 연출된다. 탄핵에 대응하는 박근혜의 자세를 먼저 보자.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75124.html

"18일 국회가 공개한 답변서를 보면,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들은 “대통령이 국정수행 과정에서 지인(최순실)의 의견을 들어 일부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통념 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라며 ‘백악관 버블’(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갇혀 외부와 고립되는 상황)을 인용했다. 최씨의 역할이 ‘버블 안’에 갇힌 박 대통령을 바깥 민심과 연결하는 ‘출구’였다는 주장인 셈이다. 대리인단은 또 최씨가 대통령 연설물을 고친 것은 ‘국민 눈높이 자문’을 받은 것이라며 이를 “속칭 ‘키친 캐비닛’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최씨 의견을 들은 것도 같은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게 최씨는 미국 대통령들의 ‘사적 고문단’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범죄자가 제 입으로 순순히 죄를 실토한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이트 초기부터 자신의 허물을 인정할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었던 박근혜로서는 저런 태도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옳지는 않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박근혜가 저렇게 나오는 것이 단지 혐의를 부인하는 것만은 아니다. 박근혜가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면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흔들리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꼴통들의 재결집이 되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동원되었던 어쨎든 맛불 집회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이해해 주자'는 말과 천지차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를 단죄하는 것은 아무리 분통이 터지더라도 특검과 헌재에 맡길 수 밖에 없다. 특검과 헌재가 못하면? 그 뒷일을 누가 알겠는가.

또 한편으로는 '옳지도 않거니와 이해할 수도 없는' 행태도 있다. 유승민과 비박들이 그러하다. 기사를 보자.

http://www.nocutnews.co.kr/news/4703371

"원내대표 경선 패배 후 말을 아껴온 비박계 유승민 의원은 18일 비대위원장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비대위원장이란 '독배'를 기꺼이 마실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권을 행사하는 비대위원장이 아니라면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탈당보다는 당에 남아 개혁을 이끌자는 '잔류파'인 유 의원이 친박계에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

박근혜와 마찬가지로 친박들은 초지일관 박근혜 지지를 유지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냥 '나쁜 놈들'일 뿐이다. 그러나 비박들을 친박들과 같이 도매금으로 엮는 것은 좀 지나친 감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비박들이 하는 행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탄핵에 동의해 놓고도 박근혜의 퇴진하겠다는 담화에 흔들려서 박근혜의 말을 믿어보자고 나와서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더니 지금도 그러고 있다. 유승민이 '전권을 주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라고 했다. 사람 일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런 것은 아니다. 친박들이 유승민에게 전권을 줄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겉으로는 전권을 준다고 말할 수는 있다. 박근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달랑 퇴진하겠다는 말만 던진 것처럼 말이다. 그 말을 믿고 전권을 가진 비대위원장처럼 굴다간 허수아비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거기에다 대고 저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재기의 가능성을 갉아먹는 짓에 다름아니다. 승부수이기는 커녕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짓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