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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워마드와 일베

thinknew 2018. 7. 11. 09:54


요즘 여성들의 항의 집회가 빈번하다. 집회의 이유로 내거는 사안들은 다 다르겠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그동안 억압되어 왔던 여성들이 보다 적극적인 저항 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대 들어 여권이 많이 신장되었다고는 하나 아직 '성 평등'을 이야기하기에는 턱없이 못미친다는 점에서, 어떤 계기가 마련되면 여성들의 저항 운동이 거세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람이 다 다르듯, 여성들의 저항 방식도 모두 다르다. 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워마드'로 지칭되는 과격 집단이다. 원론적으로는 '워마드'는 나쁘다. 뿐만 아니라 여성 운동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워마드'를 비판하면서 주의해야 할 것은 그것을 여성 운동과 연결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워마드' 류를 '꼴페미'라고 지칭하며 일베와 비교하곤 한다. 일베나 '워마드'나 나쁘긴 마찬가지이지만 그 두 부류를 동급으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베는 관제 데모에 동원되어 민주 개혁 세력을 억압하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폭식 투쟁'을 하는 등의 '부당한 공격'을 행사하는 집단인 반면, '워마드'는 여성들에 대한 부당한 공격에 대한 '저항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지나친 저항'이 '부당한 공격'과 같이 취급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당한 공격'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이상, '지나친 저항'에 비판의 촛점을 맞추는 것도 옳지 않다.

그 '부당한 공격'의 한 예를 다음 기사가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번 보자.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453085&PAGE_CD=N000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top1&CMPT_CD=E0026M 


"비공개 촬영회에서 여성들을 성추행 한 혐의로 조사받던 A씨가 투신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배우 수지가 느닷없이 비난을 받고 있다."

서지현 검사가 'Me too' 운동을 촉발시켰을 때 이런 비판이 있었다. "이것은 '서지현(이) 성추행 (당한)' 사건이 아니라 '안태근(이) 성추행(을 행한)' 사건이라 불러야 마땅하다"라고. 그건 서지현이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성 추행'이 '부당하게' 여성의 허물인 것처럼 통념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계속 거론하는 것은 '2차 피해'가 되기 때문이다. '비공개 촬영회 사건'도 마찬가지다.

더욱 고약한 것은 '비공개 촬영회 사건'의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도 '부당한 일'인데,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을 표한 수지에게 까지 공격을 가하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베같은 놈들'이라고 비난해야 마땅한 인간들이다. 물론 그들도 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부당한 공격자'의 편에 서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소수라고 해서 무시할 일이 아니다.

여성들의 집회에서 '문대통령 재기하라'라는 구호가 등장했다고 문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흥분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문대통령은 우리에게 모범을 보였다. 대선 후보 시절 성 소수자들 몇몇이 후보 집회를 방해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항의가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지만 문대통령은 그들을 배척하지 않았다. 연설을 마친 후 다시 만나 그들을 설득했고, 결국은 오해를 풀었다.

여성 운동이라는 집단 속에 섞여 있는 '워마드' 류들을 문대통령이 보인 모범대로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을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서 여성 운동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것은,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게 '워마드를 비판하지 말라는 뜻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겠다. '워마드'는 여성 운동의 일탈이 아니라 그냥 돌연변이로 치부해야 마땅하다.